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손쉬운 A+의 유혹, 사라지는 사고력의 경계에서 (한성대신문, 615호)

    • 입력 2025-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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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5-10-20 00:00

대학가에 생성형 AI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알바천국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78%가 학업에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공학계열(82.4%), 의약학계열(82.9%), 자연과학(80%) 등 이공계 학생의 비율이 높고, 주로 과제와 리포트 작성(88.6%)에 사용된다.

AI는 마치 지식의 바다를 항해하는 나침반처럼 정보 탐색에도 활발히 활용되며, 생성형 AI 사용자 94.5%가 학업 능률 향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한 71.8%의 학생들은 AI 기술이 미래 일자리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 편리함의 이면에는 우려스러운 현실이 존재한다. AI 기업 무하유의 과제물 평가 서비스 ‘CK 브릿지’가 검사한 대학 과제물 29만 건 중 27.3%가 표절 가능성 30% 이상으로 의심되며, 생성형 AI 탐지 솔루션으로 검사한 전체 문서의 55.9%에서 챗GPT와 같은 AI 서비스 이용이 감지됐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77.1%의 대학이 아직 생성형 AI 관련 정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교육 현장은 기술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대학의 AI 활용 가이드라인 연구에서는 교수자와 학습자의 주체성과 책임감을 강조하고, 교육 목적에 부합하는 윤리적 활용 규정이 시급함을 지적하고 있다.

AI는 현대 교육의 양날의 검과 같다. 전례 없는 효율성을 제공하지만, 학생들의 사고 과정을 대체하는 ‘지적 의존증’을 키울 위험도 있다. 눈앞의 A+ 성적표와 빠른 과제 완성이라는 달콤한 유혹 앞에서, 우리는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라는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AI 시대의 진정한 교육적 과제는 기술을 금지하거나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AI를 비판적으로 활용하고 검증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데 있다. 우리는 단순한 결과물보다 고민과 사유의 과정이 갖는 가치를 되새겨야 한다. AI가 인간의 사고를 돕는 도구인지, 아니면 사고력을 대체하는 위험한 대리자인지의 경계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하호철(패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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