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자의 외교 노트> 한일 정상, 상생의 물꼬를 트다 (한성대신문, 615호)

    • 입력 2025-10-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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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5-10-20 00:01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이 미래 협력의 청사진을 그렸다. 지난 30일 부산에서 개최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한일 과학기술협력위원회 재개 ▲한반도 비핵화 및 안보 공조 ▲한일 공통 사회문제 협의체 정례화 등의 의제가 다뤄졌다. 양국은 셔틀외교를 통해 정기적으로 소통하고 제도 협력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두 정상은 한 달 동안 두 차례의 회담을 가지며 셔틀외교를 본격화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회담은 이시바 총리의 퇴임을 앞두고 열린 만큼 한일 우호 협력 기조를 차기 정부로 이어가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한일 협력을 위해 두 정상은 ‘한일 과학기술협력위원회’(이하 위원회) 재가동을 약속했다. 2009년 이후 한일 과거사 갈등 심화로 인해 중단됐던 위원회를 회복시켜 AI·수소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의 공동 대응에 나선다. 이를 통해 공동 연구, 인적 교류, 정보 교환 등의 협력이 이뤄질 예정이다. 김주희(연세대학교 정치외교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오랜 기간 중단됐던 협의체를 활용하고 과학 기술 발전에 관해 장래 양국의 협력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한일 과학기술 협력이 산업 전반의 연결고리를 긴밀히 이어줄 것으로 내다본다. 위원회를 통해 연구개발 정책을 조율할 뿐 아니라 산업체와 연구진을 직접적으로 연결시켜 연구 및 직무 경험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석정(국립외교원) 연구교수는 “이번 합의는 청년 연구자에게 국제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양국 산업 연계를 강화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국은 공통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의 가교도 놓았다. ‘한일 공통 사회문제 협의체’(이하 협의체)를 구성해 ▲저출산·고령화 ▲국토 균형 발전 ▲농업 ▲방재 ▲자살 문제 등의 문제를 논의한다. 향후 협의체에서는 사회적 난제의 공동 해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실제로 회담 당일 제1차 협의체를 구성해 향후 운영 계획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협의체를 통해 한일이 정책 연계성과 실효성을 높이는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양 정상이 외교 현안을 넘어 각국의 사회문제를 공동의 과제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이유에서다. 협의체를 통해 한국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안에 보다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전문연구원은 “이번 협의체는 한일 양국이 단순한 국가 관계를 넘어 국민의 일상과 연결된 구조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북극항로 공동 활용 가능성 및 경제·무역 협력의 물꼬를 트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북극항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해상 운송 경로로 한국은 부산을, 일본은 홋카이도를 북극 항로의 중간 거점으로 조성해 동북아 물류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오는 10월 31일에 개최될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극항로를 포함한 해상 운송 효율화와 공급망 안전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분석된다. 남기정(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교수는 “북극항로 협력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의 해상 물류·경제 협력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한일 협력이 무역 구조의 다변화와 글로벌 공급망을 지탱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북극 항로 활용 논의는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산업·물류 협력의 기반 마련과 역내 경제 안정성 확보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영근(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는 “북극 항로 공동 활용 논의는 한일 양국의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구체화한다”며 “향후 아시아-유럽 물류 연결성을 높이는 중요한 협력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회담은 한일이 미래 지향적인 관계로 뻗어나가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논의된 안건이 국민의 생활 부문과 직결돼 있으며, 양국이 이해관계 조정의 가능성을 탐색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일본의 차기 내각과도 협력의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제시된다. 남 교수는 “정책 조정은 양국 간 협력 체제를 제도화하고 장기적 실행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이 과거사 문제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협력의 폭을 넓히되 역사 인식의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남 교수는 “중요한 건 한국이 과거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을 지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회담 이후 한국이 실무 성과 관리를 체계화하고 후속 협력을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전언한다. 양국의 과학기술·사회문제 협력이 청년층의 해외 진출과 연구 기회 확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안건 전반이 청년에게 미칠 영향이 직접적인 만큼 단기 성과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실행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윤 연구교수는 “이번 회담은 청년층의 해외 진출 기회를 늘린다”며 “한일은 협력 이행에 대한 실무 성과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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