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등록금에 포함된 실험실습비, 세부 내역 공개는 아직··· (한성대신문, 603호)

    • 입력 2024-09-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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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09-30 00:10

공개 여부 결정은 트랙·학과(부) 재량

본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2024학년도 학교비 세입·세출 자금예산명세서」에는 등록금 지출 항목으로 실험실습비가 명시돼 있다. 모든 학생이 내는 등록금에는 실험실습비가 포함되는 것이다. 『실험실습비 운영내규』에 따르면 실험실습비는 교과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각종 소요경비와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비용이다. 본교에서는 실험실습비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실험실습비가 어디에 사용되는지 모른 채 등록금을 납부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의 실험·실습에 필요한 비용을 학교 측에서 충분히 제공해주지 않아 학생들이 사비를 지출해 실험·실습에 필요한 물품을 충당하는 사례도 발생한 바 있다.

『실험실습비 운영내규』 제5조에 따르면 실험실습비의 사용 범위는 교과운영비와 교육활동비로 구분된다. 교과운영비는 실험기구의 유지보수, 교육용 소모품 구매 등에 사용되며, 교육활동비는 ▲캡스톤디자인 전시회 ▲졸업작품 발표 ▲특강료 등에 쓰인다. 또한『 실험실습비 운영내규』 제9조에 따르면 실험실습비 집행 잔여액은 차기 회계연도로 이월되지 않는다. 잔여액은 교육 환경 개선, 장학금 지급 등 대학 교육과 연관되는 직접교육비로 사용된다. 이선해(예산관리팀) 팀장은 “지난 4월 탐구관 지하 1층 공간을 리모델링해 PBL 강의실을 확충하고자 직접교육비를 사용했다”고 전했다.

대학본부에서는 학기별 재학생 수를 산출 후 재학생 수에 비례하게 각 학과에 실험실습비를 배정한다. 이후 각 트랙·학과(부)에서 실험실습비로 배정받은 금액을 자율적으로 사용한다. 이 팀장은 “『실험실습비 운영내규』에 따라 실험실습비 사용에 대한 각 항목이 적절한지에 대해 판단하는 역할은 학사지원팀에서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단과대학별 각 트랙·학과(부)의 실험실습비는 주로 ▲특강료 ▲수업재료 구매 ▲MT 등에 사용된다. 학과의 특성상 졸업 작품 및 졸업 전시를 준비해야 하는 학과에서는 실험실습비가 졸업 작품 및 졸업 전시 비용에 사용되기도 한다. 김민성(영미문화학과) 조교는 “특강비와 행사 지원비 등에 실험실습비가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심예지(무역학과) 조교는 “주로 트랙별 연합 MT나 진로 특강, 멘토링 등에 실험실습비가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강유정(무용과) 조교는 “졸업 전시나 창작 발표회에 실험실습비가 사용된다”며 “발표회 시 필요한 피아노 반주 등이 그 예시”라고 말했다.

실험실습비는 각 트랙·학과(부)별 특성에 맞게 사용된다. 하지만 실습 형태로 진행된 수업이 적어 실험실습비 사용처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연준(컴공 3) 컴퓨터공학부 학생회장은 “컴퓨터공학부가 진행하는 수업이 대부분 개인 노트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컴퓨터 수업을 제외한 실습으로 진행하는 수업이 현저히 적어 등록금 납부에 있어서 지원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고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웹공학트랙이 2트랙인 김동우(동양화 4) 학생은 “비품을 활용하는 등의 실습 수업이 거의 없다”며 “학과의 커리큘럼 상 실습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실험실습비로 지원받는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컴퓨터공학부 학부장을 맡은 허준영(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실험실습비는 수업에 필요한 라즈베리파이 구매나 클라우드 사용료, 캡스톤 관련 재료 지원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된다”며 “학부의 실험실습비 예산과 사용처에 대해선 학부 측에 문의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팀장은 “학과별로 특수성이 있어 실험실습비를 쓰고자 하는 고유한 방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실험실습비의 사용내역을 공개해 학생들의 불만을 해결해달라고 말한다. 실험실습비 사용내역이 공개된다면 학생들이 갖는 의문을 해소할 수 있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이선결(기계전자 4) 학생은 “실험실습비 사용내역을 공개하면 예산 사용처가 공개되지 않는 것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병철(컴공 2) 학생은 “실험실습비 사용내역이 공개된다면 실험실습비 사용내역에 대한 학생들의 의구심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민(컴공 2) 학생은 “등록금을 납부하는 학생들이 제기하는 의견에 맞춰 학교 측이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학생들의 의견에 관해 학생 대표자들은 학생들의 불만이 많다면 학교 측에 실험실습비 사용내역 공개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서연(ICT 3) 디자인대학 회장은 “디자인대학 수업에서 필요한 프로그램에 관한 비용적 지원이 없다 보니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에 대비한 혜택을 보장받는 것이 불확실하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많아진다면 학교 측에 실험실습비 사용내역 공개 요청을 건의할 의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현(컴공 3) IT공과대학 회장은 “정보가 다른 이를 거쳐 공개가 된다면 그 정보의 투명성에도 불신이 생긴다”며 “학생 대표 입장에서 학교 측에 실험실습비 사용내역 공개를 요청할 순 있지만 학생회장이 아닌 학교 측에서 공개를 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등록금 책정에 관한 심의를 진행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에 소속된 학생 대표자들도 실험실습비 공개에 관한 의견을 내비쳤다. 장문수(컴공 4) 총학생회장은 “실험실습비와 관련한 학생들의 불만 사항은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김동규(사회과학 4) 총대의장은 “해당 부서에 학생들의 불만이 건의된다면 학교 측에서 실험실습비 사용내역을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실험실습비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학우들이 실험실습비 사용내역에 관해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본부 측은 각 트랙·학과(부)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규정이 없어 실험실습비 사용내역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대신 예산관리팀에서 총액자율예산제도를 시행 중이다. 예산관리팀이 등록금을 모두 징수한 뒤 각 단과대학에 배분하면 단과대학장이 각 트랙·학과(부) 예산을 할당하는 방식이다. 이 팀장은 “현재 학과별 예산은 단과대학장 주도하에 총액자율예산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실험실습비 공개는 각 학과 자율성에 맡겼기에 모든 학과에서 실험실습비 내역을 공개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실험실습비 사용내역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트랙·학과(부)의 재량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해당 트랙·학과(부) 사무실에 방문해 실험실습비 열람을 요청한다면 트랙·학과(부) 재량에 따라 공개가 가능하다. 이 팀장은 “대학본부가 실험실습비 사용내역 공개에 관한 공문을 보내는 등의 절차가 없어도 트랙·학과(부) 자체적인 판단에 의해 학생들에게 공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학생들의 불만으로 실험실습비 사용내역 공개가 의무화된다면 학교 측에서 공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본지가 대학교 실험실습비 내역 공개의 현황을 파악하고자 수도권 4년제 대학 77개*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바, 실험실습비 내역을 공개하는 대학은 전체의 84.4%(65개)였다.

*수도권 4년제 대학 77개 : 『고등교육법』 제2조에서 규정하는 대학‧교육대학. 산업‧전문‧원격‧기술대학과 각종학교를 제외한 범주이며, 이원화 캠퍼스는 본교와 동일한 대학으로 간주하고 분교는 본교와 상이한 대학으로 처리했다.

황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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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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