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환경단체 '지구를 지키는 배움터' 홍다경 대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 ‘쓰레기 덜 버리자’ 누구나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이다. 그럼에도 쓰레기 관련 문제는 매년 반복해서 제기된다. 환경보호의 중요성은 그동안 익히 들어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이행하는 사람의 수가 적기 때문이다.
환경오염 문제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 세계가 환경오염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다. 2022년 발간된 국제학술지 <랜싯>의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오염으로 인해 매년 900만 명이 사망한다. 이 수치는 연간 전체 사망자의 6분의 1이다.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이 있다. 바로 청년 환경단체 ‘지구를 지키는 배움터(이하 지지배)’의 홍다경(27) 대표다. 그는 뮤직비디오 제작, ‘제로웨이스트 선거’ 운동 등 지지배의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환경 보호를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청년에게 환경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라고 말한다.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청년 세대가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쾌적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환경 보호란 무엇일까. 청년으로서 환경 보호를 위해 앞장서는 그를 만났다.
홍 대표가 본격적으로 환경보호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고등학생 때부터였다. 그는 당시 다니던 고등학교의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직시하고 대구시 교육감에게 관련 사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매일 다량의 음식물이 폐기 처분되는 게 너무 아까워서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어요. 일부러 배식을 가장 늦게 받고 음식물이 얼마나 많이 남는지 사진을 찍어서 교육감에게 메일을 보냈어요. 제가 교육감이라면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고민했죠. 그래서 추가 배식이나 잔반 포장, 음식물 나눔 등의 방안을 교육감에게 제시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홍 대표가 제시한 해결책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학교에서는 ‘잔반 쿠폰제’가 시행됐다. 잔반 쿠폰제는 배식을 받은 후 음식물을 남기지 않으면 쿠폰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쿠폰은 1개당 천 원으로, 쿠폰을 모아 아프리카 취약계층에 기부할 수 있다.
“교육감으로부터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이전부터 고민하고 있었다는 답변이 왔어요. 당시 학교에서는 모든 잔반을 폐기하고 있었어요. 잔반 전량 폐기를 바꿀 수는 없었지만 이후 학교에서 잔반 쿠폰제가 시행됐고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학생들이 음식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먹으니까 스스로도 행복하고, 자신이 받은 쿠폰을 누군가에게 기부할 수 있는 점도 학생들에게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잔반 쿠폰제 시행은 제가 사회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어요. 사회 전반에 걸쳐 변화를 이루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이를 위해 다양한 것을 시도하고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홍 대표는 다니던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고등학생 시절 삶의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았고 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육이 진정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벤자민인성영재학교라는 대안학교였다. 정규 교육과정을 따르지 않고 자퇴 후 대안학교에 들어가는 도전을 하다 보니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는 직접 대안학교를 찾아가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등 궁금해하는 것을 물어봤다. 이후 그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입학했다. 그곳에서 개인 그림 전시회 개최, 세계시민교육 스피치 대회 최우수상 수상 등의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홍 대표는 내적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제 진로를 찾고 싶어서 벤자민인성영재학교를 가게 됐어요. 삶의 목적을 찾고 싶었던 거죠. 흔히 자퇴를 한 사람에게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자퇴해도 자신에게 의지와 목표가 있으면 충분히 성과를 이뤄낼 수 있어요. 전시회에서는 태양처럼 세상을 비추고 싶다는 소망을 담은 그림을 선보였어요. 세계시민교육 스피치 대회에서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등학교 때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현 상황의 문제를 파악하고 그것을 교육감에게 알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활동 덕분에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주체적으로 찾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어요.”
2016년, 벤자민인성영재학교를 졸업한 홍 대표는 뉴질랜드로 봉사활동을 갔다. 해외로 가면 지금보다 더 확장된 시야로 세상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표적인 청정 지역으로 불리는 뉴질랜드에서 우리나라에는 일어나지 않는 쓰레기 문제를 목격했다. 이는 홍 대표로 하여금 다른 나라들, 특히 우리나라는 어떻게 쓰레기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증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뉴질랜드에서는 가축을 전부 풀어놓고 키우기 때문에 비가 오면 가축의 배설물이 하천으로 쓸려나가서 악취가 굉장히 많이 나요. 그리고 뉴질랜드는 분리배출을 거의 하지 않아요. 특히 음식물쓰레기를 분리배출하지 않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이러한 광경을 목격하고 주방장에게 이야기했는데도 주방장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죠.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이때 우리나라의 쓰레기 문제의 실태는 어떻고 이를 해결할 대응책이 있는지 생각했어요.”
1년간의 뉴질랜드에서의 봉사활동 후 2018년 한국으로 돌아온 홍 대표는 전국의 쓰레기 재활용 선별장, 소각장, 매립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해당 시기 우리나라는 중국의 폐자재 수입 중단 결정으로 인해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재활용품 수거 중단이 몇 달 동안 이어지며 쓰레기 대란을 겪은 직후였다. 이에 따라 시민들이 쓰레기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자 홍 대표는 사람들이 버린 재활용 쓰레기가 제대로 재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어 전국의 쓰레기 선별장, 소각장, 매립지로 향했다.
