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고 사회 한 바퀴> 가벼워진 결제, 낮아진 빚의 문턱 (한성대신문, 625호)

    • 입력 2026-09-2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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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6-09-21 00:01

<편집자주>

‘20대가 꼭 알아야 하는 경제 상식’ ‘경제 초보를 위한 경제 개념 10분 요약’ 인터넷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경제 관련 콘텐츠들이다. 대학생이 됐으면 경제개발 상식 정도는 쌓아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까다로운 경제 용어가 발목을 잡기 일쑤다. 경제주체로서 현명한 자산 관리를 위해서는 경제 흐름을 이해하고, 나아가 경제 원리를 사회 문제에 적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필요한 상품을 얻고 결제는 미래의 나에게 맡길 수 있는 결제 방식이 있다. ‘BNPL(Buy Now Pay Later)’은 상품을 먼저 구매한 뒤 대금을 나중에 지불하는 후불결제 서비스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의 간편결제 플랫폼을 통해 신용카드 없이 온라인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당장의 결제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일명 ‘MZ의 결제방법’이라고 까지 불린다. 그러나 결제 대금이 누적되면서 다중채무와 연체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BNPL이 이용자의 금융 활동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까지 쉽게 알아봤다.

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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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의 시차를 메우다

개인과 기업 등의 경제주체는 경제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재원인 ‘자금’을 필요로 한다. 개인은 소비와 주거·교육 등에 자금을 사용하며, 기업은 생산과 투자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 이처럼 자금은 경제주체가 일상적인 소비와 생산활동을 이어가는 데 필수적이다. 권혁준(순천향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개인이 필요한 시기에 자금을 조달하면 소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기업은 자금을 확보해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고용 확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각 개인은 일정한 수익만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경우 금융기관을 활용한다. 은행 등의 금융기관은 다수의 경제주체로부터 자금을 모아 개인과 기업에 공급하고 자금의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며 개인이나 기업은 필요한 시점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러한 금융기관의 활동을 ‘금융중개’라 한다. 금융기관은 경제주체에게 자금을 공급하고 이자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김대종(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중개가 원활하게 작동하면 자금이 소비에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며 자금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고 말했다.

금융중개 과정에서 은행은 대표적으로 ‘신용’을 활용한다. 신용은 자금을 조달하거나 대출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상환 능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다. 신용카드 발급이나 대출 한도, 금리 등 다양한 금융거래 조건을 결정하는 데 매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신용을 전제로 한 금융 활동은 금융기관이 개인의 상환능력을 믿고 약속하는 것과 같다. 금융기관이 신용을 세밀하게 평가하고 점수에 따라 금융거래 조건을 달리하는 이유다. 김 교수는 “금융기관은 자금을 빌려주는 과정에서 개인의 신용과 상환능력을 평가하며 이를 바탕으로 자금을 적절한 곳에 배분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개인이 원하는 시점에 미래의 소득을 바탕으로 자금을 빌리거나 현금화하기 어려운 상황이 나타난다. 이를 ‘유동성 제약’이라 한다.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하거나 소득이 불안정한 개인은 금융시장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 청년의 경우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하거나 자산 규모가 적어 금융기관이 신용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사회 진출 초기인 청년층은 금융기관 입장에서 미래의 상환 능력을 확인하기 어려워 자금 공급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 ‘쌍곡형 할인’이 나타날 수 있다. 쌍곡형 할인은 개인이 현재와 미래의 보상을 비교할 때 현재에 가까운 보상을 상대적으로 크게 평가하는 성향을 의미한다. 소비자는 미래에 얻을 더 큰 보상보다 당장 얻을 수 있는 작은 보상을 선택하며, 미래의 비용 역시 현재보다 작게 인식한다. 이에 따라 당장의 소비를 우선하고 미래의 상환 부담을 뒤로 미루는 선택이 나타난다. 권 교수는 “미래의 상환 부담을 과도하게 낮게 평가하는 쌍곡형 할인이 함께 작용하면 부채 누적의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하지만 개인의 소비가 현재의 만족감에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소득이 시기에 따라 달라져 소비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향을 ‘소비 평탄화’라 한다. 개인은 소득이 줄어들더라도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 기존의 소비 수준을 유지하려 한다. 반대로 소득이 늘어난 시기에는 증가한 소득을 모두 소비하지 않고 일부를 저축해 향후 소득 감소에 대비한다. 이처럼 개인은 소득 변동에 맞춰 소비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해 사회의 금융 안정성에 기여한다.

