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청년 빠진 청년 주거정책, 집을 넘어 살 곳이 필요한 청년 (한성대신문, 565호)

    • 입력 2021-03-2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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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1-03-22 00:16

의식주는 인간 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세 가지 요소이다. 많은 사람이 ‘주’를 ‘집(宙)’으로 이해하지만, 주는 ‘삶(住)’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살 곳은 단순한 주택을 넘어서 마음 편히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청년은 21세기 주거취약계층으로 새롭게 대두됐다. 청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 중이지만, 모든 어려움을 감싸기엔 역부족이다. 2021년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자 및 예비 후보자(이하 후보자)는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약을 발표했다. 새로운 공약은 청년에게 살 곳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

현실성 없는 주택 공급

살 곳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질문에 여러 후보자들은 ‘주거 공급’으로 답했다. 박영선(더불어민주당) 후보는 5년간 공공분양주택 3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국민의힘) 후보는 서울에 신규 주택 총 36만호를,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해 ‘상생 주택’ 7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국민의당) 후보는 소득이 있는 청년에게 공급하는 청년임대주택을 포함해 5년간 총 74만 6,000호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의 주택 수요는 많지만 공급은 부족하다. 지난 1월 27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 공사)가 발표한 「2020년 3차 서울리츠 행복주택 입주자모집 최종 청약경쟁률」 자료에 따르면, 총 96가구를 공급했지만 신청자는 8,335명이었다. 청약경쟁률은 86.8대 1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행복주택은 2030세 대의 주거불안 해소를 위해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학교 및 직장과 거리가 가까운 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정책이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다른 공공임대주택도 상황이 비슷하다.

주택의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공급을 늘리는 정책은 필요하지만, 일각에서는 후보들의 부동산정책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환(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단순 물량 채우기에 급급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먼저 박 후보의 공공분양주택 공급에 대해 “토지임대부 방식은 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기존 가구를 감안하지 않은 공급물량”이라며, “기존 공공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을 어디로 이주시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오 후보의 상생주택에 대해서는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활용도가 낮은 토지에 공공 주택을 지어 공급하겠다는 방안이기 때문에 민간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며, “활용도가 낮은 토지이다 보니 공급 속도만 높이다가 실질적인 수요가 없는 곳에 주택을 제공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안 후보의 정책에 대해서는 “재개발‧재 건축 활성화를 통한 30만호 공급은 거의 불가능하다. 종 상향*을 통한 10만호 공급도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공급을 위한 용지 마련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후보자들은 용지 마련 방법으로 고속도로 및 철도의 지 하화를 강조했다. 손재영(건국대학교 부동 산학과) 교수는 “도로나 철도는 면적이 좁다. 위치도 사람이 생활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지금 나온 공약은 자금 및 용지 마련에 대한 실행 계획이 없기 때문에, 공급량이 많아야 1년에 2만호”라고 우려를 표했다.

청년 주거비 부담 완화 약속

후보자들은 살 곳을 마련하려는 청년을 위해 보증금 및 월세를 지원하는 내용의 공약도 제시했다. 대부분의 청년이 집을 빌려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가구 중 77.4%가 임차가구 형태로 거주하고 있다.

청년에게 보증금과 월세는 감당하기 힘든 비용이다. 지난 2020년 6월 서울시에서 시행한 청년월세지원에는 총 3만 4,201명이 신청했다. 모집인원은 5천 명이었다. 신청 청년의 평균 소득은 131만 6천 원이며, 평균 지출 월세는 37만 3천 원이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임대주택의 보증금이나 월세도 당장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대학생에게는 큰 부담이다. 김가원(민달 팽이유니온 홍보기획팀) 팀장은 “공공임대 주택의 임대료가 집이 필요한 청년이 감당 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높게 책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의 주거비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공약으로 대표적인 것은 우상호(더불 어민주당) 후보와 안 후보가 제시한 청년 주택바우처 제도다. 청년 주택바우처는 청년층으로 대상을 한정해서 진행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현 제도와 차별점을 갖고 있다. 우 후보는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해 중위소득 150%까지 최대 30만원 내에서 청년 주택바우처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쿠폰 교환방법으로 월세와 관리비 일부를 지 원하는 청년 주택바우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주택바우처 제도는 지금도 ‘서울형 주택 바우처 제도’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다. 현 제도는 저소득층에게 소정의 주택임대료를 지원을 위한 사업이다. 주택바우처 제도는 일반바우처와 특정바우처로 나뉜다. 일반바우처의 지원 대상은 ▲민간 월세 ‘주택’ 및 ‘고시원’ 거주 가구 ▲임대보증금이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의 소액보증금 기 준 (1억 1천만 원) 이하인 가구 ▲소득평가액이 기준중위소득 60% 이하인 가구 ▲재산가액이 1억 6천만 원 이하인 가구 등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특정바우처 제도는 일반바우처 대상 조건을 모두 만족하고 ▲신청일로부터 최근 1년 이내에 서울시내 쪽방 또는 사회복지생활시설에서 퇴거한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다.

청년 주택바우처 제도의 관건은 임대인이 알 수 없는 형태로 주거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지원금에 맞춰 임대인이 주거비를 올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수(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쪽방촌의 경우, 지원금 상승에 따라 임대료가 같이 오르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살만한 곳이 필요한 청년

후보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집을 만들고 주거비를 지원할지에 대해 답했지만, 대답은 충분하지 않다. 주택 공급에는 현실성 있는 시행계획이 있어야 하며, 주택바우처 등 지원금 관련 공약도 구체화가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어떻게 살만한 곳을 만들지에 대해서 전혀 답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온 어떤 후보도 주택 공급 및 주거비 지원책 외에, 주거환경 개선 등 다른 청년 주거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청년의 주거환경은 심각한 상황이다. 비주택‧위반건축물 등 비적정 주거 시설이나, 곰팡이와 누수가 심각한 낙후 시설에 살고 있는 청년도 있다. 2015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이 20~34세인 청년 가구 중 총 45만 가구가 주거빈곤상태로 밝혀졌다. 주거빈곤상태란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나 지하 혹은 옥상‧비닐하우스‧고시원 등 주택 이외의 거처에 살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최저주거 기준 미달 가구는 주거 안정성, 주거비 부담 가능성, 살기 적합한 가구 상태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국토교통부에서 도입한 기준이다.

청년에게 필요한 건 집이 아니라 살 곳이다. 김 팀장은 “집을 소유해야 주거 안정을 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집을 임차해 살아도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안정적으로 거주 할 수 있다면 청년이 겪는 대부분의 주거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 상향 : 1·2종 일반주거지역을 2·3종으로 높이는 것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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