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고난의 서면신청… 학생들은 왜 밤을 새웠나 (한성대신문, 542호)

    • 입력 2019-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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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0-16 15:42
▲서면신청 당일 아침, 학생들이 번호표를 배부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

지난 2월 17일, 창의관 5층에서 ICT디자인학부(이하 ICT) 학생들이 강의 서면신청을 위해 텐트를 치고 밤을 새우는 사태가 발생했다. ICT 과사무실(이하 과사무실)에서는 18일 오후 1시부터 진행되는 서면신청 번호표를 당일 오전 10시 30분부터 배부하겠다고 문자 메시지로 공지했다. 그런데 선착순으로 진행되는 서면신청의 특성 때문에 경쟁이 과열돼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전날부터 학교에 나와 밤을 새웠다. 가장 먼저 줄을 선 학생은 17일 오전 11시경부터 대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

이번 서면신청이 과열된 것은 야간 학생들과 복수·부전공 학생들이 오로지 서면으로만 수강신청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임일러스트레이션 트랙을 제외한 ICT 소속 트랙은 야간 대학을 운영하지 않는다. 따라서 해당 트랙을 2트랙으로 선택한 야간 학생들은 ICT 수업을 들으려면 주간 학생들이 수강신청하고 남은 자리에 들어가야만 한다. ​

이정현(인문 2) 학생은 “트랙을 선택할 당시, 주간 대학만 운영하는 ICT 소속 트랙을 야간 학생이 2트랙으로 선택해도 수강신청이 가능한지 학사지원팀에 문의했다. 야간 학생을 위한 T.O가 마련될 것이라는 답변만 믿고 트랙을 선택했는데, 막상 수강신청 당일이 되니 전산상에서 강의 선택이 불가했다”고 말했다. ​

이에 대해 김기호(디자인대학 교학팀) 부장은 “야간 학생들과 복수· 부전공 학생들도 전산으로 수강신청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는 당사자들과 자과 학생들 간에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답했다. 그는 “학사지원팀에서 야간 학생들을 위한 T.O 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해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실기시험을 거쳐 입학한 자과 학생들의 반발이 우려돼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았다. 복수·부전공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

학생들은 강의 분반이 적게 개설된 것도 서면신청 경쟁 과열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백민재(융복합디자인학부) 조교 는 “수강신청 전에 장바구니 제도를 활용해 강의 수요조사를 한 후 분반을 개설한다. 그런데 예측한 수요보다 수강신청을 원한 학생이 많아 분반이 적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 이라고 설명했다. ​

이외에 디자인대학에 소속돼 있지 않은 2트랙 학생들과 복수·부전공 학생들에게 서면신청 날짜 및 방법이 공지되지 않은 문제도 있었다. 과사무실에서 발송한 공지 문자 메시지를 해당 학생들에게는 발송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백 조교는 “공지 메시지를 보낼 당시에는 디자인대학 소속이 아닌 학생들의 연락처에 접근 할 수 있는 권한이 과사무실에 없었다. 사태 발생 후인 2월 20일에 권한을 받았으므로 앞으로는 모든 학생들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을 것”이 라고 말했다.​

또, 서면신청 정보를 디자인대학 소속 학생들로만 구성된 단체 채팅방에서 공유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구현(애니제품 3) ICT 학생회장은 이와 관련해 “ICT 단체 채팅방과 학과 채팅방에 공지를 올린 것인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관련 강의를 듣는 타 단과대 학생들을 학생회가 모두 파악해 먼저 초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타 단과대 학생이라도 요청하면 언제든 채팅방에 초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한편, 우리학교는 일반적으로 2차 수강정정 이후 서면신청을 진행하는 데, 이번 ICT 서면신청은 1차 수강정정과 같은 날 시행돼 학생들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백 조교는 “2차 수강정정 이후 서면신청을 받으면 분반이 열리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학기 초반에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되므로 서면신청 날짜를 앞당겼다”며 “1차 수강정정이 종료된 후, 정정에 실패한 학생들이 찾아오면 그때 번호표를 배부하려고 했다. 학생들이 전날부터 밤을 새우며 기다릴 거라곤 미처 예상치 못했다”고 전했다. ​

디자인대학은 지난 2월 25일 간담회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 입장과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디자인 대학이 제시한 개선 방안은 ▲10명 이상 추가 신청자가 발생하면 원칙 적으로 분반 허용 ▲과목별 일정 T.O 를 야간 학생에게 배정 ▲서면신청 시기는 2차 수강정정 기간 이후로 조정해 서면신청자 인원 최소화 ▲학기 중 수요조사를 통해 수요가 많은 과목은 계절학기에 개설 등이다. ​

이날 김홍배 ICT디자인학부장은 “본질적 원인은 분반이 적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바구니 이용률을 높여야 정확한 강의 수요 조사가 가능하고, 그에 맞춰 분반을 개설할 수 있다. 앞으로 장바구니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

또한, 백 조교는 “서면신청은 2차 수강정정 기간까지 받을 예정이다. 가능한 모든 학생들이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서면신청과 관련해 논란이 된 사건은 또 있었다. 학생들이 서면신청을 위해 장시간 대기하자, 상황파악에 나선 학사지원팀 교직원이 서면신청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학생들에게 “그럼 서면신청을 없앨까요?” 라고 반문한 것이다.​

그 자리에 있었던 곽지은(서양화 4) 학생은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밤을 새워가며 서면신청을 해야 하는 문제를 강의 분반을 늘리는 등 학교가 본질적으로 해결해주는 것이다.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서면신청 뿐인 학생들도 있는데, 상황을 파악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답하기는커녕 서면신청을 없애겠다는 식으로 학생들의 말문을 틀어막으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성자(학사지원팀) 팀장은 “학사지원팀에서는 서면신청에 불만을 표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 서면신청 제도 존속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것뿐이다. 학생들의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명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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