정부와 금융기관은 개인이 보다 소비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BNPL 등의 후불결제 방식을 장려하고 있다. 이는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하거나 소득이 불안정해 기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개인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특히 2021년부터 BNPL이 금융위원회에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는 등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경우에도 비교적 간편하게 후불결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 교수는 “특히 청년이나 사회초년생에게는 필요한 소비를 일시적으로 분산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편리함에 가려진 상환의 무게

최근 상품을 구매한 뒤 대금을 나중에 지불하는 후불결제 서비스인 일명 ‘BNPL’이 새로운 결제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김상훈(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네이버페이·토스·카카오페이 등 BNPL 플랫폼 3사의 후불결제액은 1,747억 원에 달했다. BNPL 이용이 늘어나며 일각에선 후불결제에 따른 과소비와 연체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BNPL 플랫폼이 이용자의 실제 상환능력을 충분히 판단하지 못해 금융 위험성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플랫폼은 대안신용평가 제도를 활용해 이용자의 신용을 평가한다. 대안신용평가란 금융 이력이 부족한 이용자를 대상으로 결제·구매 이력 등의 단순한 정보를 활용해 신용도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은행 등은 소득과 대출 여부, 신용카드 이용 내역 등의 정보를 종합해 상환능력을 판단하지만, 금융 이력이 부족한 이용자의 경우 평가에 이용할 수 있는 정보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BNPL이 도입됐으나 최소한의 상환능력도 살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주동헌(한양대학교 ERICA 경제학부) 교수는 “신용평가가 신뢰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금융거래 데이터가 충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용자의 BNPL 이용 현황이 명확히 파악되지 않아 이용자가 다수의 BNPL을 이용하며 개인의 전체적인 채무 파악이 어렵다는 한계로도 이어진다. 이용자의 BNPL 이용 현황이 플랫폼 간 공유되지 않아 이용자의 전체적인 이용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에 BNPL을 중복 이용하더라도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박성훈(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 페이·토스·카카오페이 등 플랫폼 3사의 BNPL 서비스 미결제잔액은 2024년 기준 약 145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용자에게 발생한 피해에 대한 구제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용 과정에서 상품이나 서비스와 관련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이용자가 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수단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 2024년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으로 BNPL 이용자에 대한 금융소비자 보호가 강화됐지만, BNPL은 청약철회 대상에서 제외돼 이용자가 결제 이후 계약을 철회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플랫폼의 미흡한 대안신용평가는 평가에 플랫폼 자체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적 특례가 원인으로 꼽힌다. 2024년 금융감독원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으로 은행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는 BNPL의 특성을 고려해 자율적인 평가 방식을 허용했다. 그러나 플랫폼은 금융회사와 달리 이용자에 대한 보호나 규제 면에서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결국 정부가 자율성을 이유로 제도의 책임성을 플랫폼에 떠넘겼다는 지적이다. 서 교수는 “평가 기준을 낮추면 금융 접근성은 넓어지지만 상환능력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용현황 정보의 공유가 제한되는 문제는 이용자의 BNPL 이용 현황을 제한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금융위원회의 규정에서 비롯된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 이용자의 금융 접근성을 보호하기 위해 플랫폼 간 이용현황 공유를 제한했다. 하지만 이용자의 전체적인 채무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가 이를 역으로 플랫폼의 책임으로 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 교수는 “이미 채무와 연체가 발생한 이용자가 타 플랫폼에서도 후불 결제를 이용할 수 있다면 과도한 채무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BNPL의 피해 구제가 충분하지 않은 것은 BNPL이 대출성 상품으로 분류되면서도 청약철회 대상에서는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청약철회권은 금융상품 계약을 체결한 뒤 일정 기간 내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권리다. 하지만 BNPL에는 해당 권리가 적용되지 않아 이용자가 결제 이후 계약을 취소하고자 하더라도 이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부족하다. 주 교수는 “신용카드 등 타 대출성 상품과는 달리 청약철회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전했다.

신용평가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와 금융권 데이터를 차용한 통합 대안신용평가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이용자의 금융 접근성을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이용자의 실제 상환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평가 방식을 명문화·통일하는 방식이다. 서 교수는 “소득과 기존 금융부채 등 정보도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전했다.

BNPL 이용정보를 신용정보에 연계·공유해 총 채무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타난다. 혜택, 금융 접근성 등이 침해되지 않는 선에서 현황을 공유해 다중 이용을 막는 것이 골자다. 그만큼 금융 접근성과 부실 위험 관리 사이의 균형이 요구된다. 서 교수는 “정보 공유 범위를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일정 금액 이하의 상품에 청약철회권을 보장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결제 후 일정 기간 내 이용자가 철회를 요청하면 사용한 금액을 반환하고 BNPL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후불결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용자 피해를 줄일 필요성이 제기된다. 주 교수는 “청약철회권은 이용자가 결제 후 자신의 결정을 다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보호 장치”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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