10명 중 4명 만족, 소속감·취업률 등은 불만
본교 트랙제는 올해로 시행 6년 차를 맞았다. 이에 본지에서는 학생들이 트랙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트랙제 학생 만족도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설문조사에는 우리대학 재·휴학생 등 총 810명이 응답했다.
설문조사는 ▲트랙제 취지 ▲트랙 구조조정 등 일부 트랙의 운영상 어려움 ▲트랙제가 신입생 유치·취업률 제고 등 우리대학의 가시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 ▲트랙제가 대학생활에 미치는 영향 ▲전반적 만족도 ▲트랙제 유지·개선 및 학과(부)제 재도입 등 여러 방면의 의견을 묻는 문항들로 이뤄졌다.
우선, ‘우리대학 트랙제에 대한 학우님의 전반적인 만족도는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만족(7.9%)’, ‘만족(32.7%)’한다고 답한 학생은 전체의 40.6%였다. 반면, 전반적으로 불만족한다는 의견을 남긴 학생은 총 29.2%로, ‘매우 불만족(8%)’, ‘불만족 (21.2%)’ 응답을 남겼다. 긍정적 답변의 주요 이유로는 ‘트랙 선택 이전 숙려기간 제공’, ‘타교에 비해 폭넓게 보장되는 전공 선택권’ 등이 꼽혔다. 불만족스럽다는 의견의 주요 원인은 ‘소속감, 선후배 및 동료관계, 교수님과의 유대감 형성 등 비교과 대학생활’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설문조사에서 트랙제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는 학생은 40.6%로 비교적 많았다. 타교의 복수·부전공 제도보다 전공 선택권이 더 많이 보장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전공 선택 기회의 확대는 트랙제의 주요한 취지인데, 이에 대해 많은 학생이 긍정적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우리대학의 트랙제가 기존 학과(부)제의 복수전공·부전공 제도보다 학생들의 전공 선택 기회를 넓힌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25.6%)’, ‘그렇다(43.8%)’고 답해 전체 응답자의 69.4%가 본교가 전공 선택권을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트랙제에서 신입생들은 우선 단과대학 단위로 입학하고, 2학년 진급 시 트랙을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1학년을 숙려기간으로 정한 것이 신입생 유치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공을 확실히 정하지 못한 고교생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김가람(인문 1) 학생은 “정해진 진로가 없다 보니 입시 당시에 고민이 많았다. 그렇게 방황하던 중에 본교의 트랙제를 알게 됐고 현재는 만족도 높은 대학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입학 이전 우리대학을 지원할 때, 트랙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라고 판단하셨습니까? 혹은 우리대학의 트랙제가 신입생 유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그렇다(25.4%)’, ‘매우 그렇다 (10.1%)’고 응답하기도 했다.
다만 ‘아니다(24.7%)’, ‘매우 아니다 (12.6%)’ 답변도 엇비슷한 수를 차지해 트랙제가 신입생 유치에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의견이 상반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본교 입학처에 게재된 ‘2022학년도 수시 신입학 모집요강’에는 트랙의 종류와 2학년 진급 시 트랙을 선택한다는 간단한 설명만 제시돼 있다. 정희경(ICT 1) 학생은 “모집요강에서 트랙제에 대한 설명을 더 자세히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숙려기간인 1학년 동안 등록금이 단과대학별로 다른 것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1학년은 소속 단과대학에 구애받지 않고 트랙기초 과목을 들을 수 있지만, 등록금은 단과대학별로 다르다는 점에서 형평성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김현학(컴공 3) 학생은 “소속 기준으로 등록금을 책정하는 게 아니라, 들을 수 있는 수업 기준으로 책정하는 게 훨씬 더 바람직하다. 우리대학 1학년은 단과대학에 관계없이 수강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이니 똑같은 등록금을 내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트랙제가 전공을 미리 체험하는 것과 더불어 전공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우리대학 트랙제가 배우고 싶은 전공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32.1%)’, ‘매우 그렇다(11%)’로 전체 응답자의 43.1% 가 트랙제를 통해 배우고 싶은 전공 분야에 집중할 수 있다고 답했다. 김송은(동양화 1) 학생은 “자신만의 전공을 구성할 수 있는 점이 좋다”고 전했다.
