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깊이 잃은 학문에 오염된 소단위 전공 (한성대신문, 608호)

    • 입력 2025-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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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5-02-24 00:00

소단위 전공은 기존 학위 과정보다 적은 이수 학점으로 학위를 부여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도입 당시 학습 부담을 경감하고 실무적 기술과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학습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학위 제도로 주목받았다. 이후 소단위 전공이 전국 대학에 빠르게 확산됐으나, 운영 과정 전반에 충분한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아 학위 취득을 위한 ‘스펙 쌓기 코스’에 머문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소단위 전공은 전공을 세분화해 집중적인 학습을 제공하고 이를 이수한 학습자에게 학위를 부여하는 제도다. 해당 전공은 통상 9~15학점으로 구성되며 실용적인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도록 설계된다. 기존 학위 제도가 급변하는 사회와 산업의 기술 및 지식 학습에 대한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컴퓨터공학이나 경영학 등의 전공을 융합해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개발, 디지털 마케팅 등의 세부 전공을 소단위 전공을 구성할 수 있다. 소단위 전공은 마이크로·나노 디그리 등으로 구분되며, 각각 신산업 기술에 중점을 두거나 전공을 융복합하는 특징을 갖는다.

전문가들은 소단위 전공이 급변하는 사회와 산업 환경에 맞춘 실효적인 교육방안이라고 평한다.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학습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생에게 필요한 역량을 즉각 배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연임(목원대학교 국제예술한국어학부) 교수는 “소단위 전공이 학생에게 급변하는 사회와 산업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가 분명하며 성인 학습자도 수강할 수 있어 학습에 자율성이 제고된다”고 설명했다.

2019년 소단위 전공이 도입된 이후, 2023년 교육부가 관련 제도를 공식화하며 전국 대학에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본지가 소단위 전공 도입 현황을 파악하고자 수도권 4년제 대학 77개*를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84.4%(65개)의 대학이 마이크로·나노 디그리 형태로 소단위 전공을 시행하고 있었다. 교육부가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통해 대학, 산업대학, 교육대학, 전문대학 등이 소단위 전공 과정을 운영하고 나아가 해외 대학과도 연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대학이 소단위 전공을 운영하는 반면, 소단위 전공을 수강하기 위한 과정에서 강의 관련 정보의 부재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의 내용, 수업 방식, 세부 계획 등 필수적인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학생들이 강의를 충분히 이해하고 강의를 신청하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덕성여자대학교 미술사학 전공 3학년에 재학 중인 박주원 학생은 “홈페이지에는 소단위 전공에 대한 형식적인 안내만 돼 있을 뿐, 수업 진행 방식이나 후기 등에 대한 정보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수강신청을 진행해도 강의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기도 한다. 학습 기회를 제고하기 위한 본 제도의 취지와 달리 최소 수강 인원을 충족하지 못해 개설조차 되기 어려운 것이다. 박 학생은 “극예술창작실습을 진행하는 소단위 전공 강의 수강 과정에서 수강 가능 최소 인원을 한 명 넘겨 간신히 강의가 개설된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조혜경(대구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소단위 전공 운영의 문제점 중 적지 않은 대학이 직면하는 문제는 학습자의 참여가 저조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수강한 소단위 전공이 학습 내용의 이점 없이 단순 학위 획득 과정에 머무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소단위 전공이 기존 전공이나 교양 과목에서 분화된 심화된 학습을 본 목적으로 하지만 이를 수행하지 못하며 부여된다는 지적이다. 고려대학교 컴퓨터공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찬서 학생은 “마이크로 디그리를 통해 행정학과 강의를 수강했지만, 기존 행정학과 학생과 동일한 이론 중심의 강의였다”며 “실무 학습이 부족해 마이크로 디그리의 장점을 체감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정해진 교육과정과 교육내용에 안주하며 발전에 둔감하면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단위 전공이 사회의 요구를 반영한 학습을 실현하는 데 있어 총체적 논의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사회 및 산업의 요구와 그에 맞춘 학습 방법 등에 대한 논의를 통해 전공의 목적과 운영원칙에 대해 합의해야 하지만 숙고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정체돼 있다는 비판이다. 조 교수는 “현재 소단위 전공에 대한 논의는 도입배경과 현황, 문제점과 개선방안, 각 대학의 사례 등에 대한 것이 전부라서 운영에 대한 공론장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의 수강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원인으로 행정 지원 미흡이 지목된다. 소단위 전공을 시행하는 대학들은 해당 전공을 위한 전담 부서를 마련하지 않고 기존 행정 부서에서 업무를 이관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학생이나 교수자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즉각적으로 제공하지 못하며 혼란을 초래한다는 의견이다. 최정희(단국대학교 교육혁신원) 연구교수는 “대학 내 교육과정의 학사 구조는 조직 확보 등에 있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 시급한 해결이 강조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제도의 홍보 부족으로 인한 인지도 저조가 소단위 전공 강의 개설 난항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소단위 전공을 운영하는 대학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전공 제도 도입만을 안내하고 있다. 구체적인 학습효과나 필요성 등에 대한 홍보가 미흡해 소단위 전공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2021년 대학생 270명을 대상으로 「차세대융합기술학회논문지」에서 진행한 ‘마이크로 디그리에 대한 학습자 인식 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85.5%의 학생들은 마이크로 디그리를 신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잘 몰라서’라 답했다.

