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월드컵 온다, 트리온다! (한성대신문, 623호)

    • 입력 2026-06-0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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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6-06-08 00:01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매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특징을 담은 축구공을 새롭게 제작한다. 이번 대회를 위해 제작된 공인구 ‘트리온다(Trionda)’는 비행 안정성, 판정 정확성 등을 향상시켜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과학 기술의 집약체로 평가 받는다. 어째서 단순한 축구공이 이렇게까지 주목받는 것일까. 지금부터 그 이유를 파헤쳐보자.

트리온다에는 ▲4패널 구조 ▲디보싱 패턴 ▲IMU 모션 센서 칩 등 다양한 기술이 적용됐다. 이중 4패널 구조는 공을 완전한 구에 가깝게 구현하기 위한 제작 방식이다. 패널은 축구공의 겉면을 이루는 가죽 조각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축구공은 정오각형 패널 12개와 정육각형 패널 20개를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그러나 트리온다는 4개의 넓은 가죽 조각이 공을 감싸듯 결합돼 하나의 구형을 완성한다. 성종훈(인하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패널 수가 줄면서 구에 가까워지고 공의 궤적을 제어하기 수월해진다”고 전했다.

구에 가까워진 공은 표면 전체에 공기가 균일하게 흐르며 공기 저항 또한 일정하게 분산된다. 패널 수가 많아 이음새가 다수 발생할 경우 표면이 공기와 충돌하면서 흐름이 불규칙해진다. 공기 흐름이 일정하지 않으면 공의 궤적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므로 공을 구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다. 홍성찬(서울여자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공 주위의 공기 흐름이 불규칙할 경우 공이 옆으로 휘거나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의 겉표면에 미세한 입체 돌기를 형성하는 디보싱 패턴도 적용됐다. 디보싱 패턴은 공기 흐름을 제어하기 위한 표면 처리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축구공은 매끄러운 코팅 재질로 이뤄져 있으나 트리온다는 디보싱 패턴을 통해 공의 비행 안정성을 높인다. 성 교수는 “디보싱 패턴은 공기 흐름이 공 표면에서 떨어져 나가는 지점을 뒤로 늦춰 비행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표면에 난 돌기가 어떻게 비행 안정성을 높이는 것일까. 핵심은 공기 분자의 운동에너지를 높여 공기 흐름이 공 표면에서 떨어져 나가는 현상을 줄이는 데 있다. 공기가 공의 표면을 따라 끝까지 이동하지 못하고 중간에서 떨어져 나가면 공 뒤편에 저압 영역이 형성된다. 이때 해당 영역을 채우기 위해 외부 공기가 불규칙하게 형성되고 공의 궤적 또한 흔들린다. 표면의 돌기는 공기 분자가 공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는 힘을 만든다. 김성민(국립공주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저압 영역에 공기가 불규칙하게 형성될 경우, 공 뒤편에 소용돌이가 생성되는 ‘너클 현상’이 일어난다”고 전했다.

트리온다는 외형뿐만 아니라 내부에도 고도의 기술이 숨어있다. 트리온다의 내부에는 IMU 모션 센서 칩(이하 칩)이 탑재돼 있다. 칩은 공의 속도와 위치, 회전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장치다. 축구에서는 골 라인 판독 등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판정이 중요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공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기술이 필수다. 김 교수는 “인간의 시각 구조상 밀리미터(mm) 단위 차이를 정확하게 판별하기 어려워 공의 위치를 디지털화하는 기술이 도입됐다”고 말했다.

칩 내부에는 ▲가속도 ▲자이로 ▲지자기 센서가 내장돼 있다. 가속도 센서는 공의 직선 속도 변화를 측정해 이동 속도를 계산한다. 자이로 센서는 공의 회전 방향과 회전 속도를 측정하며 공의 위치와 회전 상태를 분석한다. 지자기 센서는 지구 자기장을 기준으로 x·y·z축 방향 정보를 파악해 공의 공간상 위치 변화를 측정한다.

트리온다의 칩은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와 연동돼 공의 위치와 선수 접촉 시점을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칩이 공의 속도, 위치 정보를 데이터화한 후, 해당 데이터가 비디오 판독 시스템으로 전송된다. 이후 경기장 카메라로 공을 받는 선수의 위치를 계산하고 칩 데이터와 결합해 원활한 심판 판정을 돕는다. 성 교수는 “내부센서의 데이터와 카메라의 데이터가 융합되면서 공의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리온다의 개발로 경기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던 오심 논란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함으로써 경기 판정의 정확도를 높이고 불필요한 경기 중단 또한 줄일 수 있다. 성 교수는 “스포츠 과학 기술은 경기의 본질을 해치지 않으면서 공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에는 공인구뿐 아니라 웨어러블 센서 기술, 인공지능 기반 경기 분석 등이 더욱 고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스포츠 산업에서는 선수의 움직임과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다. 홍 교수는 “현재 스포츠 기업들이 기술을 이용해 선수들의 활동량과 피지컬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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