“쓰레기 재활용 선별장에서는 하루에 50톤가량의 쓰레기가 와요.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이 직접 쓰레기 분리 작업을 하죠. 하지만 그 많은 쓰레기를 적은 인력으로 선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요. 50톤의 쓰레기를 하루에 다 처리하려면 작은 재활용 쓰레기들은 일반 쓰레기로 처리될 수밖에 없어요. 선별장의 재활용률이 20~30%밖에 되지 않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어요.”
우리나라의 충격적인 쓰레기 문제의 실태를 목격한 홍 대표는 환경보호에 대한 청년의 관심을 이끌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환경보호를 위한 활동을 유도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의 다짐이 청년 환경단체 지지배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저는 보얀 슬랫이라는 인물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 사람도 청년으로서 해양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해류의 원리에 기반한 새로운 재활용 방식을 발표했어요. 이후 많은 사람들의 후원과 지지를 받아 2013년 비영리 민간단체 ‘오션 클린업’을 설립했죠. 이를 통해 저 혼자만이 했을 때보다 단체가 움직였을 때 파급력이 더 크다는 것을 알았어요. 지지배는 2017년 12월 환경 동아리로 시작했어요. 쓰레기 공청회나 토론회에 방문해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를 청년에게 나눠주고 함께 활동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어요.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그 해결책을 찾는 모임이기 때문에 지지배라는 이름을 짓게 됐어요. 이후 자발적으로 환경보호에 참여하겠다는 청년이 늘어남에 따라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구성원을 모집하면서 비영리 민간단체로 바뀌었죠. 지금은 약 170명의 활동가가 다양한 환경 운동을 펼치고 있어요. 그리고 지지배의 구성원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많은 경험을 쌓길 바랐어요. 이들이 향후 지지배의 리더로서 환경보호에 앞장서기를 기대하기도 했고요.”
지지배 활동을 하며 홍 대표는 도서, 영상 등 환경 관련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의 활동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환경 문제 중 그가 뮤직비디오와 서적의 콘텐츠로 선택한 소재는 ‘쓰레기 산’이었다. 쓰레기 산이란 쓰레기가 쌓인 곳이 마치 산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쓰레기 산은 쓰레기 불법 투기업자들로 인해 생겨요. 쓰레기 처리 비용을 아끼려는 배출자가 불법 투기업자에게 돈을 주고 폐기물을 맡겨요. 그럼 투기업자들은 사업을 한다고 속여서 땅을 임대한 뒤 폐기물을 버리고 도망치죠. 나중에 이 광경을 발견한 토지 주인은 그 땅을 쓰지도 못하고, 쓰레기 처리 비용까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해요. 결국 토지 주인만 피해를 입게 되는 거죠.”
홍 대표의 시선은 선거운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쓰레기로 향했다. 그는 선거 운동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2022넌부터 2년 동안 제로웨이스트 선거 운동을 진행했다. 그는 선거 운동에서 발생하는 다량의 쓰레기를 수거한 후 지지배의 구성원들과 함께 국회의사당 앞에서 쓰레기 없는 선거의 중요성을 알리는 등의 활동을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6월 1일 지방선거에서는 현수막이 12만 8,000장, 벽보와 공보물 등이 약 85억 장 이상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현수막은 일반 현수막보다 길이가 길어 현수막 안에 염료가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재활용이 어렵다.
“환경보호 정책을 얘기하는 국회의원 후보들이 오히려 환경오염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그래서 선거 공보물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제가 생각한 해결책은 온라인 공보물화였어요. 요즘은 수도 요금도 온라인으로 받는 추세잖아요. 이와 유사하게 선거와 관련된 자료도 온라인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또한 친환경 선거 운동을 도울 수 있도록 선거 유세 차량을 전기차로 보급해 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홍 대표는 앞으로도 환경 관련 콘텐츠 제작과 함께 청소년을 대상으로 환경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학교에서의 일반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닌 직접 체험하는 방식의 교육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환경과 밀접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깨닫게 하고 이를 장기적인 실천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동시에 그는 젊은 세대에게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 미래의 지구를 위한 일이라고 전한다.
“우리나라의 환경 교육 프로그램은 아직까지 구시대적인 것들이 많아요. 그런 것들을 바꾸기 위해 생태 체험 위주의 환경 교육을 기획했어요. 수동적인 방식이 아닌 자신들이 직접 행동하며 깨닫는 방식이 훨씬 이로울 것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홍 대표는 청년에게 환경보호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라고 권한다. 나아가 단기적인 행동이 아닌 장기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입장이다. 단기적인 행동으로는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우리 학교나 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는지 고민한 다음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세요. 그리고 그 행동이 단순히 단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장기적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소비자들이 기업에게 환경을 위한 변화를 촉구한 덕분에 스팸의 플라스틱 뚜껑이 사라진 것과 같은 사례가 더 많아져야 해요. 이러한 노력이 지속된다면 사람들이 환경보호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박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