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묻고 현장이 답하다> 누구보다 분주한 아침 (한성대신문, 565호)

    • 입력 2021-03-2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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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1-03-22 00:05

<편집자주>

나 말고 다른 사람. 그의 문제를 알기 위해서는 그에게 묻는 것보다 그가 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던가. 종이에 적힌 자료보다 한 번의 경험이 더 현실적이다. 나를 그로 바꾸기 위해 신문사 밖으로 향한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생생한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우리학교 청소노동자는 아침부터 강의실 소독을 진행한다. 학내 구성원의 배달 서비스 이용률도 증가해 분리수거장이 일회용품 쓰레기로 가득하다. 누구보다 분주한 청소노동자의 하루를 직접 느껴보기 위해 학교 건물로 들어간다.

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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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져 있는 출근 시간은 7시 30분이지만,

그때 작업을 시작하면 일을 다 끝낼 수 없어요.

오전 6시 58분. 진리관 3층 출입문 앞에 도착한다. 오전 수업 시작 전까지 청소를 끝내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곧바로 진리관 출입구 뒤에 있는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꺼내 컴퓨터 실습실 317호로 들어간다. 대략 30개 정도의 컴퓨터가 보인다.

청소작업자가 실습실 복도와 의자 밑에 있는 먼지를 리스킹 걸레로 정리한다. 리스킹 걸레는 기름걸레라고도 불리며, 넓은 공간을 신속히 청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작업한 뒤에 남은 먼지와 쓰레기는 빗자루를 이용해 쓰레받기에 담는다. 쓰레받기를 확인해보니 다 마신 팥고당 커피컵, 종이, 비닐봉지가 보인다. 마무리로 대걸레를 사용해 바닥을 닦는다.

청소를 끝낸 후, 실습실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작업자가 말한다. “아직 작업이 다 끝나지 않았어요. 바닥과 책상에 붙어 있는 문진확인 스티커를 제거해야 돼요. 교문에서 받은 문진확인 스티커를 아무데나 버리는 사람이 많아 업무가 더 늘어났어요.” 실습실을 돌아다니며 바닥과 책상을 살펴보니 문진확인 스티커가 여기저기 붙어져 있다. 곧바로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바닥에 내려둔 후, 넓적한 칼을 이용해 바닥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제거한다. 많은 사람이 밟고 지나간 탓에 스티커를 제거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학내 구성원이 아무데나 붙인 문진확인 스티커다.

컴퓨터 실습실 청소가 끝난 후, 진리관 3층 패션실습실로 들어간다. 마네킹, 긴 책상, 실. 바늘 등이 보인다. 리스킹 걸레를 이용해 먼지, 실 뭉치 등을 모으고 커피컵, 사탕봉지 등 쓰레기를 쓰레받기에 담는다. 강의실 5곳의 청소를 마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시간 정도다.

강의실 청소를 마친 후에 대걸레가 있는 화장실로 향한다. 화장실 마지막 칸으로 가니 대걸레 2개가 보인다. 걸레를 물에 담근 후에 물기를 제거해준다. 물기가 많으면 이용자가 복도를 이용할 때 위험하다. 화장실에서 나와 복도 끝에서부터 처음까지 구석구석 닦는다. 마지막으로 얼룩이 있는 부분을 닦아준 후에 작업을 마무리한다. 긴 복도를 3번 정도 오갔더니 등이 땀으로 범벅이 됐다.

3층 청소가 끝나고 잠시 청소도구를 손질한다. 리스킹 걸레에 붙은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작은 수세미를 이용해 먼지를 때어낸다. 그 순간. 작업자의 장갑에 뭔가가 반짝인다. 실습실 청소를 하면서 리스킹 걸레에 바늘이 붙은 것이다. 작업자는 아무렇지 않은 듯 떼어내며 말한다. “실습실 청소를 하다보면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해요.”

다음 구역인 학송관을 청소하기 위해 계단으로 내려간다. 작업자를 따라 계단을 이용해 2층까지 걸어 올라간다. 복도 맨 끝에 위치한 교수 사무실로 향한다. 리스킹 걸레를 들고 먼지와 작은 쓰레기를 모은다.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이용해 큰 쓰레기를 청소한다. 손걸레를 들고 책상으로 이동한다. 키보드를 닦고, 책상 유리에 뭍은 지문을 제거한다. 마지막으로 사무실에 가운데 위치한 긴 유리 책상도 닦는다.

