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양산형 인재 찍다 배움 놓친 부트캠프 (한성대신문, 616호)

    • 입력 2025-11-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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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5-11-10 00:01

단기 교육 제공하는 부트캠프

수강생 중도탈락 등 문제 발생

장기적 관점에서 실무 인재 육성해야

‘네카라쿠배’.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등 청년들 사이에서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IT 대기업을 일컫는 단어다. 취업 문턱이 높아진 오늘날, 그 문턱을 넘어설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른 교육 프로그램이 바로 ‘코딩 부트캠프(이하 부트캠프)’다. 부트캠프는 IT 개발자로서 필요한 실무 역량을 단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길러주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IT 분야에 대한 청년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정부 또한 부트캠프 참여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교육의 질 관리와 수강생 보호 장치가 미흡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부트캠프는 수강생이 3~6개월간 반도체·AI·로봇 등 첨단산업의 실무 역량을 습득하도록 설계된 교육 프로그램이다. 정부에서는 청년층의 산업 현장 진입을 촉진시키고 기업의 인력 수요를 충족한다는 목적 하에 부트캠프 운영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박진아(에이블런) 대표는 “산업 전반에서 인공지능·반도체·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실무형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정부가 부트캠프 확대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트캠프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K-디지털 트레이닝(이하 KDT)’ 사업을 앞세우고 있다. 『국민 평생 직업능력 개발법』을 근거로 프로그램의 기획과 평가를 진행하며, 대학 및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부트캠프를 운영 중이다. 참여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국비로 훈련비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비전공자도 단기간에 첨단산업 현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설계된 만큼 실습 중심의 교육이 주를 이룬다. 수강생은 짧은 기간 동안 프로그래밍 언어, 웹·애플리케이션 개발, 인공지능 등 실무에 바로 투입 가능한 기술을 배운다. 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문제 해결 능력과 협업 역량을 함양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면 첫 2주 동안 프로그래밍 기초지식을 익히고, 이후 실제 웹 서비스를 설계 및 구현하는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민석(국민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교수는 “부트캠프는 지식 습득과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병행하거나 기본 개념을 익힌 뒤 실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지식과 경험을 동시에 축적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과 기업 및 청년의 요구가 맞물리며 부트캠프에 참가하는 인원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의 「K-디지털 트레이닝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KDT 사업의 훈련인원은 2021년 11,727명에서 2024년 37,628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트캠프 시장이 확대되자 그 이면에 있던 강사의 전문성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일부 기관은 중개업체를 통해 강사를 파견받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 때문에 개발 경험이 부족한 비전문 강사가 수업을 맡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2022년 부트캠프를 수강한 정대현(29) 씨는 “강사의 수업 내용을 듣다 보면 ‘저렇게 설명하면 아무도 이해 못 할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며 “다른 수강생도 강사의 강의력이 형편없다는 불만을 제기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교수는 “강사의 전문성 부족은 현장 경험이 중요한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의 경험 전달 및 멘토링 관점에서 중대한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부트캠프가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본래 취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초기의 취지는 전공에 관계없이 누구나 개발 역량을 키워 실무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이미 기본 지식을 갖춘 전공자 위주로 편중되며, 비전공자의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K-디지털 트레이닝 훈련품질 제고를 위한 발전방안 마련」에 따르면, 수강생 전공 분포 중 인문·사회·예체능계가 33.5%에 그쳤다. 반면 이공계는 55%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봄이(한국직업능력연구원 청장년직업능력연구센터) 센터장은 “교육 시간 등의 한계로 인해 전공자 위주의 수강생을 선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강생의 중도탈락 역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중도탈락은 수강생이 교육을 정상적으로 이수하지 못하고 커리큘럼 도중 이탈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수강생들이 학습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수업을 그만두는 것이다. 상술한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KDT 수강생의 중도탈락률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5.8%, 6.8%, 7.8%, 9.3%를 기록해 꾸준히 상승했다. 2018년 6월부터 지난 8월까지 5개의 부트캠프를 수강한 하민성(35) 씨는 “중도에 포기하는 수강생들을 여러 번 목격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트캠프와 시스템 통합(이하 SI) 업계의 연계를 확대하고 있으나, 관련 정보 공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수의 부트캠프가 협력 기업과의 계약을 통해 수료생을 채용하고 있음에도 관련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특히 SI 업계로 연계돼 취업하는 경우 수강생들은 자신이 어떤 회사에 소속되는지와 어떤 업무를 맡게 되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채용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주진태(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은 “SI 업계에 새로 투입되는 신입 개발자는 구조나 역할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현장에 나가 혼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부실한 강사 채용 기준이 강사 전문성 부족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부 부트캠프가 강의 경력이나 실무 경험보다 정보처리기사, SQL(Structured Query Language) 개발자 등 자격증 보유 여부나 단순 필기·면접 평가만으로 강사를 선발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교육 품질의 편차가 크다는 지적이다. 주 부위원장은 “자격 검증을 하더라도 해당 검증 통과가 곧 실무 경험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이공계 수강생의 낮은 접근성은 커리큘럼의 미비함이 문제의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부트캠프의 커리큘럼은 표준화된 로드맵 없이 기관별 재량에 따라 구성되는 방식이다. 비전공자 입장에서 전공자가 대학에서 4년에 걸쳐 배우는 내용을 몇 개월의 압축된 커리큘럼으로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 씨는 “개발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수업 자체가 버겁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현재 많은 부트캠프가 빠르게 개설되고 개편되다 보니 커리큘럼 간 편차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수강생의 중도탈락 문제는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면서도 학습 점검이 이뤄지지 않고 프로젝트 중심의 운영이 지속되는 현상에 기인한다. 수강생의 이해도와 속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유사한 성격을 띠는 고용노동부의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직업훈련 과정에 상담과 진단을 함께 진행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사후 지원 서비스가 부실해 수강생 개개인의 수준과 학습 속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트캠프 관련 정보에 대한 공시 의무가 부재해 수강생들이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각 기관이 협력 기업명, 채용 연계 방식, 수료 후 근로 조건 등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청년이 프로그램을 객관적으로 비교·선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훈련 기관은 준법성 관련 자료를 공식적으로 제출할 의무가 없어 과정 승인 이후 결격 사유가 드러나도 해당 과정을 취소할 수 없다. 이 교수는 “수강생이 신뢰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정보 공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사진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체계적인 강사 관리와 평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해결책이 대두된다. 교육성과를 기반으로 한 강사평가제를 도입해 강사진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재교육이나 교체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전문 강사 확보는 모든 부트캠프의 핵심 과제”라며 “다양한 경력과 배경을 지닌 강사 풀을 구축하고, 강의 목적이나 수강생 수준에 따라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커리큘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표준화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기된다. 부트캠프 간 교육 수준의 격차를 줄이고 비전공자도 따라갈 수 있는 단계별 학습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박 대표는 “정부와 대학, 기업이 커리큘럼 관련 연구를 수행해 표준화된 로드맵과 역량체계를 제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수강생 중도탈락을 예방하기 위해 별도의 지원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강생의 수준을 고려해 보충 및 심화학습 등을 통한 훈련 과정을 제공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방식이다. 김 센터장은 “재교육 등을 포함한 사후 지원 서비스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트캠프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취업 중심으로 운영되는 부트캠프의 특성상, 정보 제공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수강생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교수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공식적인 창구 마련은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무형 인재를 육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임소연(동아대학교 기초교양대학) 교수는 “정부는 근시안적인 인재 양성에서 벗어나 기업 맞춤형 인재 양성이 아닌 실질적인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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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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