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화정> 패션의 미래는 기술이 아닌 사람에게 있다 (한성대신문, 627호)

    • 입력 2026-11-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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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6-11-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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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패션산업의 풍경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AI가 새로운 디자인을 제안하고,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하며, 가상의 모델이 실제 사람을 대신해 광고에 등장한다. 이제 패션은 감각과 경험에 의존하던 산업을 넘어 데이터와 기술이 경쟁력이 되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술이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에 패션의 가치는 어디에서 비롯될까?

나는 그 답이 여전히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패션은 단순히 옷을 사고 입는 행위가 아니다. 우리는 옷을 통해 취향과 정체성을 표현하고, 때로는 소속감을 느끼며, 추구하는 가치를 드러낸다. 같은 옷이라도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의미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를 갖는다. 소비자의 선택에는 데이터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과 경험, 문화적 맥락이 존재한다.

패션마케팅을 연구하며 흥미롭게 느끼는 점도 바로 이러한 소비자의 복잡한 마음이다. 소비자는 반드시 합리적인 이유만으로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익숙한 브랜드에 애착을 느끼기도 하고, 우연히 접한 콘텐츠에 마음이 움직이기도 한다. AI는 이러한 행동의 패턴을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지만, 소비자가 무엇에 공감하고 왜 특정 브랜드를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렇기에 미래의 패션 인재에게 필요한 역량은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과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의 조화다. 데이터를 읽되 숫자 너머의 소비자를 바라보고, AI로 콘텐츠를 만들되 그 안에 어떤 메시지와 가치를 담을지 고민해야 한다. 특히 기술을 능숙하게 다루는 것에서 나아가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미래 경쟁력이 될 것이다. 대학에서도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소비자의 문제를 발견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안하는 경험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기술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기술 자체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기술로 무엇을 만들어내느냐보다 누구를 위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느냐이다. 패션의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이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공감 능력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패션의 미래를 바꾸는 것은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깊이일 것이다.

신은정(미래융합사회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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