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작 당선작> 또 다른 우주 (제20회 사진공모전)

    • 입력 2026-06-0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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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6-06-08 00:02

어두운 밤, 비에 젖은 보도블록 위로 여러 방향의 빛들이 번져 나가며 또 하나의 세계가 펼쳐졌다. 규칙적으로 배열된 사각형 타일 사이로 고인 물과 작은 물방울들이 빛을 받아 반짝인다. 이는 마치 광활한 우주에 흩어진 별들을 떠올리게 한다. 현실의 거리 위에 존재하지만, 시선을 낮추는 순간 전혀 다른 차원의 풍경이 펼쳐진다. 조용하고 차가운 공기 속에서, 이 보도블록 위의 작은 반짝임들은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또 다른 우주를 담담히 드러내고 있다.

시선과 시점

사진을 찍을 때 저는 늘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풍경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것들,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 속에 무언가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항상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별다를 것 없는 밤이었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빗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거리였습니다. 걷다가 문득 발밑을 내려다보았을 때, 보도블록 위에 고인 빗물이 가로등 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문득 우주가 떠올랐습니다. 검게 가라앉은 바닥은 끝없이 펼쳐진 밤하늘 같았고, 빛을 머금은 작은 물방울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조용히 빛나는 별들처럼 보였습니다. 시선을 조금만 낮추면, 발 아래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혼자 간직하려 했던 사진이었습니다. 그런데 들여다볼수록, 이 작은 반짝임들을 다른 분들과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용기를 내어 공모전에 제출하게 되었습니다.

촬영할 때는 그 느낌을 최대한 살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배경이 우주처럼 보일 수 있도록 밝기를 낮추되, 이곳이 길바닥이라는 사실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도록 보도블록의 선이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게 조절했습니다. 현실과 환상 사이, 그 경계를 담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수상 소식을 접하게 돼 기쁩니다. 특별한 준비나 남다른 장소 없이도, 비 오는 날 밤 길 위에서 포착한 순간이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것이 만족스럽습니다. 사진에 대한 저의 작은 철학, 즉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시선이 인정받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한 가지를 전하고 싶다면, 거창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요즘 많은 분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바쁘고 지친 나날을 보내고 계실 텐데, 가끔은 시선을 조금 달리해보셨으면 합니다. 늘 보던 길, 늘 걷던 거리도 어느 순간 전혀 다른 풍경이 돼 있을 수 있습니다.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그 짧은 순간이, 바쁜 일상 속 작은 쉼표가 돼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진이 그런 계기가 돼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면, 잠깐 멈춰 발밑을 한번 내려다 봐 주시길 바랍니다.

백찬열(컴공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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