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국 이커머스, 허술한 규제 틈새로 ‘배송 중’ (한성대신문, 601호)

    • 입력 2024-06-17 00:01
    • |
    • 수정 2024-06-17 00:01

<편집자주>

‘최대 99% 할인!’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테무의 광고다. 해당 문구처럼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는 100원부터 시작하는 초저가 상품을 대량 판매하고 있다. 청년들은 이곳에서 ‘가성비’가 높은 상품을 하나라도 건지기 위해 장바구니를 가득 채운다. 그리고 구매한 상품을 뜯어보는 ‘알리깡’, ‘테무깡’ 콘텐츠까지 열풍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택배 상자를 열면 등장하는 값싼 상품들. 그러나 막상 까보니 기대만큼 실망도 크다. 안전상 문제가 있는 상품은 물론이고, 광고와는 다른 상품이 와서 환불하려니 이마저도 어렵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국내 상거래 관련 법령을 준수하지 않은 채 국내 시장에 뿌리 내리는 중이지만 규제 방안은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현재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인해 국내 소비자가 어떤 피해를 보고 있는지 알아보고, 이들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은 무엇인지 파헤쳐 봤다.

이승희 기자

[email protected]

온라인을 통해 저가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다.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12월 및 연간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2023년 3조 2,87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1.2% 증가한 수치다. 조원길(남서울대학교 글로벌무역학과) 교수는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판매함과 동시에 간편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국내 소비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저렴한 상품은 낮은 생산비용과 유통과정 단순화를 통한 원가 절감에서 시작된다. 이들은 자국의 저렴한 인건비와 대규모 제조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제품을 대량 생산한다. 더불어 이커머스 플랫폼을 활용해 판매자가 직접 상품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즉 중간 유통과정이 삭제되면서 획기적인 원가 절감으로 이어지게 된다. 권세화(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중국은 ‘전 세계의 공장’이라 불릴 정도로 제품 생산 원가가 현저히 낮기에 국내에서 판매하는 상품보다 저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관련 소비자 불만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 2월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2년 93건에 그치던 알리 관련 소비자 불만은 1년 새 5배 급증해 2023년에는 465건이 접수됐다. 올해는 1월에만 150여 건이 접수돼, 2024년의 알리 관련 소비자 불만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소비자들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상품들의 발암물질에 여과 없이 노출돼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지난 4월 발표된 관세청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600원에서 4,000원 사이의 반지와 귀걸이 404점 중 96점에서 국내 안전 기준치를 초과하는 카드뮴, 납 등의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카드뮴과 납의 국내 안전 기준치는 각각 0.1%, 0.06%이지만, 카드뮴 70%로 구성된 반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는 초저가 상품이 수입통관(通關) 과정에서 안전 검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특송물품 수입통관 사무처리에 관한 고시』 제8조에 따르면, 150달러(한화 약 20만 원) 이하 물품은 ‘목록통관 특송물품(이하 목록통관)’ 대상이다. 목록통관은 송수하인 성명, 전화번호, 주소, 물품명, 가격, 중량 등이 기재된 통관목록만 제출하면 신속하게 통관이 가능하다. 즉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은 150달러 이하의 상품을 다수 유통하고 있기에 소비자에게 가기 전 별다른 여과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유광현(조선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150달러 이하의 품목은 수입 통관 과정에서 대부분 인증 절차가 생략돼 소비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제품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의 부재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제품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리, 테무 등 일부 중국 이커머스 기업과 ‘자율 제품안전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자율협약이기에 기업들의 양심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윤(전북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중국 이커머스 기업이 해당 협약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가해지는 불이익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자체적인 규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자의 개인정보 유출 피해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기업들과 달리 알리와 테무는 ‘개인정보 판매자를 포함한 제3자에게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약관에 필수적으로 동의해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선택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사항을 동의하지 않았다고 해서 재화 또는 서비스의 제공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22조 제5항에 위배된다. 또한 이들은 이용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있으나,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제3자에 대한 정보와 이용자의 개인정보 수집 방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17조 제2항 제2호에서는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경우 정보주체에게 제3자의 정보와 개인정보 이용 목적 등을 공유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교수는 “개인정보 유출은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이익을 얻고자 하는 기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로, 중국 기업이 국내법의 적용을 받기 어려운 것이 한계”라고 설명했다.

