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인공지능… 인간의 경쟁자이거나 조력자이거나 (한성대신문, 529호)

    • 입력 2017-12-04 00:00

 최근 세계 최대 IT 기업인 구글(Google)은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새로운 방법인 ‘AutoML(Automated Machine Learning)’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AutoML은 기계학습 모델의 설계를 자동화하는 접근 방식으로, 최선의 인공 신경망이 더 나은 신경망을 설계하도록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는 인공지능이 개발된 셈이다.
 새로운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과 인공 신경망 구축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AutoML은 인간 전문가가 설계한 신경망과 동등한 작은 신경망을 구축해, 이런 인공지능 개발 과정을 더 쉽고 빠르게 해준다. 최근, 이 접근법을 통해 구글은 대규모 이미지 분류, 객체 감지 등 인공지능 개발 부문에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의 시대
 우리의 미래가 인공지능 산업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부정하기 힘든 사실로 보인다. 구글 CEO 선다 피차이(Sundar Pichai)는 연례 개발자 회의인 구글I/O에서 “모바일 중심에서 인공지능 중심으로 전환할 것(Mobile first to AI first)”이라고 선언한 바 있으며, 구글 이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바이두(Baidu), 페이스북(Facebook) 등 많은 기업이 인공지능 개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일각에서는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인공지능 개발자와 엔지니어뿐 아니라 비서, 의사 등의 전문직 종사자, 심지어 화가, 작사가, 작곡가 등의 창작자도 안심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영국의 스타트업 쥬크덱(Jukedeck)은 음악을 작곡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이 인공지능은 사용자가 장르와 분위기, 템포, 곡의 길이 등을 설정하면 원하는 음악을 30초 남짓한 시간만에 작곡해준다. 쥬크덱은 매번 다른 음악을 작곡해 들려주며, 이렇게 작업한 음악은 저작권 걱정 없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또,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딥 드림(Deep Dream)’은 주어진 이미지를 해석해 빈센트 반 고흐의 작화 스타일로 그려낸다. 딥 드림으로 제작한 29점의 작품은 단 한 번의 전시회와 경매로 한화 약 1억 1600만 원을 벌어들였다.
 지금까지 예술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지던 고유한 영역이었으나, 이러한 흐름이 확산되면 인공지능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하는 시대
 지난 10월 26일 닐슨코리아에서 발표한 ‘인공지능 기술 발달에 관한 한국인의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거나 위협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64.2%에 달했다. 그러나 경제협 력개발기구(OECD)는 작년에 발표한 ‘자동화에 따른 OECD 국가 간 일자리 위험 비교 분석 보고서’에서 자동화로 인해 대체될 확률이 70% 이상인 직업은 9%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한, 의료분야 인공지능 ‘왓슨(Watson)’을 개발한 IBM의 개발자 앤드류 노든(Andrew Norden)을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특정분야 종사자를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범죄 예측 서비스 ‘프레드폴(PredPol)’은 과거 발생한 범죄 종류와 시간, 장소 등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범죄 발생 확률이 높은 지역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프레드폴은 기존의 수동적이 었던 경찰 업무를 능동적으로 바꾸어 놓았으며, 그 효과로 실제 범죄 발생 횟수가 감소했다. 또, 미국 위스콘신 주 대법원은 인공지능 알고리즘 자료를 근거로 형사 재판 피고인에 대해 중형을 선고한 지방 법원 판결을 타당하다고 인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법조인의 판단을 도와주는 도우미 개념의 인공지능 연구도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계속해서 인간의 일자리에 대한 우려와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조력자로 남을 것인지, 경쟁자가 될 것인지 현재로서는 그미래를 정확히 예견하기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러한 고민이 더 이상 특정 전공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정성훈(기계전자공학부) 교수는 “시대의 흐름은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빨리 적응해야 할 것”이라며 “인공지 능과 공존하는 방식으로 적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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