사무실에서 나와 리스킹 걸레를 들고 복도로 향한다. 복도 곳곳에 있는 먼지를 모은 후에 한 곳에 털어내는 작업을 반복한다. 모인 먼지와 작은 쓰레기를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이용해 쓰레기통에 버린다.

2층 작업을 마친 후에 다시 1층으로 장비를 들고 이동한다. 한 손에는 리스킹 걸레, 다른 한쪽에는 대걸레. 양손을 계속 들고 다녔더니 어깨가 뻐근하다.

▲컴퓨터 실습실을 청소하고 있는 모습이다.

1층에 도착해 컴퓨터 실습실로 들어간다. 실습실 청소를 할 때는 실습실 문을 열어두고 작업을 진행한다. 청소도구 등을 사용할 때 용이하기 때문이다. 학송관 1층은 실습실 문이 자동으로 닫히도록 설계돼있어 고정이 잘 되지 않는다. 의자를 이용해보지만 문이 계속해서 닫힌다. 문 사이에 의자를 두고 그대로 작업을 진행한다. 의자 위로 넘어다니는 식으로 작업을 하니 몸에 더 무리가 간다. 키보드를 닦고 있던 중 한 여학생이 강의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문 사이에 의자가 있어서 강의실로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다. 곧바로 손걸레를 책상에 내려둔 후에 문 앞으로 뛰어가 의자를 치운다. 아직 청소 중이냐고 물어보는 그녀의 말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오전에 수업 전에 마무리하기 위해 더 열심히 움직인다.


▲쓰레기 봉지를 파란통과 나무판에 올려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수업 전까지 청소를 마치고, 다음 작업은 분리수거다. 진리관 1층 분리수거장에 들어가니 청소작업자 2명이 보인다. 그들은 분리수거장 구석에 있는 파란색 통과 일반쓰레기 봉지 뒤에 세워져 있는 나무로 된 판을 가져온다. 파란색 통 위에 나무판을 깔고, 그 위에 쓰레기 봉지를 올린다. 바닥에 쓰레기 봉지를 두고 작업을 하면 허리에 무리가 가서 작업자들이 고안한 방법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쓰레기 분류작업을 해야 해서 쓰레기 봉지를 바닥에 두고 작업하면 허리가 아파요.”

작업자들은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작업을 시작한다. 하얀색 봉지를 열어보니 커피컵, 음식이 담겨있는 도시락, 젖은 종이, 유리로 된 음료수 병이 보인다.

쓰레기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일회용컵이다. “일회용컵 봉지는 하루에도 몇 봉지씩 나와요.” 예전에는 일회용컵을 따로 모으지 않았지만, 지금은 일회용컵이 너무 많이 나와 비닐봉투에 따로 모아서 처리한다. 카페에서 나오는 테이크아웃용 일회용컵이 대부분이다. 많은 사람이 남은 커피를 그대로 쓰레기 봉지에 버려 작업자가 컵 뚜껑을 열어 음식물 쓰레기통에 내용물을 버려야 한다.

한 청소작업자가 쓰레기 봉지 3개를 양손에 들고 걸어오고 있다. 곧바로 파란색 통 위에 나무판을 깔아 분류작업 준비를 한다. 봉지를 열자마자 담배 냄새가 마스크 안으로 들어와 기침이 나온다. 머리가 어지럽다. “오전에 건물 옥상, 진리관, 학송관 사이에 마련돼 있는 흡연부스도 청소하고 있어요. 재떨이에 있는 쓰레기도 담아오니 작업을 할 때 담배 냄새가 심해요.”

대략 다섯 봉지 정도 작업을 하던 중 톡 쏘는 냄새가 분리수거장을 가득 채운다. 봉지를 열어보니 도시락을 시켰을 때 나오는 김치가 들어있다. 한숨이 나온다. 곧바로 분리수거장 입구 앞에 위치한 파란색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간다.

김치가 담겨 있는 통을 열기 위해 여러 번 시도하지만, 고무장갑을 착용해 뚜껑이 잘 열리지 않는다. 대략 3분 정도 지나 드디어 뚜껑을 연다. 숨을 참고 쓰레기통을 들어 올린 후에 김치를 버린다. 대략 30분 정도 음식물 냄새를 계속 맡으며 작업하니 속이 좋지 않다.

오전에 처음으로 작업한 쓰레기의 양만 8봉지다. 분류작업을 끝내니 음식물 냄새로 머리가 어지럽다. 힘들어하는 기자의 모습에 작업자가 한마디 건넨다. “힘들죠? 출근 시간보다 일찍 나와 일하느라 고생 많았어요.” 아침이 분주하게 지나간다. 청소는 이제 시작됐을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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