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4일, 본지는 대학본부로부터 간사의 재계약을 8일 앞두고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또한 본부는 더 이 상 간사를 채용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간사 인원 감축을 통보했다. 본교의 재정이 줄어들었다는 이유에서다.
간사는 졸업생 조교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본지의 일원으로 함께했다. 간사는 학교와의 의견 조율, 기사 교열· 교정을 하며, 신문 발행 과정에 참여한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역할이기 때문에, 본지에서 기자로 퇴임한 사람 중에서도 언론사 및 기타 매체의 경험이 있는 졸업생이 간사를 맡아왔다. 최근 외부에서 진행되는 기자 교육이 어려워지면서 기자의 전문성을 위한 교육도 편집국장과 나눠 진행하고 있었다.
본부의 통보에 기자단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얼마 전 수습기자를 대거 선발해 일주일에 4일 이상을 투자하던 기자 교육 중단은 당연지사하고, 당장 신문 발행 준비에도 차질이 생겼다. 본지는 해당 사안을 받아들이되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유예기간을 달라고 본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본부는 간사 인원 감축 방편으로 TA조교(재학생조교)를 배치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당장 학교에 재학 중인 신문사 퇴임 기자가 매년 1~2명뿐이라 그 자리를 채울 인원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언론관련 학과도 없는 마당에, 퇴임 기자를 제외한 재학생 중 과연 신문 발행 생태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도 미지수다. 그동안 본지 기자단이 알아서 신문을 제작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또한 본부는 프레스센터 조교의 역할에 간사의 역할을 더하자는 제안을 했다. 현재 프레스센터 내에는 방송국과 영자 신문사, 신문사 총 3개 기구가 소속돼 있다. 각 기구에서 진행하는 행사부터 예산처리, 방송국 시설 및 영상 관리, 그 외 기구에서 발생하는 모든 행정업무를 조교 1명이 담당하고 있다. 지금도 조교 1명이 담당하기 버거운 업무량인데 간사의 역할까지 맡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본부의 제안처럼 간사가 조교의 업무를 함께 하는 타 대학 신문사가 있다. 다만 그런 경우, 간사는 교직원과 함께 행정 업무를 한다. 업무가 가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중앙대학교는 신문사가 속한 미디어센터 내에 교직원 2명과 간사1명이 행정업무를 하고 있다. 여기서 간사는 신문사 행정 업무 일부와 신문 발행 업무를 맡는다. 경희대학교 역시 신문방송국 내 1명의 교직원이 있으며, 간사는 신문사 일부 행정 업무만 하고 있다.
무엇보다 해당 사안이 결정되기까지, 본지 기자단은 어떤 논의에도 초대받지 못한 채, 간사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본부는 이미 소통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다. “학내 구성원 모두가 다른 구성원들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창원 총장이 취임 당시 본지와 했던 인터뷰 중 한 부분이다. 이 총장은 존중과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소통을 통해 혁신이 이뤄진다고 했다. 그러나 간사 인원 감축 과정을 보면 그 의미를 잊은 듯하다. 어디에도 존중과 신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본부는 해당 사안에 대해 본지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당사자인 본지의 의견 수렴 없이 진행된 인원 감축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 본부는 본지와 함께 간사 인원 감축을 대신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무늬뿐인 소통이 아닌 진짜 소통을 보여줘야 할 때다.
박희연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