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내가 제일 잘 알지> 불교 좋아하는 사람, 부처핸즈업 (한성대신문, 622호)

    • 입력 2026-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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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6-05-11 00:00

<편집자주>

“요즘 애들은 왜 그래?” 어느 세대나 그랬듯, 현 젊은 층도 자주 듣는 물음이다. 진짜 요즘 애들은 왜 그럴까? 그래서 알아봤다.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만 보면 사족을 못 쓰고 달려드는 기자가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MZ세대의 대표주자인 기자를 따라 청년이 열광하는 것을 파헤쳐보자.
젊은 중생들이 모여든다. 한때는 일상과 멀게 느껴지던 불교가 이제 청년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청년은 불교박람회에 방문해 불상 키링을 구매하고, 아이돌 생일카페에서 차용한 부처님 생일 카페에 방문해 부처님 등신대와 인증사진을 남긴다. 나아가 절밥이라고 불리는 사찰 음식까지 섭렵했다. 이천여 년 전 한국에 뿌리내린 불교가 어떻게 새로운 문화로 피어오르는지 기자가 사찰에 핀 연꽃 위에 살포시 올라타 봤다.

임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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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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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양복을 입은 부처 전신상 옆에 서서 포즈를 취한다. [사진 : 김산 기자]

번뇌하는 청년을 사로잡다
청년층 사이에서 불교가 신앙심과 무관하게 누구나 즐기는 문화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실제로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 관람객 중 2030세대 비율은 73%에 달했으며, 무교 관람객도 48%를 차지했다. 김영재(한양대학교 ERICA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불교는 청년층이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추세며, 박람회와 체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그 인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불교계는 가벼운 체험을 마련해 청년층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교리 전달 중심의 포교에서 벗어나 체험과 공감을 앞세운 방식으로 변모하고 있다. 개인의 경험과 깨달음을 중시하는 불교 교리의 특성 속에서, 믿음 없이도 종교를 문화 콘텐츠로 가볍게 향유하는 ‘라이트(Light) 신앙’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석길암(동국대학교 불교문화대학 불교학부) 교수는 “불교는 처음부터 엄격한 의례와는 무관한 종교였다”며 “불교가 시류에 맞게 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불교의 유연한 가치관 역시 청년 세대의 공감을 얻는 요인으로 꼽힌다. 집착을 내려놓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는 가르침은 개인의 속도와 선택을 존중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이는 과도한 경쟁과 비교에 피로를 느끼는 청년에게 심리적 여유를 준다. 특히 불교는 특정한 신을 따르기보다, 각자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방향을 찾아가는 수행을 강조한다. 이를 기반으로 불교는 청년에게 신앙을 넘어 ‘스스로 성찰하는 방식’으로 다가간다. 임명호(단국대학교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불교에서 부처님은 절대적인 신이 아니라 성공한 수양자로서의 모범을 보이는 존재”라고 덧붙였다.

▲불교박람회 부스 앞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 [사진 : 김산 기자]

극락행 티켓을 끊다
산속에 있는 사찰에 가야만 불교를 접할 수 있다는 공식은 잊어라. 바로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이하 불박)’의 등장이다. 지난달 2일부터 5일까지 열린 불박은 약 25만 명의 관람객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만 명이 늘어난 역대급 흥행을 이뤘다. 김 교수는 “불교가 힙한 취향과 결합되며 청년 세대가 능동적으로 즐기는 새로운 콘텐츠가 됐다”고 분석했다.
전통 사찰 대신 불박은 다양한 콘텐츠를 앞세워 청년에게 색다른 재미로 다가온다. 전통 불상 전시는 물론, 스님 대신 목탁을 치는 고양이 장식품 등 MZ세대의 취향을 가득 담은 힙한 굿즈를 만나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여기에 EDM 음악에 맞춘 퍼포먼스까지 더해지며 불교는 신선한 문화로 재탄생했다. 불박에서 부스를 운영한 연화사의 연기 스님은 “과거에는 교리를 중심으로 접근했다면 이제는 불교 관련 키워드를 재치 있게 풀어내며 쉽게 다가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직접 찾은 불박 현장은 시작부터 열기로 가득했다. 건물 입구에는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이 이어졌고 내부는 걷기 쉽지 않을 정도로 붐볐다. 인파 사이로 기자의 눈을 사로잡은 분홍색 본존불 피규어를 구매하기 위해 젖 먹던 힘을 다해 손을 뻗기도 했다. 불박에 참석한 노지원(23) 씨는 “반가사유상 키링을 구매해 가방에 달고 다니며 마음의 안정이 필요할 때마다 바라본다”고 밝혔다.
청년은 불교 굿즈를 통해 불교의 교리를 ‘취향’으로 풀어낸다. 마음을 다독이는 문구가 담긴 소품을 구매하며 일상 속 원동력을 얻는다. 반가사유상 피규어의 미소에서 여유로움을 느끼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기도 한다. ‘무소유’를 말하는 불박에서 두 손 가득 굿즈를 들고 나온 뒤 ‘오늘 완전 풀(Full)소유했다’고 웃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석 교수는 “청년은 불교의 교리를 주체적으로 재인식하고 직접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풍선과 부채로 꾸며진 부처님 생일 카페 [사진: 금세현 기자]