부당광고로 인한 피해도 존재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알리, 테무, 쉬인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 유통되는 제품에 대한 부당광고 177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상품에 대해 거짓이나, 과장 등 소비자를 기만하는 표시·광고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위배된다. 조 교수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장과 달리, 관련 규제는 미흡해 부당광고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가 환불을 요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문제 또한 나타난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는 모든 직구 상품에 대해 무료 반품 및 환불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소비자는 자신이 체결한 전자상거래 계약에 대해 해제할 수 있다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따라 구매한 상품에 대해 환불을 요청할 권한을 갖는다. 그러나 소비자가 환불을 요청해도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특별한 사유없이 환불을 거절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상술한 보도자료를 통해 알리의 계약해제·해지로 인한 환불거부 등의 불만은 143건으로, 알리 관련 소비자 불만의 31%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소비자의 교환 및 환불 요청 등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자 알리를 대상으로 법 위반 사항을 조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비자 권리 인식이 부족해 피해 신고가 적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관련 피해는 더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 발표한 「중국 온라인 쇼핑플랫폼 이용 현황 및 인식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불만이나 피해에 대한 대처방법으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은 39.9%였으나, ‘국내 소비자 보호기관 등에 피해를 상담한다’는 비중은 7.9%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지현(영산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저렴한 제품을 구매했다는 이유로 소비자가 갖는 권리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 권리에 대한 인식이 제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소비자 피해는 중국 이커머스 사업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음에도 중국 기업에 가해지는 제재가 미비한 데에서 비롯된다.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할 경우 해외 이커머스 기업도 국내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 부처가 중국에 위치한 이커머스 기업과 판매자에게 물리적인 제재를 가하기 어렵고, 해외 기업에 대한 국내법의 처벌 규정이 명확하지 않거나 강력하지 않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다. 장준영(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중국 이커머스 기업 및 판매자를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제재를 가해야 하지만, 실효성 있는 규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이커머스 상품의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후 모니터링 시스템이란 수입통관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어린이가 사용하는 제품이나 발암물질이 자주 검출되는 귀금속 등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안전검사를 의미한다. 사후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유해성분이 검출됐을 경우, 빠르게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유 교수는 “사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수입된 물품에 대한 제품의 안전성 검사를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품목에 대해서는 수입을 자제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적인 협약을 통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국내 안전기준을 따르도록 하는 방안 또한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이커머스 플랫폼이 제품에 대한 안전기준을 따르지 않을 경우 과징금 등을 부과해 관련 법률을 엄격히 따르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권 정책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외교 등을 통해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이 따를 수 있는 규제를 마련해 제품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대리인 지정제도’ 의무화를 통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다는 방안도 존재한다. 국내대리인 지정제도는 개인정보와 관련한 이용자의 고충을 대리인이 해외 기업에게 대신 전달하고,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책임자의 역할 규정을 골자로 한다. 박 교수는 “국내대리인 제도는 중국 이커머스 기업에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당광고에 대한 문제가 지속될 경우 기업 자체에 대해 관리·감독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현재 부당광고에 대한 법률이 제정돼 있으나, 중국 이커머스 기업에게 가해지는 처벌의 정도가 부당광고를 통한 이익보다 약해 중국 이커머스 기업이 이를 따르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처벌 수위를 높이고 지속적으로 기업의 준수 정도를 확인해 문제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것이다. 조 교수는 “정부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고, 허위 광고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하며 중국 이커머스를 통한 판매자의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전했다.

환불 미반영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소비자의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보험 제도의 도입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자 보험 제도는 소비자가 피해를 본 경우 법률에 별도의 조항을 둬 손해 발생을 간단히 입증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기업에게 피해에 대한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장 변호사는 “정부 차원에서 소비자 피해 발생에 대한 보험제도를 도입해 피해 구제 방안을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의 권리가 널리 인식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의 필요성 또한 대두된다. 『소비자기본법』은 상품 구매와 서비스 이용에 있어 안전을 보장받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라고 명시하고 있다. 조 교수는 “소비자 교육을 통해 소비자는 안전과 같은 권리를 주장하고 중국 이커머스 확대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커머스 : 온라인에서 전자문서를 활용해 상품 등을 구매하는 거래행위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