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형평과 사법불신 (한성대신문, 587호)

    • 입력 2023-03-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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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3-27 00:01

형평은 한국 사회에서 특히 중요한 덕목이다.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게 되며 이는 우리에게 역린을 건드린 것과 같다. 그렇다면 형평성을 해치는 행위는 주로 어디서 일어나는가. 주로 정치권에서 일어난다. 좀 더 좁혀서 얘기하자면 행정부와 입법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는 곳이 있다. 바로 헌법재판소를 위시한 사법부다.

두말할 나위 없이 사법부의 판결은 분명 중요하다. 이 중 법률이 헌법 가치에 맞는지 따지는 헌법재판소는 그 사회의 인식과 가치관을 함께 반영한다. 그러나 가끔-이라고 믿고 싶지만- 헌재가 사회의 인식과 가치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4년 전, 헌재는 사문화되어 있던 낙태죄를 일부 위헌이라 결론지었다. 작년 7월엔 사형제에 대해서도 변론이 있었다. -두 사회적 이슈에 대한 논쟁은 일단 접어두고, 필자는 사형제는 찬성하나 낙태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두 사건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만약 헌재의 뜻대로 되어 마땅히 죄가 있는 사형수는 계속 살려두며 한편으론 태아를 죽여도 아무 문제가 없는, 유럽같은 사회가 된다면 참으로 기이하지 않겠는가.

지난주, 헌재는 불법 주거침입 후 추행까지 저지른 경우 무조건 실형(기소/집행유예 등 형 유예 없이 즉시 처벌 시행)을 내리는 성폭력처벌법이 위헌이라 결론지었다. 이쯤 되면 헌재는 국민들의 의식과 동떨어진 사고를 하며 사법불신만 양산하는 기관이라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 상식과 형평성이라는 한국 사회의 가치관을 고려했다면, 비상식적인 판결은 나올 수가 없었을 것이다.

현행 사법부의 수뇌 구성은 대통령의 임명과 각 정당에서의 추천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볼 때, 아직 대한민국 사법부는 행정부와 사법부 등 정치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때마다의 정치상황에 따라 판결이바뀌며 이미 법관은 신뢰를 잃은 지 오래인데다 대법원장 화염병 투척 사건에서 보듯 테러의 대상이 되기까지 했다. 이럴수록 법관의 독립을 보다 확고히 하며, 판사들의 사조직들 또한 엄금하는 등 사법부를 정화할 필요가 있다.

김준원(사회과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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