오늘 우리의 최애는 부처님
‘부처님 생일 카페(이하 부처님 생카)’가 청년층 사이에서 불교를 색다르게 즐기는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 출발한 형식이 불교와 결합하면서 부처님오신날마저 청년의 취향과 감각이 반영된 행사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연화사에서 진행된 부처님 생카는 총 500잔 분량의 연꽃 라테가 조기 소진될 만큼 높은 관심을 받았다.
부처님 생카는 재치 있는 인테리어와 이색적인 메뉴를 통해 불교를 보다 친근하게 풀어낸다. ‘Happy Buddha Day’와 같은 재치 있는 슬로건 아래 불교 요소를 반영한 다양한 메뉴가 판매된다. 공간 역시 아이돌 생일카페처럼 꾸며져 익숙한 생일카페에 불교 상징을 자연스럽게 녹여내 청년의 참여를 유도한다. 김 교수는 “부처님 생카는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청년은 부처님을 하나의 ‘최애’처럼 대한다. 부처님 생카에서 연꽃 라테를 마시며 굿즈를 모으고, 포토존에서 찍은 인증샷을 SNS에 공유한다. 가벼운 자기 수양마저 즐거운 콘텐츠처럼 소비하며 청년은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얻는다. 불교 문화를 공유하며 청년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꾸준히 돌보는 계기를 얻기도 한다. 부처님 생카에 방문한 김영채(25) 씨는 “부처님이 종교에서 모시는 존재보다 더 가까운 존재로 느껴지는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기자가 직접 부처님 생카에 들어서자 먼저 눈에 띈 건 아이돌 생일카페 못지않게 구성된 공간이었다. ‘중생아 사랑해’ 스티커가 붙은 거울이 배치돼 있고 부처님 등신대가 놓인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남긴다. 연꽃 라테를 마시는 순간만큼은 그야말로 부처님의 광팬이 된 듯하다. 카페에서 직접 스님과 마주 앉아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예상보다 훨씬 유쾌한 분위기였다. 김 씨는 “생카 분위기에 불교가 잔뜩 녹아 있어 불교를 덕질하듯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자가 사찰음식을 먹고 있다. [사진: 황수민 기자]

몸과 마음을 챙기는 한 끼
불교 문화를 향유하는 청년층이 늘며 ‘사찰 음식’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청년밥心(심)’ 등 주요 사찰 무료 급식 이용자가 급증해 배식 규모가 5배까지 늘었을 정도다. 사찰 음식은 지난해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다. 청년밥心(심)을 운영하고 있는 연화사의 주지인 묘장 스님은 “먹는 것이 곧 나를 이루듯이 사찰 음식은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식사”라고 설명했다.
건강을 중시하는 채식 트렌드가 확산되며 사찰 음식이 새로운 식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채식과 육식을 병행하는 ‘유연한(Flexible)’과 ‘채식주의자(Vegetarian)’인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 증가함에 따라 사찰 음식이 더욱 각광받는다. 석 교수는 “자극에 자주 노출되는 청년에게 사찰 음식은 새로운 식문화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찰 음식을 통해 자극적인 식탁에서 잠시 벗어나 청년은 비움(空)을 경험한다. 자극적인 음식과 빠른 식사에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한 끼를 음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식사에 집중하게 된다. 오신채*를 배제한 식단은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석 교수는 “몸과 마음을 가볍게 비워내는 경험은 과잉 소비와 빠른 일상에 익숙해진 청년에게 색다른 쉼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찰 음식점 ‘마지’에 방문해 직접 사찰 음식을 먹어봤다. 정갈하게 차려진 연잎밥 한 상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은은한 연잎 향이 스며든 밥과 담백한 반찬을 맛보며 재료 자체의 맛에 집중했다. 매운맛, 짠맛 등 강한 자극 없이도 깊은 풍미가 전해졌다. 평소와는 다른 절제된 한 상이 주는 만족감이 매력적이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몸과 마음이 한층 가벼워진 듯한 여운도 남았다. 김 교수는 “사찰 음식은 건강한 식재료를 통해 몸의 부담을 덜고 건강을 추구하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오신채 : 마늘, 부추, 달래, 파, 흥거 등 자극성이 있는 다섯 가지 채소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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