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상업화된 대학 축제, 사라진 우리들의 '대동' (한성대신문, 623호)

    • 입력 2026-06-0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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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6-06-08 00:01

대학 축제는 시대의 거울이다. ‘모두가 크게 어우러진다’는 의미를 담아 ‘대동제(大同祭)’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대학 축제는 학생 간 화합과 연대를 상징하는 행사로 시대 속에서 기능해 왔다. 그러나 과도한 상업화, 획일화된 축제 활동 등으로 축제의 본질이 점차 흐려지고 있다. 이에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소속 6개 학보(고대신문, 광운대신문, 대학주보, 성대신문, 한대신문, 한성대신문)의 공동취재단은 대학 축제가 변화해 온 양상을 파악하고 대학 축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연합취재를 진행했다. 경인권대학언론연합회와 함께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수도권 대학교 학생 505명을 대상으로 축제 인식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대학 축제는 학생사회의 흐름과 함께 변모해 왔다. 1980년대 대학 축제는 민주화 운동과 결합하며 학생사회의 연대 의식을 드러내는 공동체 문화의 성격이 강했다. 당시 대학가는 마당극·민중가요 공연 등을 통해 사회 문제를 공유했다. 시국 토론회, 위령제 등을 열어 독재정권에 희생된 학생들을 추모하기도 했다. 오제연(성균관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1980년대 대동제는 대학생들의 사회적 책임감과 변혁 열망이 담긴 투쟁의 의례였다”고 말했다.

▲1972년 고려대학교 석탑축전 씨름대회 [사진 제공 : 고대신문]

1990년대 이후 소비 중심의 문화가 확산되며 대학 축제의 성격 역시 변화했다. 민주화 운동의 전면에 서지 않았던 세대가 대학의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정치적 관심은 줄어들었다. 대신 대중문화가 발달하며 새로운 소비문화에 익숙한 학생층이 형성됐다. 이에 오락에 초점을 둔 대학 축제가 대두됐다. 오 교수는 “사회 변혁이나 공동체에 대한 고민 대신 개인주의가 팽배하며 청년의 특징도 변화했다”고 전했다.

최근 대학 축제의 모습에서는 ‘상업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연예인 공연과 주점 운영을 중심으로 기획되며 소비 중심의 행사로 재편되는 추세다. 학생들의 관심도 역시 소통과 화합의 기회보다는 연예인 공연 등 흥미를 끄는 활동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학생 참여형 콘텐츠가 감소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비 위주의 활동이 주를 이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프로그램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창수(경기대학교 관광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축제의 운영 구조상 대학 축제가 공동체 의미를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축제가 학생사회의 중심 사업으로 부상하며 예산 배분의 균형도 흔들리고 있다. 공동취재단 취재 결과, 경북대학교의 경우 올해 약 3억 5천만 원을 축제 예산으로 사용했고, 고려대학교와 인천대학교도 각각 3억원가량을 투입하는 등 억대의 축제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한성대학교의 경우도 2026학년도 상반기 총학생회 예산 중 약 98%에 달하는 금액인 4천만 원을 축제 예산으로 사용했다. 김창수 교수는 “대부분의 예산이 축제에 집중돼 학생 복지나 학과 프로그램 등은 상대적으로 소외된다”고 말했다.

막대한 축제 예산이 투입되지만 정작 돈의 흐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학생회비와 교비가 사용되는 세부 항목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예산 검증이 어렵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대학이 예산안에 단순히 ‘축제’ 항목만 표기할 뿐 세부 지출 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양승훈(신라대학교 호텔의료관광경영학부) 교수는 “축제 회계는 섭외비, 외주비, 협찬금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고 학교마다 공개 기준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대학 축제로 인해 대학생과 지역사회 간의 갈등 역시 심화되고 있다. 학교 주변 도로와 주택가에 술병과 쓰레기가 방치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며 소음 민원 역시 꾸준히 제기된다. 상술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축제에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쓰레기, 인파밀집 방치 등 열악한 환경 및 관리(43.17%)’가 가장 많은 응답을 기록했다. 2023년, 건국대학교 축제로 인한 소음으로 인근 주민의 불편이 지역 주민 커뮤니티에서 촉발돼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산되며 논쟁이 일기도 했다.

