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칩의 열기를 잠재우다 (한성대신문, 627호)

    • 입력 2026-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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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6-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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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데이터센터에 냉각수 처방이 내려졌다. 인공지능(이하 AI)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이터센터의 열관리 기술이 데이터센터의 성능을 좌우하고 있다. 특히 고성능 반도체 칩에서 발생하는 열을 기존 방식보다 약 23배가량 신속히 제거하는 ‘직접 칩 냉각(이하 D2C)’ 기술이 새로운 냉각 방식으로 대두된다.

반도체의 성능을 지키는 냉각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데이터센터는 기업과 기관 등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탑재된 AI모델을 통해 처리한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내부에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핵심 반도체가 탑재돼 있다. 최근에는 AI가 급속도로 발전하며 고성능·고밀도의 반도체가 도입되는 추세다. 이에 반도체의 과열이 심해지고 성능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제기된다. 유동인(국립부경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AI 기술의 발전으로 연산량이 많아지면서 과도한 열이 발생하고 있다”며 “열이 반도체 전체에 퍼지는 것이 아니라 연산이 집중되는 일부 영역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데이터센터에서는 주로 ‘공랭식 냉각’ 기술을 이용해 열을 제거했다. 공랭식 냉각은 팬을 이용해 서버에 바람을 불어넣고 부품에서 발생한 열을 외부로 배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반도체의 성능이 높아짐에 따라 기존 공랭식 냉각만으로는 증가하는 발열량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유 교수는 “공랭식 냉각으로 더 많은 열을 제거하려면 더 많은 공기를 공급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팬의 소음과 전력 소비가 커지는 문제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 D2C(Direct to Chip) 기술이다. D2C 기술은 발열이 집중되는 반도체에 금속 냉각판을 부착하고 내부에 냉각수를 순환시켜 열을 제거하는 냉각 기술이다. D2C 기술은 냉각수를 사용해 공랭식 방식보다 열을 제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액체는 기체보다 열전도율이 높아 냉각수를 이용하면 공기만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반도체의 열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진균(국립한밭대학교 건축설비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물은 공기에 비해 분자가 촘촘히 밀집돼 있어 열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더 효과적으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열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다

D2C 기술은 ▲콜드 플레이트 ▲냉각수 분배 장치(Coolant Distribution Unit, 이하 CDU) ▲열 교환기 등을 거쳐 열을 외부로 방출시키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먼저 콜드 플레이트를 통해 반도체에서 발생하는 열을 흡수한다. 콜드 플레이트는 반도체 표면에 부착되는 금속 냉각판이다. 반도체와 직접 맞닿아 있어 열을 흡수한 뒤 내부를 흐르는 냉각수로 열을 전달한다.

콜드 플레이트 내부에는 냉각수가 흐르는 미세한 통로인 ‘매니폴드(Manifold)’가 형성돼 있다. 매니폴드는 냉각수와 금속 표면이 접촉하는 면적을 넓혀 효율적인 열의 이동을 돕는다. 냉각수가 필요한 부위에만 얇은 배관을 설치하기 때문에 기존 방식보다 적은 양의 물로도 효율적인 냉각이 가능하다. 이때 콜드 플레이트로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해 CDU 내에 설치된 펌프가 작동한다. 펌프가 냉각수를 밀어내면 냉각수는 그 힘을 받고 매니폴드를 따라 콜드 플레이트 내부를 순환하게 된다. 함정균(조선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는 “매니폴드는 냉각수를 콜드 플레이트 표면에 고르게 분배하고 열을 흡수한 냉각수를 회수한다”고 말했다.

