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학내 곳곳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지만, 바쁜 우리의 삶 속엔 기억되지 않는 존재가 있다. 바로 학내 청소 노동자들이다. 날은 점점 추워지는데, 얇은 옷 한 장 걸치고 우리학교를 분주하게 청소하는 그들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바삐 움직이는 우리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그들의 삶이 문득 궁금해졌다. <한성대신문>이 그들의 삶을 밀착 취재했다.
누군가의 새벽이 만들어낸 당연한 하루
캠퍼스의 아침을 여는 사람
새벽 4시 50분. 해가 한창 잠을 자고 있는 시간이다. 사방이 어두컴컴한 학교 건물에는 날이 추워진 탓에 한기만 가득하다. 청소노동자의 계약상 근무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그러나 이들 중 정시에 출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근무시간에 맞춰 출근하면 일이 너무 많아 제 때 퇴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한이 들려던 찰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한꽃분(가명) 씨다. 어림잡아 3평 정도의 좁은 휴게공간에서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그녀는 서둘러 담당 구역으로 향한다. 기자에게 “날이 추우니 단단히 껴입어야 한다”는 충고와 함께 그녀는 캠퍼스의 아침을 연다.
그녀의 평범한 땀, 우리의 평범한 일상
발걸음이 처음 다다른 곳은 강의실. 밤새 나온 쓰레기를 수거하며 야간 잔류 중인 학생들에게 “잠 좀 자면서 해라” 잔소리를 하는 그녀지만, 뒤돌아 서서는 “환풍도 난방도 안 되는 곳에서 밤새 작업하는 학생들이 안쓰럽다”며 속상해한다.
쓰레기통 열댓 개를 비우고 복도를 청소하니 벌써 한 시간이 지났다. 화장실에 도착한 그녀는 자연스레 라디오를 켠다. 라디오 소리를 벗 삼아 다 떨어진 휴지를 채우고, 휴지통을 비운 뒤 물청소를 시작한다. 락스칠, 물 뿌리기, 비질과 대걸레질까지 마쳐야 화장실 청소가 끝이 난다. 그동안 우리가 화장실을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그녀에게 ‘퇴행성 관절염’이 찾아온 지 오래지만, 청소를 대충 할 순 없다. 그녀의 땀은 곧 누군가의 평범한 하루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 땀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는 아직도 깊은 잠을 자고 있다.
‘엄마’의 마음으로
오전 6시 40분. 그녀가 청소하면서 모은 쓰레기 더미를 하나씩 들고 분리수거장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기자가 한번 들어보니 일반 여성이 혼자서 들기에는 벅찬 무게였다. 게다가 음식물이 들어있는지 찢어진 쓰레기봉투 틈으로 정체 모를 액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바닥에 흘린 액체를 닦기 위해 지나온 길을 다시 되돌아간다. 바닥을 손걸레로 다 닦고 나서야 그녀는 허리를 제대로 펼 수 있었다.
힘겹게 도착한 분리수거장에서 그날의 첫 분리수거가 시작됐다. 그녀는 사람 몸집만한 쓰레기 더미 3개를 한 개씩 분해한다.
“쓰레기통이 분류돼 있으면 뭐하나. 학생들이 도통 분리수거를 하지 않으니 내가 이렇게 하는 수밖에.”
그녀는 온갖 음식물과 쓰레기가 뒤섞여 악취가 나는 쓰레기 더미를 아무렇지 않은 듯 익숙하고, 빠르지만 정확하게 분리수거한다. 그녀에게 “그런 학생들이 밉진 않냐”고 물었다.
“학생들이 밉긴 뭐가 미워. 자식 같은데. 이렇게 하나하나 분리수거 하는 거 알면 그랬겠어? 모르니까 그러는 거지.”
돌아오는 대답에서 학생들을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이 느껴진다. 방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해서 어머니가 자식을 미워하지는 않듯, 그녀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학생 모두의 얼굴을 알 수는 없지만, 모두 ‘친자식’이라 생각하고 청소하는 것, 그것이 그녀의 사명이다.
늘 고된 보통의 하루
120개가량의 컴퓨터를 하나하나 닦고, 바닥을 쓸고, 쓰레기통을 비우니 그새 다시 쓰레기가 늘었다. 오전 8시 10분. 두 번째 분리수거가 시작됐다. 곧 학생들이 등교할 시간이다. 그녀의 손이 더욱 빨라진다. 배가 고프지만, 아침 식사를 할 여유는 없다.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불편을 주기 때문이다. 근무 시작 3시간 만에 그녀가 거친 숨을 내뱉으며 연거푸 “힘들다”를 반복한다. 긴세월 동안 매일같이 했던 일인데도, 그녀는 매일이 힘들고, 지친다.
끝나지 않는 하루
층계를 오가며 같은 작업을 반복하니, 어느덧 오전 11시다. 출근 6시간 만에 찾아온 휴식시간. 집에서 싸온 밥과 반찬으로 허겁지겁 허기를 달래고 나면 한숨 자야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오후 근무시간에 몸 이곳저곳이 쑤시기 때문이다.
