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무한도전은 옛말, 민낯 드러낸 청년 창업 (한성대신문, 529호)

    • 입력 2017-12-04 00:00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기업생멸행정통계’ 자료를 보면 청년창업자가 설립한 기업이 1년 이상 생존한 비율은 53.4%, 2년 이상 생존한 비율은 36%였다. 5년 이상 자영업을 유지하는 비율은 15.9%에 그쳤다. 반면, 전체 신생기업은 1년 이상 생존한 경우가 62.4%, 2년 이상은 47.5%, 5년 이상은 27.3%로 나타났다. 이는 청년기업의 존속기간이 전체 기업 평균보다 10%가량 낮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청년기업 10곳 중 4곳은 1년 이내에, 5~6곳은 2년 이내에 폐업, 전직 등으로 문을 닫는 상황인 것이다. 청년들은 왜 폐업의 위험을 안으면서까지 창업을 하는 것일까? 통계청의 ‘2016 창업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의 창업동기를 묻는 문항에서 82%가 ‘창업 외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라고 응답했다. 이를 보면 청년들이 취업난에 시달리다가 결국, 선택지가 없어 창업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혁신'보다 '생계'
창업형태는 어떠할까? 통계청의 ‘기업생멸행정통계’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30대 미만 창업자의 63.3%가 도·소매업이나 음식·숙박업 형태로 사업을 시작했다. 최근 창업 풍토 역시 마찬가지다. 국세청의 '2017년 8월 사업자 현황'을 보면, 청년 창 업 시 도·소매업, 음식·숙박업으로 사업자를 낸 인원은 총 125,193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30대 미만 창업자 수가 227,461명인 것을 감안했을 때, 55%가 넘는 수치다. 보통, 창업은 크게 두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바로 ‘생계형 창업’과 ‘혁신형 창업’이다. 여기서 음식·숙박업이 생계형 창업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생계형 창업은 특별한 기술이나 큰 자본 없이도 시작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결국 취업난에 부딪혀 창업을 선택했지만, 청년들은 가진 기술이나 자본이 없다 보니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생계형 창업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어려움에 고개 숙이는 청년들
청년사업가들이 막상 생계형 사업에 뛰어든다고 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힘들다. 창업진흥원이 진행한 ‘2016년 창업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은 창업 장애요인으로 ‘창업자금 확보’를 1위(85.4%)로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창업 실패 및 재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26.6%), 창업부터 성공하기까지 경제활동 문제
(19.2%) 순이었다. 실제로, 청년지원협회의 고성호 회장은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는 자금이 부족해 사업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신 선한 사업 아이템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경영노하우가 부족해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는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창업 지원정책은 눈먼 정책?

현재 정부의 창업지원정책에서 자금지원 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94.3%로 매우 높 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정부는 창업지원을 자금지원정책 위주로 진행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런 정부의 지원이 청년창업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2016 창업기업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창업지원정책에 지원한 경험이 없는 창업주가 72.8%였고, 그중 지원사업 미신청 이유에 대해 ‘창업지원사업 시행 정보부족’이라고 답변한 청년이 41.7%에 이르렀다. 정부가 자금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음에도 정작 청년들은 그런 정책이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고 회장은 “청년들은 결국, 사업적 경험과 내공이 없기 때문에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서 멘토링과 투자 유치를 실시하고 있지만, 개인사업자에게 딱 맞게끔 지원해주는데는 한계가 있다. 진정한 지원은 돈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사업가들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결국 사업을 하는 것은 청년들의 몫이다. 사업 계획 단계에서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2018년도 ‘창업·벤처’ 분야에 올해보다 9.8% 증가한 3,922억 원을 예산으로 책정했다.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창업 지원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을 예정인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개선도 이뤄지지 않은 채로는 최근까지 계속된 ‘청년창업잔혹사’가 2018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동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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