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집밖보다 재미있는 ‘집콕’ 라이프 (한성대신문, 555호)

    • 입력 2020-04-27 00:00
    • |
    • 수정 2020-04-27 00:05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시행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집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트렌드로 떠올랐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위메프에 따르면,지난 3월 1일부터 4월 11일까지 실내 여가생활 관련 제품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최대 9배 증가했다. 유튜브와 SNS에서는 홈쿠킹 레시피와 다양한 ‘집콕’ 챌린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박물관과 미술관 등 다양한 관람시설도 온라인 전시관을 개설했다.
이제, 집은 먹고 자는 휴식의 공간을 넘어 다양한 문화를 즐기고 체험하는 테마파크가 되고 있다. 본교 이지영(상상력교양대학) 교수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집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를 찾고, 즐기고, 공유함으로써 사람 간의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코로나19로 무료해진 일상에 마침표를 찍고, 학우들에게 다양한 집콕 라이프를 소개하기 위해 여러 가지 집콕 문화를직접 접해봤다. 어떤 이는 집안에선 사람을만나기도 어렵고, 활동적인 체험을 하기도 어렵다고 투정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기자가 겪은 집콕 문화는 이런 선입견들을 깨기에 충분했다. 집콕은 집밖보다 재밌었다. 집에서도 충분히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고, 실감나는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 기자가 체험한 집콕 라이프의 정수를 모아봤다. 함께 느낄 준비가 됐는가.

지루함을 휘젓는 달콤함, 달고나 커피

달고나 커피. 분당 몇 천rpm을 뽑아내는 기계와 함께라면 금방 만들어내는 간단한 음료다. 그런데 요즘 손으로 수백 번씩 휘저어 달고나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지루해진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휘젓는다’는 단순한 행위에 몰입하는 사람들. 불편함을 감수하며 지루함을 이겨내려는 노력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타고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기자 역시 코로나19가 가져온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마스크를 쓰고 마트로 달려가 인스턴트 커피, 우유, 설탕을 샀다. 커피와 설탕을 녹이기 위해 물과 거품기도 구비했다. 여기에 지루함까지 휘저어버릴 강인한 팔까지. 모든 준비가 끝났다.
신문사 기자들에게 달콤한 커피 한 잔을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본격적으로 소매를 걷고 거품기를 잡았다.

커피와 설탕을 1대 1의 비율로 그릇에 부었다. 커피가루와설탕이 수북하게 쌓였다. 400번이나 휘저을 생각을 하니 시작하기도 전에 팔이 뻐근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기자는 머릿속에서 이미 완성된 달고나 커피를 마시며 뿌듯함을 느꼈다. 유튜브 속 실패사례는 먼 나라 이야기. 투명한 와인잔을 가득 채운 달고나 커피의 자태가 그려졌다.
달콤한 상상을 접어두고 숟가락으로 물을 부었다. 한 숟갈그리고 두숟갈 물이 더해지면서, 커피와 설탕이 자박자박하게섞였다. 되직한 커피와 설탕 덩어리를 보면서 “괜히 만든다고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지만, 이젠 돌이킬 수 없다. 부드럽게 풀어질 때까지 우직하게 휘젓는 수밖에. 거품기를 잡은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챙, 챙, 챙. 거품기와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가 실내에 울려 퍼졌다. 어두운 갈색 빛이 돌던 커피는 점점 밝은 색으로 변하기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물이 적어서 그런 것인지 섞이지 못한 커피 알갱이가 얼룩덜룩한 무늬를 이루고 있었다. 물을 더 부어 알갱이를 녹여야 했지만, ‘여기에 물을 더 넣으면 묽어지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에 선뜻 나서기 어려웠다.
설상가상으로 팔까지 아파오기 시작했다. 숟가락보다 편하다는 거품기까지 준비해 저었는데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20분이 넘는 시간동안 젓고 또 저었다. 코로나19로 느꼈던지루함도, 팔이 아프다는 생각도 휘젓는 행위 앞에 사라지기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되직했던 덩어리가 부드럽게 풀렸다. 이젠 잔으로 옮길 일만 남았다.

우유 위에 혼신의 노력이 담긴 달고나를 띄웠다. 달고나를 우유 위에 올리는 과정은 생각보다 섬세한 작업이었다.
되직한 달고나 덩어리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달고나 커피의 모습처럼 평평하게 담기지 않았다. ‘조금만 더 달고나가 평평했으면 완벽했을 텐데…’라는 생각과 동시에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달고나가 평평해지면서 머릿속에 그리던 완벽한 달고나 커피가 완성됐다.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달고나 커피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잔 속 달고나와 우유를 섞은 뒤, 한 모금 마셨다. 카페라떼를마신 느낌이었다. 달콤함과 부드러움을 느끼면서 사람들이 왜 이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지 조금 이해가 됐다. 잠시 지루함을잊게 만드는 몰입감과 다 만든 후의 달콤함. 달고나 커피 만들기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집안에서 즐기는 현장감과 친절함, 온라인 전시회

▲기자는 VR기기를 쓰고 온라인 전시회 를 직접 체험해봤다.