연예인 섭외 여부가 학생자치기구의 역량을 평가하는 요소로 인식되는 분위기가 공연 중심 축제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대학 간 경쟁이 과열되며 유명한 연예인을 섭외하기 위한 압박이 커졌다는 의미다. 공동취재 결과, 학생들은 축제 활동 중 연예인 공연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술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 축제에서 가장 좋아하는 행사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초청 연예인 공연(33.3%)’ 응답이 가장 높게 집계됐다.

▲연예인 공연에 환호하는 학생들 [사진 : 김혜윤 기자]

축제 예산 편중의 원인에는 학생자치기구의 성과 중심 운영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학생자치기구에게 학사제도 개선이나 학생복지 확대 사업은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면 대다수의 학생이 참여하는 대학 축제는 단기간에 많은 학생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이에 학생자치기구가 축제 예산 확대에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김창수 교수는 “현재 대학 축제는 대학 문화의 다양성 보다는 얼마나 더 큰 소비형 콘텐츠를 만들어내느냐의 경쟁으로 변질됐다”고 부연했다.

대학 축제의 ‘외주화’가 심화되며 예산 집행 과정도 폐쇄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대학축제는 대개 축제 대행업체가 연예인 섭외, 무대 설비 설치, 안전 관리 등의 업무를 전담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축제 기획의 주체가 돼야 할 총학생회가 대행업체에 운영 권한을 일임하며 종속된다. 이 과정에서 대행업체와의 계약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되고 학생들이 계약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를 띤다.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 총학생회는 “무대 설치뿐만 아니라 안전 관리처럼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토로했다.

대학과 지역사회 간 갈등은 재학생에 한정된 폐쇄적 운영 구조가 원인으로 꼽힌다. 지역 주민·상권과 협력하는 형태로 진행되던 과거의 대학 축제와는 달리 현재는 재학생 존을 별도 운영하거나 학생회비 납부 여부에 따라 차등 대우를 하는 등 지역 주민이 참여하거나 협력할 수 있는 구조가 사라졌다. 때문에 대학 축제가 지역사회와 단절된 채 운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강기명(성공회대학교 자율전공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지역 주민들도 와서 즐기는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외부인을 통제하는 폐쇄적인 축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축제 본질 회복을 위해 학생 참여형 프로그램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대행업체와 연예인 공연 중심의 운영구조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늘려야 한다는 의미다. 부스 콘텐츠 공모전과 특색 있는 프로그램 지원 등도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김창수 교수는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는 프로그램이나 학과 특성을 살린 콘텐츠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축제에 집중된 예산의 무게추를 다시 학생사회 전반으로 돌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축제뿐만 아니라 학생 복지나 학생 참여 프로그램 운영 역시 학생회가 수행해야 할 핵심 역할이다. 따라서 단기간에 체감할 수 있는 축제 성과에만 집중하기 보다 학생들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해 예산을 고르게 배분할 필요가 있다. 상술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축제 예산을 줄인다면, 해당 재원을 어떤 분야에 투입해야 한다고 보십니까’라는 문항에 ‘학생 생활 복지(46.34%)’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학 축제가 예산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높다. 학생자치기구는 축제에 사용된 세부 예산 항목과 회계처리 과정을 학생에게 투명히 공개하고 이를 감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김강기명 교수는 “대학 축제가 투명하게 운영되려면 총학생회를 견제할 수 있는 학내 대의원회 등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역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운영 방안 마련이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과거 대학 축제는 지역 주민·상권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 행사로 기능하기도 했다. 총학생회 측과 지역 상권이 업무 협약을 맺거나 축제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방함으로써 대학과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양 교수는 “대학은 지역사회에 열려 있는 공간인 만큼 축제 역시 개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대학 축제가 학생 간 교류와 자치 문화를 형성하며 학생 중심의 행사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한다. 대학 축제의 본질은 유명 연예인 초청 경쟁이 아니라 학생간 소통과 화합을 끌어내는 데에 있다. 김강기명 교수는 “대학 축제는 학생들이 스스로 문화를 기획하고 소통하는 자치의 장이어야 한다”며 “연예인 중심의 상업성을 걷어내고 학생 간 연대와 교류라는 본질적 가치를 중심에 둘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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