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환경을 위한 연대, 지속 가능한 내일을 그리다 (한성대신문, 608호)

    • 입력 2025-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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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5-02-24 00:00

제로웨이스트 숍 알맹상점 고금숙 공동대표

▲알맹상점의 고금숙 대표 [사진 제공 : 고금숙]

61,405t. 전국 생활계폐기물 일평균 발생량이다. 비닐에 싸인 간식을 집어 들고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순간, 우리는 또 하나의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매일같이 쌓여가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우리는 정말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여기 변화를 보여주며 가능성을 증명하는 이가 있다. 국내 첫 제로웨이스트 숍 ‘알맹상점’의 고금숙(46) 공동대표다. ‘제로웨이스트’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재사용·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을 활용해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개념이다. 알맹상점은 생산과 유통 구조에서 포장 없는 판매 방식을 도입해 다회용 용기 사용 문화를 확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에 친환경적인 선택을 요구하는 ‘어택(Attack)’ 캠페인을 주도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다.

그는 자신의 활동이 함께하는 즐거움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비단 환경 활동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개인이 품은 열망을 타인과 공유하고 즐기며 성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막연한 의무감이 아니라 함께하는 시간 안에서 즐거움을 발견하는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알맹상점으로 걸음을 옮겼다.

▲고금숙 대표가 알짜 모임에서 캠페인을 벌인다. [사진 제공 : 고금숙]

쓰레기를 덕질하다

고 대표가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라남도 구례군에서 출생한 그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된 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에 이끌려 상경했다. 대학 생활 중 우연히 가입한 교지편집부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흥미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환경’이라는 관심사를 발견했다.

“대학에서 누군가 버리고 간 교지를 보게 됐어요. 평소에 보지 않던 교지를 무심코 보고 교지편집부에 가입했어요. 교지를 발간하며 부원들과 함께 공부하고 내가 되고 싶은 사람, 내가 만들고 싶은 세상에 대해 논의했어요. 그렇게 교지에 친환경 가치 소비에 대한 내용을 담았고 그 과정에서 친환경 가치 소비에 대한 제 관심도 깊어졌어요. 관심사를 제 일상에 녹여내고 싶다고 생각하다 보니 환경문제를 인식하게 됐죠.”

대학 시절 관심을 뒀던 주제를 따라 그는 2007년부터 10년간 시민단체인 여성환경연대에서 활동했다. 이 단체에서 그는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경험을 했다. 2016년에 진행한 일회용 생리대 유해 물질 검출 실험 등이 그의 대표적인 성과다. 해당 실험을 통해 시판 생리대 성분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됐고, 이 결과는 2018년 생리대 전 성분 표시제의 법제화를 이끌었다.

“여성환경연대에서 일회용 생리대 유해 물질 검출 실험을 진행한 결과 발암물질인 벤젠 등이 검출됐어요. 환경과 소비자에게 피해를 유발하는 물질이죠. 당시 제조사에 성분 공개 의무가 없어 소비자들은 제품 성분도 모른 채 사용했어요. 이를 공론화한 결과, 생리대 전 성분 표시제가 도입됐어요.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 실제로는 변화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이후 그는 자신의 생활에서 변화를 일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단체를 나왔다. 쓰레기 문제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2018년 망원동에서 ‘알맹이만 찾는 자들(이하 알짜)’ 모임을 결성했다. 그야말로 ‘쓰레기 덕질’의 시작이었다.

“망원동은 제가 20여 년간 살아온 동네에요. 시민단체에서 여러 활동을 했지만 제가 살아가는 곳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못했어요. 제가 사는 동네부터 조금이라도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려고 시도했죠. 혼자 다회용기에 음식을 포장하는 등의 노력을 했지만 상인의 거절에 어려움을 겪기 일쑤였죠. 이런 고민을 나누고 즐겁게 활동하기 위해 알짜 모임을 결성했어요. 망원시장 다회용기와 장바구니를 대여해주고 시민들이 이를 활용해 포장할 경우 농작물을 나눠주는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샴푸 구매를 위해 리필하는 모습 [사진 제공 : 고금숙]

제로에서 시작한 무한한 가능성

알짜 모임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고 대표는 알짜 모임에서 만난 양래교, 이주은 공동대표와 함께 2020년, 국내 최초의 제로웨이스트 숍인 알맹상점을 열었다. 국내 최초의 제로웨이스트 숍이라는 명칭만큼, 제로웨이스트 산업을 처음부터 일궈야 했다. 그 과정은 그들을 어렵게 했지만, 공동대표들은 힘을 모아 상점을 꾸려 나갔다. 알맹상점은 소분 포장이 안 된 상품을 대량으로 들여와 소비자가 다회용기에 리필하는 형태로 상품을 판매한다.