코로나19가 밖을 점령한 지금, 대부분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휴관하고 있다. 따뜻한 봄 햇살을 맞으며 박물관에 들러 지식을 충전하고 싶지만, 어느 곳도 갈 수 없다는 현실에 마음이 착잡하다. 그러나 실망하기는 이르다. 햇살은 즐길 수 없지만, 박물관 속에 잠들어 있는 전시물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바로 온라인 전시 서비스다.
기자는 먼저 국립중앙박물관 온라인전시관에 접속했다. 글로컬역사문화트랙을 전공하고 있는 기자는 최근 역사
학계에서 주목하는 가야사에 관심이 있었다. 반갑게도 ‘가야본성-칼(劍)과 현(絃)’ 전시에는 VR전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었다.
집에 굴러다니던 5,000원짜리 VR박스에 스마트폰을 끼워 넣은 뒤, 편안한 관람을 위해 침대 위에 앉았다. VR로보는 전시는 색달랐다. 박물관 내부를 그대로 재현한 덕분에 마치 박물관에 들어가서 관람하는 듯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시를 보면서 더 자유롭게 내부를 구경하고 싶었다. 그래서 집에 있는 회전의자에 앉아 관람을 즐겼다. 360° 시선을 돌리며 내부를 보니 더욱 재밌었다.
이어 국립현대미술관의 온라인 미술관에 접속했다. ‘미술관에 書’라는 영상으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다. 해당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가 전시된 작품에대해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큐레이터가 미술관을 직접 돌아다니며 현대의 서예·서예화 작품을 보여주고, 전시 의도와 작품 해설을 설명했다. 큐레이터의 설명을 직접 들으니 평소보다 많은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전시된 작품의 기교나 화풍 외에도 작품을 보기 위해 알아둬야 하는 배경지식도설명해줘 흥미롭게 관람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직접 들어가 관람하는 것이 익숙했던 기자에게 온라인 관람은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오프라인 관람의 현장감과, 큐레이터의 설명이 주는 친절함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스스로 만드는 성취감, DIY 마스크

▲기자가 직접 만든 마스크

Do It Yourself. 자신이 쓸 물건을 스스로 만들어보자는 표어다. 코로나19가우리에게 많은 시간을 선사하면서, DIY가 다시금 유행하고 있다. 기자가 택한물건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필수 아이템, 마스크다.
기자는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해 DIY 마스크 키트를 구매했다. 마스크 키트에는 겉감과 안감, 귀에 걸 끈과 코에고정하는 와이어, 만드는 방법이 적힌 설명서가 동봉돼 있었다. 기자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박스 안에는 재단이전혀 안된 천이 담겨있었고, 집에는 재단용 가위가 없었다. 기자는 용기 있게 문구용 가위를 꺼내들고 겉감부터 재단하기 시작했다.
문구용 가위를 선택하는 게 아니었다. 천이 제대로 잘리지 않았다.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바느질은 엉성했다. 마감처리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천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바느질을 하면서, 달고나 커피와는 다른 몰입의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완성하고 보니 상당한 괴작이 탄생했다. 약국에서 구매하는 일회용 마스크보다 엉성해 보였지만, 내가 만들었다는 성취감이 그 엉성함을 가려주었다.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한 번쯤 해볼만한 도전이었다

사소한 일상을 특별하게,어디갈래 챌린지와 한성 빙고

▲치앙마이에 위치한 사원과 기자를 합성 해 봤다.

▲기자가 참여해 본 한성빙고의 결과다. 출처 : 홍보팀

요즘 SNS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챌린지’이다. 우리말로는 ‘도전’. 지금 SNS에 유행하는 수많은 챌린지들은 사소한 일상을 도전으로 만들어 코로나19가 주는 무료함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대변한다.
기자 역시 다양한 챌린지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바로 눈이 간 것은 ‘어디갈래 챌린지’. 스노우나 포토샵 같은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 하나면 누구나 쉽게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재밌는 챌린지다.
기자는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에 방문했던 치앙마이의 사원 모습과 현재 기자의 모습을 합성했다. 치앙마이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그리운 마음이 들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갈래 챌린지가 끝나고 다른 일에도 도전해보고자 인스타그램을 켰다. 우리대학에서 준비한 한성빙고에 도전해, 결과를 게시한 친구들이 눈에 띄었다. 한성빙고는 우리학교 학생들이 학교에서 다양한 일들을 얼마나 경험해봤는지 알아보는 빙고 게임이다. 기자 역시 스스로가 학교를 얼마나 풍부하게 겪었는지 궁금했다. 기자는 25개의 칸 중 4개를 제외하고 다 채웠다. ‘나도 대학에 와서 웬만한 건 다 해본 4학년이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했다.
사소한 행동에도 도전이라는 단어를쓰면 특별한 행위가 된다. 기자 역시 지금까지 있었던 일상에 ‘도전을’ 붙여서 특별한 하루를 만들 수 있었다.

최성훈 기자

[email protected]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