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한성대신문, 627호)

    • 입력 2026-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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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6-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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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가에 디지털성범죄의 그림자가 떠나질 않고 있다. 올해만 해도 인근의 고려대학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등에서 불법촬영 사건이 발생했다. 디지털 성범죄가 대학가에서 반복되는 이유를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만 볼 수는 없다. 왜곡된 성(性)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대학의 노력이 충분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성은 단순히 남성과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구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개인의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은 물론 사회가 성별에 따라 부여하는 역할과 기대, 그에 따른 관계와 권력의 문제까지 포괄한다. 사회 속에서 성은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함과 동시에 타인을 바라보고 대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성이란 ‘타자의 관점’을 이해하고 나아가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과정까지 살펴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대학은 성을 대상화하는 문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여성과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차별적 표현이 여전히 등장한다. 과거와 달리 차별하지 않는다는 논조를 둔갑하고 농담이나 유머로 포장되면서 문제의식 없이 소비되는 경우도 적잖게 목격된다. 차별적 언행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졌지만, 타인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까지 충분히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왜곡된 성 문화를 바로잡을 기회조차 빼앗기는 실정이다. 성인지 감수성을 기르고 타자의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할 동아리와 자치 기구도 하나둘씩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오가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할 대학이 오히려 학생들의 논의 공간을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성균관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동아리 ‘정정헌’이 30명이라는 적지 않은 인원수에도 불구하고 인원 미달 등을 이유로 중앙동아리에서 제명된 것이 일례다.

학문과 소양을 함양하는 집단인 대학에서 언제부터 ‘성’에 대해 쉬쉬했을까. 자신과 타인의 성별, 정체성에 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는 것 역시 교육의 중요한 역할일 테다. 대학 내 성교육은 형식적인 교육에 머무르지 않고, 모든 구성원의 존엄과 평등을 위해 다양한 성에 관한 논의로 확장돼야 한다. 성별의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도 품격 있는 대화가 오가는 문화를 기대한다.

김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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