이 같은 인식 부족은 학습자뿐 아니라 교수자에게도 나타난다. 성신여자대학교 교육문제연구소에서 2023년에 진행한 「마이크로전공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교수, 학생 인식조사」에 따르면 마이크로 디그리를 운영하는 모든 대학교의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한 106명의 교수자 중 38.7%가 마이크로전공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소단위 전공 강의 질 문제는 강의의 체계적인 질 관리 체계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강의의 질은 효과적인 교육과정 설계와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확보되지만, 현재 소단위 전공에서는 학습 효과, 실무 적용을 고려한 맞춤형 관리 체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송홍준(영산대학교 교수학습개발원) 교수는 “소단위 전공이 강의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지속해서 점검할 수 있는 환류체계가 마련돼야 하지만 많은 대학의 질 관리 체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총체적인 소단위 전공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문제의 원인은 교육부가 지침을 마련한 후 해당 전공의 구성을 각 대학에 위임한 점이 제기된다. 소단위 전공은 대학 내, 나아가 대학 간 학문적 융합을 촉진하는 교육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현할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장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송 교수는 “전국 대학들이 소단위 전공을 도입한 반면 제도에 대한 통합적인 논의는 미흡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소단위 전공을 위한 전담 행정 부서 설립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전담 부서는 소단위 전공의 기획, 운영 등을 실질적으로 담당하며 학생 간 대학 내외부의 소통을 이룰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 교수는 “소단위 전공 교육과정을 위한 전담 부서를 설치한다면 교육 활동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어서 유의미하다”고 강조했다.

소단위 전공의 강의가 원활히 개설될 수 있도록 대학의 장기적인 홍보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학은 세미나 등을 통해 교수자에게 소단위 전공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학생에게는 홈페이지나 문자 등을 통해 전공의 존재와 효과성을 알리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 연구교수는 “학과별 학년별 단톡방, 홈페이지, 이수 학생들의 경험 공유 등 각 대학의 홍보 체계를 점검하고 소단위 전공에 대한 효과적인 홍보를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소단위 전공의 학습 내용이 학생·사회·산업의 요구에 맞춰 이뤄질 수 있도록 현장실습 코디, 외부 산업체 전문가의 자문을 바탕으로 한 질 관리 체계가 요구된다. 해당 전공이 보다 심화적이고 실무적인 학습을 지향하는 만큼 실무자의 의견을 반영해 강의의 품질을 지속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 연구교수는 “외부 전문가의 피드백, 참여자의 요구와 만족도, 성과분석 등을 관리하며 강의의 질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교육 당국과 대학이 논의할 수 있는 조직을 설립하고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소단위 전공 운영 대학 간 운영 데이터를 공유해, 해당 전공의 운영 방식을 표준화하고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를 위해 연구협회 등 대학의 의견을 총괄할 수 있는 기관 설립 및 통합 플랫폼 운영이 제기된다. 송 교수는 “교육 당국과 대학 간 논의 창구를 마련하고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소단위 전공의 운영 방식을 공유한다면 소단위 전공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수도권 4년제 대학 77개 : 『고등교육법』 제2조에서 규정하는 대학·교육대학. 산업·전문·원격·기술대학과 각종학교를 제외한 범주이며, 이원화 캠퍼스는 본교와 동일한 대학으로 간주하고 분교는 본교와 상이한 대학으로 처리했다.

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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