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힘 있는 학생 목소리, 대학평의원회에서 들을 수 있을까 (한성대신문, 564호)

    • 입력 2021-03-0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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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8-28 19:32

대학평의원회(이하 평의원회)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학생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모든 대학에는 평의원회라는 의결기관이 있다. 교수와 직원, 조교, 학생 등 학내 구성단위의 대표가 참여해, 대학 발전 계획, 학칙의 제정 등 대학의 주요 사항을 심의하는 기관이다. 대학의 중대사를 논의할 수 있는 기관임과 동시에, 학생이 학교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 11월, 평의원회에서 학생이 지닌 영향력을 높이고, 평의원회 자체의 기능을 강화하는 법안인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해당 법안은 ▲등록금 결정 과정 내 학생 권한 강화 ▲평의원회 학생 참여 확대 의무화 ▲국공립대 총장추천방식 결정 시 학생 참여 의무화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다. 대표발의자인 전용기(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학은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대전제에도 불구하고 학생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평의원회 내 학생 참여 비율 높아져

학생사회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평의원회에서 학생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법안은 학생 평의원의 수를 전체의 1/4 이상으로 규정하고, 임의구성이 가능했던 동문 정수를 1/6 이내로 제한했다. 법안이 바뀌면 현재 14.7%인 학생 평의원의 비율이 최소 25% 이상으로 늘어나며, 기타(동문 및 대학 발전에 도움이 되는 자) 평의원의 참여 비율을 낮추고 재학생 평의원 수를 보장할 수 있다.

현재 평의원회에서는 학생 평의원의 참여 비율이 현저히 낮아, 대학의 주요 의사결정에서 학생이 배제된 절차를 유지하고 있다. 2020년 교육부가 발표한 「사립대학 대학평의원회 구성현황」 자료에 의하면, 교원 37.1%, 직원 21.8%, 기타 24.3% 순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학생은 불과 14.7%로 교원, 직원에 비해 낮은 수치를 보였다.

학생 평의원의 수가 늘어난다면, 학부생, 대학원생, 유학생 등 다양한 학생의 참여를 기대할 수 있다. 이해지(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학생은 1~2명만 참여하기 때문에 평의원회 내에 영향력이 부족하다”며 “참여하는 학생 비율이 증가하면 학생의 원활한 의견 개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 단위당 5명 이상 참여 가능해져

평의원회의 권한 강화를 위해 먼저 바뀌는 부분은 평의원회의 구성원 수이다. 쉽게 말해 평의원회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다. 현행 『고등교육법』 제19조의2에 따르면 평의원회는 최소 11명 이상의 평의원으로 구성해야 한다. 새로 발의된 법안은 평의원회의 구성 요건을 최소 25명 이상으로 조정한다.

전체 평의원의 수를 늘리면, 다양한 대학 구성원의 참여가 가능하다. 11명의 평의원으로 구성된 평의원회에서는 각 구성단위마다 평의원이 약 2명이다. 25명으로 늘어나면 현재 구성단위로 단순 계산을 해도 각 단위마다 5명 이상이 평의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박남기(광주교육대학교) 평의원회 의장은 “현재 평의원회에 대한 대학 구성원의 관심이 부족하고, 평의원회 관련 활동이나 업무 지원 직원도 형식적으로 배치된다”며, “구성원 숫자를 늘린다면 평의원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이어 그는 “평의원 중 일부가 불참하더라도 회의는 진행된다. 전체 구성원이 증가하면, 해당 구성단위의 대표자가 전부 빠지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문사항, 심의사항으로 변경돼

법안에는 평의원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법안은 현행 고등교육법상 평의원회 자문사항인 교육과정 운영, 대학헌장 제·개정 등을 심의사항으로 변경한다.

어떤 사안이 평의원회 자문사항일 경우, 대학 및 총장의 재량으로 의뢰를 결정할 수 있다. 이때 대학 및 총장은 평의원회의 자문결과에 대해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 반면 심의사항으로 변경된다면 대학 및 총장이 평의원회의 의결결과에 따라야한다. 연덕원(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이사회에 최종 권한이 있어도 절차상 심의를 거쳐야 한다. 대학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될 것”이라고 변화를 기대했다.

평의원회 기능 강화는 기존 법이 만들어지던 당시 취지를 살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법 설계 당시 평의원회는 심의 및 의결기구로 제안됐지만, 현재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에 있는 평의원회는 심의 기구로 그 기능이 축소됐다. 현재 평의원회는 의견을 제시하고 건의하는 기능이 거의 없다. 박 의장은 “어떤 사안에 심의를 진행하는 경우에도 이미 대학이 정한 결과가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바꾸기가 어렵다”며, “평의원회가 특별한 권한이나 역할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평의원회가 심의 및 자문기구이므로 평의원회의 권한이 약해 학생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 추천 권한, 평의원회로 전환

평의원회 기능 강화 뿐 아니라 새로 추가된 권한도 있다. 법안은 사립학교법 조항 개정을 통해 개방이사, 감사, 교원인사위원, 교원징계위원의 추천주체를 평의원회로 전환한다.

일례로 개방이사 추천에 대해 살펴보면, 현행법에서는 개방이사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원회)의 위원 추천 권한을 평의원회와 대학 및 이사회가 나눠 갖고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 제14조에 따르면, 추천위원회를 평의원회에 두고 그 조직과 운영 및 구성은 정관으로 정하되, 위원 정수는 5명 이상 홀수로 하고 평의원회에서 추천위원회 위원의 2분의 1을 추천하도록 한다. 연 연구원은 “추천위원회 위원의 절반을 평의원회에서 추천하더라도, 결국 재단 이사회가 마음대로 개방이사를 선출할 수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바뀐 법안에서는 추천위원회의 추천주체를 평의원회에 한정하고 평의원회에 감사 및 징계 권한이 주어진다. 경영진과 법인 이사회에 대한 평의원회의 감시와 견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연 연구원은 “대학 구성원이 재단 비리 등을 폭로하면 해고 등의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새로운 법이 더 민주적인 대학 운영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장은 “평의원회가 추천주체가 된다면 평의원회에 대한 학내구성원의 관심, 참여도, 위상 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학생이 제 목소리를 내려면

평의원회에 대해 법적인 변화는 물꼬를 튼 셈이지만, 대학 사회 내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학생 대표 선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학생 평의원 수가 늘어난다면, 전체 학생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평의원을 뽑기 위한 새로운 선출 방식을 찾아야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학생 참여가 보장된다고 해도 참여하는 학생이 전체 학생의 의견을 얼마나 전달하느냐에 따라 학생 사회의 영향력이 달라질 것”이라며, “직선제 대표자 혹은 평의원회 참가 지원을 받아 선출하는 방식 등 다양한 선출 방식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의원회에 대한 학생의 관심 재고도 큰 숙제다. 이 위원장은 “일반 학우 사이에서 평의원회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용어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 학생이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기 어려운 구조가 원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평의원회를 개선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실제로 공포돼 적용된 사례는 거의 없다. 이번 법안은 현재 계류의안 단계로, 국회에서 위원회 심사를 거치고 있다. 전 의원은 “대학 내 의사 결정에서 학생의 의견이 현실적으로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의 바람이 실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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