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ETF, 시장을 움직이는 투자의 열기 (한성대신문, 624호)

    • 입력 2026-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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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6-08-31 00:00

경제 관련 뉴스를 보다 보면 가장 눈에 띄는 단어가 있다. 바로 ‘상장지수펀드(이하 ETF)’다. 지난 8월 4일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7월 한 달 동안 약 78조 원 감소하며 500조 원 아래로 내려갔다. 불과 한 달 전까지 사상 최대 규모로 몸집을 키웠던 ETF 시장이 증시 급락과 함께 급격히 위축된 것이다. ETF는 여러 자산에 분산 투자하면서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어 개인투자자가 선호하는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ETF는 단순히 여러 종목을 담은 금융상품에 그치지 않고 시장의 변동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하나로 움직이는 여러 자산

ETF는 특정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만든 금융상품이다. 일반적인 펀드는 투자자가 돈을 맡기면 운용사가 여러 자산에 대신 투자한다. 이후 투자자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매수하거나 환매한다. 반면 ETF는 거래소에서 투자자가 직접 매수·매도할 수 있는 펀드다.

ETF 1주를 매수하면 여러 자산에 동시에 투자하는 효과를 얻는다. 이로 인해 개별 종목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투자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ETF’를 매수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증시 상위 200개의 상장사에 동시에 투자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한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다른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면 손실을 일부 상쇄해 특정 종목에 투자금이 집중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강민욱(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ETF는 여러 주식이나 채권을 섞어 투자하기 때문에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개별 기업이 가진 위험을 여러 자산에 나눠 보유해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TF를 이해하려면 ‘순자산가치’와 ‘기초지수’라는 두 가지 개념을 먼저 익혀야 한다. 순자산가치는 ETF가 보유한 주식·채권 등 모든 자산의 가치에서 부채와 비용 등을 제외한 뒤 총 발행 수량으로 나눈 값으로, ETF 1주의 이론적인 가치를 나타낸다. ETF의 시장가격은 주식과 마찬가지로 거래소에서 투자자의 매수·매도와 거래량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김채현(국립경국대학교 디지털금융학과) 교수는 “시장가격은 순자산가치의 변화를 바탕으로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투자자의 매수·매도 수급에 따라 순간적인 간극이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기초지수는 ETF가 따라가도록 설계된 주식·채권 등의 가격 움직임을 하나의 수치로 나타낸 기준이다. ETF는 기초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보유자산의 가치가 변하고 수익률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을 기초지수로 삼는 ETF가 있다. 이 ETF의 가치는 코스피200에 포함된 기업의 주가 움직임에 따라 변한다. 강 교수는 “ETF는 시장을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기초지수를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순자산가치가 변하면 ETF의 시장가격도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두 가격 사이에 차이가 생기고 다시 조정된다. 기초지수가 상승하면 ETF가 보유한 자산의 가격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순자산가치가 높아지면서 ETF의 시장가격도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반대로 기초지수가 하락하면, 보유 자산의 가격이 내려가고 순자산가치가 낮아지면서 ETF 시장가격 역시 하락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김규현(계명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기초지수의 구성종목 가격이 변하면 ETF가 보유한 자산의 평가액이 변하고, 이에 따라 순자산가치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며 “시장가격 역시 순자산가치의 변화를 바탕으로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변화한다”고 밝혔다.

수익과 위험 사이를 오가다

ETF의 투자 수익은 기초지수의 움직임에 따른 보유 자산의 가격 상승으로 발생하는 시세차익과 ETF가 보유한 자산에서 발생하는 배당·이자 등의 분배금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시세차익은 ETF를 매수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매도했을 때 발생하는 차익이다. 반면 분배금은 ETF가 보유한 주식에서 발생하는 배당이나 채권에서 발생하는 이자 등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ETF의 수익은 기초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되지만, 수익률이 기초지수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기초지수의 수익률과 ETF의 수익률 사이에 발생하는 차이를 ‘추적오차’라고 한다. 추적오차는 ETF의 운용보수와 거래비용, 기초자산의 배당금 및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매 차이가 누적되며 발생한다. 강 교수는 “ETF는 정해진 비율대로 자산을 매입해야 하지만 가격이 급격하게 변하거나 거래가 어려운 경우에는 정확히 같은 비율로 매입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TF의 실제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 사이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이 차이가 커질 경우 ETF가 보유한 자산의 움직임과 실제 수익률이 달라지곤 한다. 특히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의 수익률을 2배 또는 3배로 책정하도록 설계돼 기초지수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수익과 손실이 모두 확대되는 구조다. 따라서 ETF는 상품의 종류에 따라 일반적인 분산투자 효과와 보다 큰 가격 변동 위험도 병존한다. 김채현 교수는 “레버리지 ETF는 선물이나 스왑 같은 파생상품을 활용해 기초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2배 또는 3배 수준으로 증폭시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라고 말했다.

시장에 파동을 일으키다

ETF의 규모가 커지면 기초지수에 맞춰 투자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거래량이 늘어난다. ETF는 기초지수의 움직임에 맞춰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에 상품 규모가 확대될수록 목표한 투자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자산을 사고팔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ETF의 거래가 기초자산의 매수·매도 수요로 이어지면서 해당 자산의 가격 변동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생긴다. 김채현 교수는 “ETF의 규모가 커질수록 수익률 유지를 위한 거래량이 급증한다”며 “장 마감 직전 등 특정 시점에 대규모 매매가 집중되면 단기적인 수급 충격으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하락장에서 ETF의 순자산이 감소하면 운용 주체가 추가 손해를 막기 위해 ETF를 판매하면서 기초지수의 하락을 확대하는 ‘숏 감마’ 현상이 나타난다. 숏 감마는 기초지수가 오르면 매수하고 내리면 매도하는 대응 방식으로, 시장의 가격 변동을 더 크게 만든다. 하락장에서 매도 물량이 많아지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져 더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다. 이는 결국 해당 상장사의 주가 하락의 결과를 낳는다. 김규현 교수는 “ETF의 거래 충격은 차익거래 경로를 통해 기초자산 시장으로 고스란히 전이된다”며 “하락장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매도 흐름이 기초주식의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개인투자자의 ‘군집행동’과 ‘손실 회피 성향’ 등 투자 심리 역시 ETF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이다. 군집행동은 다른 투자자들의 행동을 따라 비슷한 종목을 동시에 사고파는 투자 행태다. 손실 회피 성향은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에서 느끼는 심리적 고통을 더 크게 받아들여 손실을 피하려는 성향을 뜻한다. 투자자는 상승하는 ETF를 따라 급매도에 나설 수 있다. 이처럼 시장의 같은 방향의 주문이 집중되면 가격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 강 교수는 “개인투자자가 주변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투자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레버리지 ETF처럼 변동성이 큰 상품은 군집행동과 결합할 경우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ETF는 투자 대상과 상품 구조가 다양해지고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ETF는 투자자의 자산 운용을 넘어 국내 증시의 주요 금융상품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김채현 교수는 “시장이 건전하게 안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투자자 교육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펀드 : 여러 투자자의 돈을 모아 전문가인 펀드매니저가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대신 투자한 뒤 그 이익이나 손실을 투자 비율에 따라 나눠주는 간접 투자 상품

**코스피200 : 코스피 상장 종목 중 시장 대표성, 유동성, 업종 대표성 등을 고려해 선정한 200개 우량기업의 시가총액을 지수화한 주가지수

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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