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원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학부 연구생 경험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기회다. 학부 연구생은 학부생 신분으로 교수의 연구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제도로, 대학교 3·4학년 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대학원 진학의 ‘필수 코스’로 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배움의 기회라는 명목 아래 학부 연구생이 신분과 임금 등 기본적인 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학부 연구생은 대학에 재학하며 교수 또는 연구실의 연구개발 과제에 참여해 문헌 조사부터 실험, 데이터 수집·분석 등 연구 과정의 일부를 맡는다. 참여 형태에 따라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거나 교수의 개별 연구실에 소속돼 연구를 보조한다.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는 학부생은 『국가연구개발혁신법』 등에 따라 ‘학생연구자’로 분류돼 학생 인건비 지급 등 연구 참여에 따른 일정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개별 연구실에 소속된 학부 연구생의 구체적인 지위와 처우는 대학과 연구실에 따라 달라진다.
정부에서도 대학과 정부기관 간 연구개발 촉진과 인재 확보 등을 이유로 학부 연구생 제도를 장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과 정부기관 간 협력 공동 연구실 등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2026년 교육부의 계획에 따라 선정된 대학은 연간 29억 원가량의 집중적인 재정 지원을 받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참여 학생의 진학 취업 활성화를 추진한다.
정부 차원에서 학부 연구생 활성화를 장려하는 가운데,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종사하는 학부 연구생의 기여도에 비해 학생 인건비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하 KISTEP)이 발표한 「국가연구개발사업 학생 인건비 인식조사 및 면담 결과」에 따르면 학부 연구생의 기여도가 아닌 학부 연구생의 학위 과정, 소속 학기 등에 따라 학생 인건비를 일괄 책정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 연구생이 학생 인건비를 지급받더라도 금액의 소득 구분에 따라 세액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확인된다. 연구 참여비는 장학금, 근로소득, 기타 소득 등의 명목에 따라 과세 여부와 원천징수* 방식이 달라진다. 이때 기타 소득은 고용관계 없이 일시적으로 일정한 용역을 제공하고 받는 소득을 의미하며, 학생 인건비가 해당 항목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기타 소득은 세율이 최대 33%까지 부과될 수 있다. 김철용(코리아노무법인 인사노무관리부) 팀장은 “학부 연구생이 일을 해주고 대가를 받는 관계는 맞지만 고용 관계가 아니기에 학생 인건비는 기타 소득으로 산정될 가능성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부 연구생이 연구 과정에 상당 부분 참여를 했음에도 논문 저자로 등재되지 않는 문제 역시 빈번하다. 학부 연구생이 단순 보조를 넘어 대부분의 연구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상당 부분 기여를 하더라도 공저자 등재조차 교수의 재량에 따라 갈린다는 지적이다. 지도학생의 학위논문을 학술지 등에 지도 교수의 단독 명의로 게재·발표하는 경우가 일례다. 이준영(대학원생노조) 지부장은 “연구에 기여한 학부 연구생의 이름을 제외하거나 학부 연구생과 사전 합의된 저자 기준을 파기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부 연구생이 학부생의 신분을 유지하다 보니 교육과 연구, 근로 등 법적 관계가 불분명하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연구실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연구를 수행하는 등 실질적으로 노동에 가까운 활동을 하더라도, 휴게시간이나 추가 근무에 따른 보상 등을 보장받기 어렵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학생 인건비를 규정하고 있지만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부 연구생은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2025년부터 학부 연구생으로 참여한 A학생은 “별도의 휴게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았고, 야간에 활동하거나 공휴일에 활동하는 경우에도 야간 수당이나 추가 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학생 인건비가 학부 연구생의 노동을 보상하지 못하는 문제의 원인으로 학생 인건비 책정 기준을 학부 연구생 지급 비용을 기준으로 한 ‘계상률’로 설정한 점이 꼽힌다. 기존에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비 관리 매뉴얼’에 학생 인건비 하한선에 관한 사항을 규정했지만 전면 폐지됐다. A학생은 “주변에서 최저도 못 받는 학부 연구생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학부 연구생의 급여 문제는 지급금의 성격에 따라 소득 구분과 세금 처리가 달라진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학부 연구생이 받는 급여 형태에 명확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진아(이산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돈을 지급하는 법적 근거와 학부 연구생의 실제 활동이 서로 다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학부 연구생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원인으로 논문 저자 등재가 교수의 재량에 달려있다는 점이 꼽힌다. 교수와 논문 저자 등록, 급여 등의 합의가 있었지만 이를 교수가 준수하지 않더라도 학부 연구생은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 김 팀장 “학부 연구생과 교수는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거래 관계”라고 덧붙였다.
학부 연구생이 법적 사각지대에 놓이는 문제는 학부 연구생이 학부생과 근로자라는 중첩된 성격이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근로계약 체결을 약정하고 있는 국가연구개발 등과 달리 대학 연구실은 대부분 비정형적 합의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학부 연구생은 『근로기준법』 상 규정하는 근로자와 달리 학습의 목적도 있어 법적 성격을 단정 짓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학주(노무사 이학주 사무소) 노무사는 “학부 연구생은 근로자와 학생 사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법률상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학생 인건비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의 해결책으로 학생 인건비 하한액 기준을 설정하는 방안이 대두된다. KISTEP은 연구개발기관이 단독으로 지급액을 결정하는 구조라 최소 지급액을 보장하도록 하는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준희(광운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보상 방식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연구비의 세금 처리가 달라지는 문제의 해결책으로 학부 연구생 제도를 시행하는 대학 내 명확한 기준 마련이 제시된다. 대학은 연구 기여도에 따른 보상 기준을 마련하며, 연구 참여 전에 업무 범위와 성과 인정 방식을 안내하는 것이 골자다. 이학주 노무사는 “학부 연구생에게도 표준 계약서 형태의 보호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며 “대학에는 별도로 근로 계약 체결 지침을 제공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학부 연구생이 논문 저자로 인정되지 않는 문제에 관한 해결책으로 논문 저자로 인정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논문 저자 등재가 가능한 기준 등을 세분화하고 지도교수 외 점검 주체를 상정해 정기적으로 연구실을 진단하는 방식이다. 이준희 교수는 “연구참여계획서가 없다면 사후 점검은 형식적인 확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제3의 주체가 학생의 의견을 별도로 확인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학부 연구생의 모호한 법적 지위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학부 연구자의 근로자성 기준 마련 및 보상 체계를 정비하는 방안이 대두된다. 연구비의 지급 형태, 금액, 지급 조건 등을 대학이 사전 안내하도록 하는 식이다. 김 팀장은 “법이 모든 것을 규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학의 내규 마련을 위한 정부와 대학 간의 약속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원천징수 : 소득을 지급하는 사업자에게 세금을 미리 징수해 납부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
김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