열을 흡수한 냉각수는 배관을 따라 콜드 플레이트에서 다시 CDU로 이동한다. CDU는 냉각수의 온도와 양을 관리하고 순환을 유지하는 장치다. CDU 내에 설치된 펌프가 작동하면서 발생하는 압력으로 냉각수의 흐름과 압력을 조절한다. 이를 통해 서버 내부로 공급되는 냉각수의 순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반도체에서 발생한 열을 지속적으로 운반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조 교수는 “냉각수의 온도나 양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을 경우 반도체 가동 성능이 떨어질 위험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특히 CDU 내부에 설치된 여과 장치는 냉각수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기구다. 대표적으로 0.2마이크론 크기의 입자까지 여과하는 장치가 사용된다. 해당 장치는 박테리아와 미세한 이물질 등을 물리적으로 걸러내는 방식으로 실험실과 병원, 반도체 제조 시설 등에서도 폭넓게 활용된다. 냉각수에 포함된 이물질이 서버 내부의 미세한 통로로 유입되면 냉각수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어 필터를 통한 관리가 요구되는 이유다. 함 교수는 “냉각수에 포함된 금속 입자나 부식 생성물, 침전물 등이 미세한 통로를 막을 수 있다”며 “통로에 이물질이 쌓이면 냉각 성능이 떨어질 수 있어 필터를 통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CDU로 들어와 여과 장치를 거친 냉각수는 CDU 내부에 설치된 열 교환기로 이동한다. 열 교환기는 콜드 플레이트에서 흡수한 열을 외부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다. 이때 냉각수 자체를 외부로 배출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열만을 외부의 냉각수로 전달한다. 두 냉각수 사이의 온도 차이를 이용해 열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온도가 높은 냉각수와 낮은 냉각수가 금속판이나 관벽을 사이에 두고 흐르면 열은 온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전도된다. 조 교수는 “열 교환기에서는 온도가 높은 냉각수에서 금속판으로 열이 전달되고 다시 금속판에서 온도가 낮은 시설 냉각수로 열이 이동하는 구조”라고 부연했다.

열 교환기를 거친 냉각수는 냉각탑***이나 드라이 쿨러**** 등 외부 냉각 설비로 이동한다. 온도가 낮아진 냉각수는 다시 열 교환기로 돌아와 열을 전달받는 과정을 반복한다. 함 교수는 “냉각탑은 물의 일부를 증발시켜 열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온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드라이 쿨러는 팬의 성능에 따라 냉각 효율이 좌우된다”고 말했다.

성능을 넘어 안정성까지

전문가들은 D2C 기술이 기존 공랭식 냉각의 한계를 보완하는 주요 기술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2024년 미국의 데이터센터 인프라 전문기관인 ‘업타임 인스티튜트(Uptime Institute)’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약 22%가 이미 D2C 기술을 사용하고 있으며 약 61%가 향후 활용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유 교수는 “콜드 플레이트를 이용한 냉각 기술은 전기자동차, 의료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며 “향후 기술의 성능과 안정성이 향상된다면 D2C 기술의 활용 범위도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D2C 기술은 냉각수가 흐르는 배관이 반도체와 맞닿아 있어 누수 발생 위험이 존재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배관에서 누수가 발생하면 냉각수가 전자 부품에 유입돼 서버 설비에 치명적인 고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함 교수는 “누수에 대비하려면 콜드 플레이트와 배관, 연결부에 사용되는 소재가 냉각수와 호환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설비 전체를 특수 열전도성 액체에 담가 열을 식히는 ‘액침냉각’ 방식이 활발히 연구되는 추세다. 액침냉각은 서버 등 전자 장비를 특수 냉각액에 직접 담가 발열을 제거하는 기술이다. 냉각액은 공기나 물보다 열전도율이 높은 액체를 사용해 많은 열을 흡수하는 데 유리하다. 유 교수는 “냉각액이 반도체와 직접 접촉하기 때문에 냉각판을 거치는 D2C 기술보다 열을 전달하는 과정이 간소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처리장치 : 컴퓨터 등에서 프로그램 실행 등의 명령을 인지하고 실행을 지시하는 부품

**그래픽처리장치 : 컴퓨터 등의 화면에 그림, 영상 등을 빠르게 완성하는 부품

***냉각탑 : 산업 공정, 발전소, 대형 건물 등에서 발생한 뜨거운 냉각수를 외부 공기와 접촉시켜 열을 낮추는 장치

****드라이 쿨러 : 냉각수를 코일 내부에 순환시키고 장착된 팬을 이용해 온도를 낮추는 장치

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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