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3주 차에 일부 상영관 상영 중단. 영화 <암살자(들)>의 얘기다. 해당 영화는 1974년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과 당시 유신 정권의 언론 통제에 맞선 언론인의 모습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 개봉 후 일부 단체는 해당 작품이 역사를 왜곡했다며 제작진과 출연진을 향해 비난을 쏟아부었다. 이러한 모습은 그간 우리 사회가 견지해 온 창작의 자유와 개인의 견해를 존중하는 태도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창작물은 언제나 다양한 해석과 평가의 대상이었다. 작품의 주제와 표현 방식에 대한 비판은 창작물을 둘러싼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러나 이번 상황은 다르다. 작품의 해석을 둘러싼 논쟁과 논박이 아닌 특정 개인에게 적대감을 표출하는 형식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급기야 출연 배우의 자택 앞에서 영화 출연을 문제 삼는 집회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비판’의 본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비판은 단순히 잘못을 지적하거나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주장의 타당성을 따지고 그 이면의 한계와 모순을 살피는 과정이다. 특히 청년에게 비판은 기존 질서를 당연시하지 않고 사회의 문제를 발견하며 자신의 신념과 판단 역시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성찰을 끌어내기도 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타인의 주장과 자신의 판단을 함께 검토하며 더 나은 답을 찾아가는 자세라는 의미다.
영화는 이러한 비판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영화가 허구의 서사와 인물의 삶을 통해 현실의 모순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관객은 인물의 선택과 갈등을 따라가며 사회가 당연하게 여겨 온 가치에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과 논쟁이 자신의 판단을 담을 수 있는 이유가 되는 것이 그 부분이다.
대중은 비판 의식을 바로잡아야 한다. 타인의 주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과 비교하며 서로의 판단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출발점일 테다. 이번 논란은 우리 사회가 서로 다른 견해를 옳고 그름의 이분법으로 나누고 자신의 판단만을 옳다고 여기는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비난이 아닌 올바른 비판이 오갈 수 있도록 서로 다른 견해가 대화와 성찰로 이어지는 공간으로 극장이 다시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
이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