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 전, 콜롬비아에는 <황금향 엘도라도> 전설이 존재할 만큼 황금이 많았다. 당시 이곳에 살았던 원주민들은 각종 장신구나 생활용품을 황금으로 만들어, 잉카나 마야 등 다른 중남미 문명에 뒤처지지 않는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했다. 콜롬비아 원주민은 황금빛 찬란한 문명을 가지고 있었지만, 황금을 단순한 보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황금을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제물로 인식했고, 그래서 황금으로 물건을 빚을 때 자연에 대한 동경과 신과 함께 하고픈 마음을 담아 만들었다. 과연 이들의 바람은 어떤 식으로 구현됐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전시 ‘황금문명 엘도라도’를 찾았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6년 만에 개최한 중남미 문명 특별전으로, 오는 10월 2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총 4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1부에서는 <황금향 엘도라도> 전설을 영상으로 소개하고, 2·3·4부에서는 황금 유물을 통해 과거 콜롬비아인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부활한 엘도라도’라는 제목이 붙은 1부 전시실에서는 웅장한 음향과 대형 스크린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황금향 엘도라도> 전설을 듣고 황금에 눈이 멀어 콜롬비아를 침략한 약탈자의 욕망, 그들로부터 문명을 지켜내려는 원주민의 모습, 신에게 황금을 바치던 원주민의 샤먼 의식 등 콜롬비아의 역사와 문화를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다.

3·4부는 각각 ‘샤먼으로의 변신’과 ‘신과의 만남’을 주제로 꾸며졌다. 이곳에는 당시 샤먼(제사장)이 제사 의식에 사용했던 물품이 전시돼 있다. <박쥐모양 장식>과 <퉁호>가 대표적이다. <박쥐모양 장식>은 샤먼이 의식을 진행할 때 착용했던 가면이다. 원주민들은 이 같은 동물 모양 장신구를 샤먼이 착용하면 그 동물로 변신할 수 있다고 믿었다. 전수희(국립중앙박물관) 도슨트는 “콜롬비아 원주민은 장신구를 착용해 동물의 능력을 얻기 바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식이 진행되는 순간만큼은 샤먼의 영혼이 완벽하게 그 동물로 변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퉁호>는 사람의 모습을 본떠 만든 황금인형을 통칭하는데, 원주민들은 샤먼 의식 중 이 인형을 호수에 던지거나 동굴에 안치했다. 황금인형을 신에게 바치며 소원을 빌고, 자신들의 안녕을 바란 것이다. 콜롬비아 원주민이 황금을 소유의 대상이 아닌,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인식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황금을 소유하는 것에서 벗어나 물건에 진심을 담아낸 콜롬비아 원주민. 때로는 자연과 동화하려는 수단으로, 때로는 신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황금을 사용한 이들의 모습을 보며 물질주의로 가득 찬 우리 사회를 다시 한 번 돌아본다. 이번 주말에는 ‘황금문명 엘도라도’를 방문해, 황금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장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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