그러나 같은 질문에 ‘아니다(21.4%)’, ‘매우 아니다(13.5%)’라고 응답한 학생들도 전체 응답자의 34.9%를 차지했다. 특히 트랙제가 타교의 학과(부)제와 비교해 전공에 대한 전문성을 기르기 어렵다는 우려가 상당했다. 1·2트랙이 서로 연계된 트랙이 아닌 경우 전공 전문성을 함양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으며, 하나의 학과를 여러 개의 트랙으로 나누다 보니 타교의 해당 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에 비해 전공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성호(크리에이티브인문학부) 교수는 “트랙당 이수하는 학점 수가 적어 타교 기준으로 2년 정도 만 전공을 학습한 것에 해당되기 때문에 전 공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같은 문제가 트랙제의 취지인 자유로운 전공 선택권 보장을 퇴색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학생은 “입학 당시에는 전공 관련 트랙을 1트랙으로, 흥미가 있는 공학 관련 트랙을 2트랙으로 선택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자 공학을 제대로 배우려면 전자트랙과 정보시스템트랙을 모두 들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타교에 비해 전공 전문성을 기르기 어려워 취업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안연경(사회과학 4) 학생은 “대외활동 지원서에 ‘기업경영트랙, 회계·재무 경영트랙’이라고 적었더니 면접관이 ‘경영학과임에도 회계는 선택한 학생들만 배우는 것이냐’며 전문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 당황한 기억이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우리대학의 트랙제가 재학생과 졸업생의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아니다(19.4%)’, ‘매우 아니다 (11.1%)’로 기록돼 트랙제가 취업률을 제고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전체 응답자의 30.5%였다. ‘그렇다(24.3%)’, ‘매우 그렇다(7.5%)’로 트랙제가 취업률을 제고시킨다고 답한 학생은 전체의 31.8%였다. 다만, 저학번일수록 트랙제와 취업 간의 관계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긍정적 의견을 남긴 학생 중 28.5%는 15~19학번, 71.5%는 20~22학번으로 뚜렷한 온도 차를 보이는 것이다. 이는 취업 준비 경험이 비교적 많은 학번의 학생들이 부정적 의견을 더 많이 남긴 것으로 사료된다. 홍우형(사회과학부) 교수는 “외부에서 해당 학과를 졸업했다고 하면 요구하는 기대치가 있는데 한 학과를 세분화시킨 트랙제 하에서는 이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트랙제가 비학술적인 측면에서 악영향을 끼친다는 의견도 많았다. ‘우리대학의 트랙제가 학생들의 비교과 대학생활(소속감/선후배 및 동료관계/교수님과의 유대감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부정적인 영향(28.3%)’, ‘매우 부정적인 영향(24.2%)’으로, 전체의 52.5%의 학생들이 트랙제가 비교과 대학생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홍 교수는 “선후배 간의 관계 형성이 없어졌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대학에서 형성한 인맥 또한 큰 자산이 될 수 있는데, 트랙제 하에서는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재학생의 중도 탈락에 대해서는 ‘전공 전문성 함양의 어려움’, ‘비교과 대학생활에 대한 악영향’ 등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우리대학의 트랙제가 재학생의 자퇴를 방지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즉, 재학생의 중도탈락률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아니다(30.6%)’, ‘매우 아니다(16%)’ 응답을 남겼다. 김현학(컴공 3) 학생은 “동기들이 대부분 전공에 대해 부족함을 많이 느껴 휴학을 한다. 휴학하는 동안 스스로 전공 지식에 대해 보충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윤 교수는 이를 “아무래도 소속감이 결여돼 있고, 학과 내 관계 형성이 어려운 것이 학생들의 중도 이탈을 유발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인기 트랙 소속 학생들은 수업의 양적·질적 수준이 모두 하락한다고 주장했다. 강좌를 수강하고자 하는 학생 수에 비해 수강할 수 있는 인원이 턱없이 부족해 수강신청에 큰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학우도 “학년별로 듣기로 권장되는 전공 과목이 있는데 수강신청의 어려움으로 커리큘럼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수강인원 증가가 수업의 질적인 저하를 가져오는 것 같다. 수강인원이 적은 수업이 많은 수업에 비해 교수님께 서 학생 개개인에게 시간 투자를 더 많이 해주신다”고 덧붙였다.
소수 인원이 소속된 트랙의 구조조정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인원수 미달로 인한 트랙 구조조정, 학생유치를 위한 트랙 간 경쟁 등과 같이 트랙제가 일부 단과대학의 어려움을 가져온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학생들은 ‘바람직하지 않다(27.2%)’,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11.6%)’고 답했다. 박주연(ICT 4) 학생은 “ICT디자인학부에서 제품·서비스디자인트랙이 없어지고 UX/UI디자인트랙으로 바뀌었는데, 기존 트랙 소속 학생은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작년 11월 트랙 구조조정을 통해 신설된 문학문화콘텐츠학과는 현재 공통된 전공에 트랙제와 학과(부)제가 공존하고 있어 혼란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장서영(인문 3) 문학문화콘텐츠트랙 학생회장은 “같은 문학문화콘텐츠라는 이름을 갖고 있으나 기존 트랙 학생들과 학과 신입생들이 서로 다른 단과대학에 소속돼 있고, 서로 교류할 일도 없다”고 술회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율전공학부를 두는 여러 학교에서 시행 중인 ‘전공별 학생 선발 과정’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 또한 물어봤다. ‘우리대학의 트랙제는 성적과 무관하게 자유롭게 트랙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2학년 진급 이전 이뤄지는 트랙 선택에 별도의 선발 과정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아니다(34.8%)’, ‘매우 아니다(10.5%)’ 등 전체 학생의 45.3%가 선발 과정 도입에 반대했다. 오정은(예술학부) 교수는 “트랙제의 취지는 성적에 따라 전공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배우고 싶은 전공을 배우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발 과정 신설에 비동의한다”는 의견을 남겼다.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이 트랙제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지(24.4%)’보다는 ‘개선(44.9%)’하거나 ‘기존 학과(부)제 재도입(30.6%)’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대학본부는 교수협의회 주도로 시행된 지난 ‘트랙제 설문조사’ 이후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성욱 교무처장은 “트랙제 관련 사안을 장기적인 과제로 인식하고, 교내 구성원 설문조사 및 외부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다각도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정상혁 기자
한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