한숨 돌리고 나서 강의실‧화장실 쓰레기통을 비우고, 바닥을 닦고, 분리수거를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퇴근할 시간이 금방 찾아온다. 하지만 그녀의 하루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집에 가면 밀린 집안일이 남아있다. 여느 주부가 그렇듯 식구들을 위해 저녁밥을 안치고, 청소하고, 빨래까지 마쳐야만 그녀의 하루가 마무리된다. 그녀는 사랑하는 자식들을 위해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렇게 그녀의 두 번째 하루가 다시 시작된다.
청소노동자의 주요 업무
한 씨가 맡고 있는 화장실은 총 5개, 그녀가 하루에 담당하는 변기의 수는 약 30개다.
이곳은 분리수거장이다. 한 번 구역을 돌 때마다 사람 몸집 만한 쓰레기 더미가 3~4개씩 나온다. 분리수거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5분. 그녀는 하루 평균 5~6차례 분리수거를 진행한다.
한 씨는 컴퓨터를 하나하나 닦고,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와 바닥을 청소한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9시 전까지 이 작업을 마쳐야 한다.
학내 구성원의 실태
학생들은 흡연부스 재떨이 쓰레기통에 종종 침을 뱉거나 더러운 이물질을 버린다. 한 씨는 흡연부스 재떨이 쓰레기통 청소가 제일 힘들다고 말했다.
종이컵만 버려야 하는 쓰레기통이지만, 학내 구성원들은 분리수거를 하지 않 는다.
학내 구성원들을 위해 학송관 앞에 비치한 쓰레기통이다. 이 사진은 학내 구성원이 현수막을 아무렇게나 버려둔 모습을 담고 있다.
봄을 부르는 마법, 같이의 가치
하지만 ‘간접 고용’ 방식은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제도가 아니었다.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재계약을 진행하기 때문에 노동자로 하여금 고용 불안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이에 청소노동자들은 ▲고용 승계 개선 ▲임금 인상 ▲고용 불안 개선 ▲처우 개선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며, 이는 결국 대학가에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노사갈등의 한 유형으로 자리잡았다. 이에 일부 대학은 용역업체와 계약하던 간접 고용 방식에서 직접 고용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고용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대학들은 아직도 간접 고용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이들의 갈등은 쉽게 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우리대학의 상황은 어떠할까? 본교는 2015년 하반기부터 간접 고용 인력을 점차 직접 고용 형태로 전환해왔다. 만약 결원이 발생하면 직접 고용 형태로 채용하겠다는 것이 현재 학교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정순선(총무인사팀) 차장은 “우리대학은 청소노동자들이 학내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간접 고용 인력 중 희망자에 한해 직접 고용으로 전환해왔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현재 우리학교 청소노동자 중 36명이 직접 고용 방식으로, 5명이 간접고용 방식으로 계약을 맺고 있다. 이들 중 간접 고용된 5명은 올해 12월, 계약이 만료된다.
이에 대해 정 차장은 “인력 공백은 12월 중으로 공개채용을 통해 충원할 예정이며, 이후 1년 동안 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직접 고용 방식으로 계약한 청소노동자의 처우는 얼마나 개선됐을까? 현재 우리학교는 이들을 정규직으로 대우하고 있다.
정 차장은 “복무규정과 직원인사규정에 따라 직접 고용한 청소노동자에게도 모든 직원과 동일하게 61세 정년퇴직을 보장하고 있으며, 복지혜택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 대학에 비해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우리대학이지만, 아직까지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학내 청소노동자의 삶을 밀착 취재한 결과, 기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발견했다. 먼저, 청소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열악한 생활공간’이다. 청소노동자를 위해 마련된 휴게공간에는 보일러 배관이 고르게 분포돼 있지 않아 난방이 원활하게 되지 않았고, 문틈으로 외풍이 들어와 문을 닫아도 실내가 몹시 추웠다.
이에 대해 정 차장은 “청소노동자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설지원팀에 확인을 부탁했으며, 시설을 보완하기로 결정한 상태”라며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전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학생들의 분리수거 실태’다. 우리학교 학생 대다수는 ‘일반쓰레기’와 ‘재활용품’ 쓰레기통이 분리되어 있음에도 쓰레기를 무분별하게 투기하고 있다. 쓰레기 안에 음식물이 남아있는 경우에도 예외는 없다. 학내에 음식물 쓰레기통이 없는 것도 아니다. 공학관‧창의관‧미래관‧우촌관에 위치해있는 분리수거장에 음식물 쓰레기통이 버젓이 마련돼 있는데도 학생들은 귀찮다는 핑계로 커피 등의 액체를 일반쓰레기통에 투기하거나, 음식물 찌꺼기를 변기에 투기해 변기를 막히게 한다.
취재 결과, 청소노동자들은 한번 분리수거를 진행할 때마다 25분가량을 소요했다. 또, 이 작업을 하루에 5~6차례 반복했다. 학내 구성원들이 제대로 분리수거를 했다면 하지 않아도 됐을 일에 매일 2시간 이상을 허비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청소노동자들을 학내 구성원으로서 존중하고, 이들과 동행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다. 그저 쓰레기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고, 그들에게 따뜻한 인사 한번 건네면 그만이다. 그리하면 우리학교의 아침을 여는 41명의 한꽃분 씨에게도 언젠가 봄이 찾아오지 않을까.
장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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