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를 맞이한 이번 사진공모전은 ‘빛의 조각이 엮어낸 순간의 서사’라는 주제로 단순한 풍경이나 피사체의 재현을 넘어 서사적 내러티브를 담은 사잔 작품도 많이 출품됐습니다. 출품작들 다수는 주제의식에 충실하며, 빛이라는 사진예술의 본질적 요소를 서사의 실마리로 삼아 각각의 시선과 이야기로 표현해낸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번 공모는 특히 본교 재학생들의 삶의 감각과 창작 역량을 확인할 좋은 기회였으며, 수상작 선정에 있어 주제 적합성, 창의성, 기술적 완성도, 시각적 구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최우수상으로 선정된 “김이봄 작가의 「청춘」”은 사진이라는 평면 위에 찰나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구성해낸 작품으로, 도시 하천 위 징검다리를 건너는 두 인물의 실루엣은 관객이 저마다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정서적 여운을 남깁니다. 인물들은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가? 혹은 스쳐 지나가는가? 이러한 질문이 보는이에게 남겨지며, 작품은 단순한 순간 포착을 넘어 서사적 상상력을 유도합니다.
프레임 구성은 중앙에 빛을 집중시키고 양측을 어둠으로 감싸며 시선을 자연스럽게 인물에게로 유도해, 배경으로 펼쳐진 석양빛의 수면은 시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하며, 색온도의 따스함은 젊음의 온도처럼 느껴집니다. 빛의 방향성과 그림자의 위치, 주변부의 미묘한 질감까지 세밀하게 조율된 이 사진은, 카메라가 단지 현실을 담는 기계가 아니라 정서를 투영하는 예술 도구임을 다시금 상기시켜주고, 주제와의 부합도 측면에서나 창작자의 의도적 개입이 효과적으로 드러난 점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가작으로 선정된 “김지섭 작가의 「2월의 홍콩」”은 그 자체로 훌륭한 도시 기록이자 인간의 삶을 읽어내는 사회적 시선이 담긴 작품으로 홍콩의 전통적 건물, 세탁물이 걸린 발코니, 거리의 택시와 상점, 그리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장면은 아무렇게나 배열된 듯 보이지만 치밀한 구도 감각과 색채 조절을 통해 도시의 밀도를 가시화합니다.
특히 붉은 택시와 거리의 이정표, 그리고 인파의 흐름이 만든 동세는, 정지된 한 컷 속에서도 도시의 생동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오후의 따스한 빛을 받아 물결치듯 흔들리는 건물 그림자와 따뜻한 색조는 ‘2월’이라는 계절감을 극적으로 살려내며, 관람자에게 홍콩이라는 도시가 지닌 독특한 정서를 간접 경험하게 만든니다. 순간을 멈추고 바라본 도시의 감각이 주제의 ‘빛’과 ‘서사’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조용히 말해주는, 매우 성숙한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총평으로, 두 작품 모두 사진이 가진 기록성과 예술성을 조화롭게 구현했으며, 김이봄 학생은 삶의 서사를 시적으로 엮어내며 감각의 깊이를 보여주었고, 김지섭 학생은 도시의 층위를 읽어내는 관찰자적 감성을 통해 인간과 공간의 관계를 섬세히 포착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빛을 단순한 노출의 개념을 넘어서, 감정의 톤을 설정하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체적 매개’로 다룬 작품들이 돋보였으며, 이는 사진이 가진 근본적인 힘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평가됩니다.
향후 본 사진 공모전이 단지 우수작을 선발하는 행사에 그치지 않고, 젊은 창작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하며, 이번 수상작들은 그러한 가능성을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약력>
(사)한국사진작가협회 본부이사
(사)한국사진작가협회 청년분과위원회 부위원장
호국미술대전 운영위원
경찰사진대전 심사위원
행정안전부 재난사진공모전 심사위원
아쉬운 작품들
해질녘 도쿄의 지하철

문정민(인문 3)
아버지의 등뒤

나석환(사회과학 4)
망가진 시계, 멈춘 이야기

민찬빈(사회과학 1)
해안가

조성재(사회과학 3)
해마

이준원(패션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