“해외는 화장품과 세제를 다회용기에 리필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지만,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우리가 직접 그런 가게를 열기로 결심했어요. 처음에는 제로웨이스트 생태계 자체가 없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기존 유통 구조는 개별 포장에 생활필수품을 대량으로 들여오는 공급자도 없었죠. 전례가 없던 만큼 법과 제도도 미흡했고요. 업체와 계속 조율해 가는 과정을 거쳤고 그렇게 알맹상점이 들어서니 환경부에서도 제로웨이스트 숍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기 시작했어요.”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 알맹상점의 슬로건은 그들이 일궈내며 쌓아온 가치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알맹상점은 ▲다회용 사용 ▲유통 과정에서의 무포장 ▲오프라인 운영 등의 원칙을 바탕으로 생산부터 소비, 재활용까지 지속 가능한 방식을 추구한다.

“상점을 운영하면서 공동대표 셋이서 함께 세운 목표에요. 알맹상점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구조를 지양해요. 다회용품을 사용하며 상품은 포장되지 않은 알맹이만 취급하죠. 또한 오프라인으로만 상점을 운영해요. 알맹상점이 단순한 물건 판매 공간을 넘어 사람들이 재활용되지 않는 쓰레기를 가져와 분류하고 함께 순환을 고민하는 ‘쓰레기 사랑방’ 역할을 하고 싶기 때문이죠.”

알맹상점은 상품 판매를 넘어서 기업과 정부에도 환경적 책임을 요구하는 행동에 나서고 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어택이다. 어택은 소비자가 기업을 향해 직접 의견을 전달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행동이다. 알맹상점은 2021년 ‘화장품 용기 어택’을 시작으로 ‘브리타 필터 어택’, ‘이중 병뚜껑 어택’ 등을 진행하며 생산자와 정부의 책임을 환기해 왔다.

“애초에 재활용이 불가능한 제품은 소비자가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문제에요. 기업이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고 정부가 이를 제도화해야 하는 일이죠. 그래서 알맹상점은 화장품 용기 어택을 통해 이를 촉구했어요. 국내 상위 4개 화장품 기업의 화장품 용기 대부분은 재활용이 불가능했고 ‘재활용 어려움’ 등급 표시도 없었어요. 8천여 개의 화장품 용기를 모아 재활용 가능 여부를 모니터링해 개선을 요구한 결과, 2021년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 등급 표기가 의무화되고 기업이 다 쓴 용기를 세척해 재사용하는 시스템이 도입됐어요.”

함께하는 순간, 변화의 싹을 틔우다

알맹상점은 앞으로도 참여를 이끄는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특히 제로웨이스트 숍들의 네트워크인 ‘도모도모’를 적극 운영하는 데 주력한다. 알맹상점을 필두로 국내에는 현재 200여 개의 제로웨이스트 숍이 자리 잡았다. 해당 모임을 통해 이들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정책 제안을 비롯한 환경 이슈에 대한 논의를 확대해 갈 예정이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함께 움직이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국내 제로웨이스트 숍들의 네트워크인 도모도모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제로웨이스트 숍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많은 사람들이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고자 해요.”

그는 자신의 활동 전반이 협력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혼자라면 부담이 크고 쉽게 지칠 수 있지만 함께할 때 더 많은 시각을 얻고 지속적인 동기 부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환경 활동이 크게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혼자 하면 지치기 마련이에요. 그러나 함께했을 때는 재미를 느끼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의견을 공유하면서 사고를 확장할 수 있죠. 알짜 모임에서 알맹상점으로, 또 어택으로 활동을 키워나간 것처럼요.”

그는 청년에게 즐겁게 연대할 것을 전한다. 큰 목표를 추구하지 않더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동아리나 모임 등을 통해 함께 생각을 나누고 시도해 보는 과정은 개인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개인의 성장이 곧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도 역설한다.

“내가 불편함을 느낀 지점을 함께 고민해 보세요. 저는 환경 문제를 선택했지만, 일상의 작은 불편이든 관심 있는 어떤 주제라도 괜찮아요. 중요한 것은 함께 해결해 보려는 시도에요. 계속 생각하고 해결책을 고민해 가는 과정을 거치죠. 그런 작은 씨앗을 뿌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내가 변화시키고 싶은 것들이 선명해진다고 생각해요. 그 점들이 모이면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며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만들고, 결국 우리가 바라는 변화를 현실로 만드는 힘이 된다고 생각해요.”

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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