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학위 취득에 필요한 8년의 시간을 5년 6개월로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이공계 인재를 조기에 양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학사부터 석사와 박사 과정을 연계해 운영하는 ‘학·석·박 통합연계과정(이하 학·석·박 연계과정)’을 추진 중이다. 학부 단계부터 연구에 참여하도록 해 전문 인재를 일찍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본교 역시 이번 학칙 개정을 통해 해당 과정을 신설했다.
학·석·박 연계과정은 학부 단계부터 연구 경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인재 양성 경로로 기능할 수 있다. 학부생 시절부터 연구 전반을 경험하며 교육의 연속성을 이어가는 것이 가능하고 이는 자연스러운 대학원 진학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학위 취득 기간 단축을 통한 조기 사회 진출은 연구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유인책이다.
하지만 단축된 학위 과정에 상응하는 교육의 질을 담보할 기준은 부족하다. 대부분 대학은 학부 재학 중 대학원 교과목을 미리 이수하고 이를 석사과정 학점으로 인정하는 방식을 사용 중이다. 대학에 따라 논문이나 종합시험이 면제되기도 한다. 부산대학교, 경북대학교 등이 그 일례다. 대학원 이수 기간이 줄어드는 만큼 해당 교과목이 대학원 수준의 교육을 충족하는지, 학생이 충분한 연구 역량을 갖췄는지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지만 이를 확인하고 평가할 구체적인 체계는 미흡한 실정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또다시 ‘속도전’이다. 학·석·박 연계과정은 KAIST가 2023년에 석·박사학위 취득 기간을 1년 단축하는 ‘TUBE’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이미 추진된 바 있다. 이때 도입 첫 학기 지원자 0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부는 2025년, 무려 2년 6개월을 단축한 ‘학·석·박 패스트트랙’을 도입시켰다. 수년 전부터 교육의 질과 실용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져 왔으나 학위 취득 기간을 줄이는 데만 집중한 셈이다. 그 결과는 2025년 기준 서울대와 부산대의 연계과정 지원자가 단 1~2명에 그치는 도돌이표를 그렸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본질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연구 인재를 조기에 발굴해 체계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당초 정책의 본질 아니었는가. 인재를 키우겠다면서 정작 학생이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배움의 질은 어디서 보장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은 찾아볼 수 없다. 연구 학생 개개인이 어떤 성취를 이루는지보다 학위 수여자 수를 늘리는 보여주기식 실적에만 급급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진정으로 인재를 키울 생각이 있다면, 제대로 된 관리 체계와 엄격한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
본교도 지난 10월 6일 「학칙 개정(안)」을 공고하며 학·석·박 연계과정을 신설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서 피어날 연구자들의 내일이다. 박사모를 찍어내는 ‘학위 공장’이 아니라, 깊이 있는 배움이 머무는 자리를 먼저 내어주기를. 진짜 인재의 요람으로 당당히 비상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혜윤 편집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