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기획> 코로나19가 집어삼킨 청춘, 마음에도 백신이 필요하다 (한성대신문, 558호)

    • 입력 2021-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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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1-06-06 19:31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급증하면서 이를 지칭하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코로나’와 우울을 뜻하는 ‘블루(blue)’가 합쳐진 ‘코로나블루’가 그것이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느끼는 우울이나 무기력증을 말한다. 이외에도 짜증과 분노를 경험하는 ‘코로나레드’와 절망감을 느끼는 ‘코로나블랙’이라는 표현도 나타났다. 모두가 코로나19로 심적 고통을 호소하는 가운데, 20대 청년의 마음건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본지는 본교 학생의 마음건강 실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알아봤다.

파랗게 얼룩진 우리의 일상

본지가 5월 17일부터 21일까지 본교 재학생 87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학생 마음건강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과반수가 코로나19로 인해 우울감·무기력감을 느끼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코로나블루를 경험한 적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 중 599명(68.6%)이 ‘예’에 답했다. 코로나블루를 경험한 학생들은 ‘외출 및 모임 자제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86.0%)’을 가장 큰 원인으로 뽑았다. ‘신체활동 부족으로 인한 체중 증가(31.4%)’, ‘감염 확산에 따른 건강 염려(28.0%)’, ‘취업 및 일자리 유지의 어려움(15.0%)’이 그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활동 제한으로 단조로운 일상의 반복, 유학 및 여행 계획 취소 등으로 코로나블루를 경험했다는 의견이 있었다.

‘코로나레드를 경험한 적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 중 361명(41.4%)이 ‘예’에 답했다. 코로나레드의 주요 원인으로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지속적인 스트레스(79.5%)’가 가장 많았으며, 뒤이어 ‘장시간 마스크 착용 (50.7%)’,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47.1%)’, ‘각종 제재에 대한 답답함(44.9%)’이 잇따랐다.

코로나블루와 코로나레드 외 코로나블랙을 경험했다는 학생도 있었다. 이지현(사회과학 1) 학생은 “코로나19로 인해 대외활동에도 어려움이 많았고, 계획도 다수 틀어져 미래가 암담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익명의 한 학생은 “입시를 끝내고 대학에 입학했지만 이전과 별다를 것 없는 생활을 보내니 삶의 의미를 잃은 것 같았다”며, “이로 인해 극단적인 생각을 한 적도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마음건강 악화에 대처했는가’라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 중 479명(54.9%)이 ‘아니오’에 응했다. 학생들은 대처할 방법을 모르거나 의욕이 없었음을 이유로 꼽았다. 김윤우(IT 1) 학생은 “코로나19 이후 획일적인 일상이 반복돼 지쳤다”며, “우울이나 무기력한 감정에 대처하고 싶어도 적절한 방법을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병든 청년 마음

20대 청년의 마음건강 악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를 보면 20대 청년 중 우울증 환자는 2016년 약 6만 4천 명으로 전체 우울증 환자의 10%지만, 매년 1~2만 명씩 증가해 2019년에는 약 12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 연령 중 가장 높은 증가세다. 당시 청년들은 경제적 어려움, 반복되는 취업 실패 등을 이유로 꼽으며 우울감을 호소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에 들어섦에 따라 청년 마음건강은 더욱 악화됐다. 2020년 20대 청년 우울증 환자 수는 약 15만 명에 달하는데, 이는 전체 우울증 환자 중 18%다.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사람 간 접촉·교류 감소가 꼽히고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 및 모임을 자제하고 자가격리하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작년 4월 설문조사 기업 ‘엠브레인’이 진행한 ‘코로나19로 인한 생활패턴 변화 조사’에 따르면, 20대 청년이 집에서 보내는 평균 시간은 평일 1일 기준 15.1시간으로 전 연령대 중에서 가장 길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신체활동에도 제약이 생겼다. 대한비만학회가 실시한 ‘코로나19 시대 국민 체중 증가 현황 및 비만 인식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거의 운동하지 않았다는 사람은 전년 대비 14%p가 증가한 32%였다. 20대 응답자 중 48%는 체중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문정순(송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신체활동을 통해 정신건강을 유지하는데, 청년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 충분히 몸을 움직이기 어렵다”며, “신체활동 부족은 심각한 우울증을 야기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설상가상으로 높아진 취업 문턱은 청년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2021년 1월 기준 취업자는 약 2,581만 명으로 전년동월 대비 약 98만 명이 감소했고, 실업자는 전년 동월 약 41만 명에서 157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정민(한남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심각한 취업난은 청년의 불안이나 우울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며, “이는 단기간의 심리적 위축이나 기능의 손상뿐만 아니라 주요 시기의 발달 과업을 충실히 이행하기 어렵게 하며, 개인적 손실과 더불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음건강 회복은 시작이 반

청년들이 코로나블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마음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건강 악화를 방치하면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이 우울증과 자살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우울증을 앓고있는 집단의 자살률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약 3.8배 높았다.

코로나블루의 극복을 위한 ‘마음백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 독서 등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워 성공경험을 쌓는 것이 마음건강 유지를 위해 가장 중요하다”며, “성공경험이 긍정적인 사고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심리상담을 적극 이용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김기환(서울디지털대학교 상담 심리학과) 교수는 “심리상담 과정에서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관계 형성 및 소통이 우울감 해소에 큰 역할을 한다”며, “특히 청년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의 보편화로 사람 간 교류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심리상담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리상담에 대한 청년 인식은 아직까지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로 본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학생상담센터에서 진행하는 심리상담 및 프로그램을 이용한 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873명 중 848명(97.1%)이 ‘아니오’에 답했다. 그 이유(중복응답)로 ‘심리상담 및 프로그램의 존재를 몰랐다(76.6%)’, ‘심리상담 및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25.6%)’, ‘심리상담 및 프로그램이 마음건강 악화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15.1%)’ 등을 꼽았다. 이 교수는 “예방과 적절한 상담 및 치료를 통해 긍정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작년 3월, 제123회 국정현안조정회의에서 의결된 『청년의 삶 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20대, 30대 정신건강 검사 주기를 조정해 자유롭게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를 검사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코로나19 상황 속 정신건강과 관련한 올바른 정보 제공과 단계별, 대상별 심리지원서비스를 확대한 ‘코로나19 통합 심리지원단’을 작년 1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코로나블루라는 악재를 타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정부의 심리 지원 정책은 획일적인 부분이 있다”며,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 개인이 다양한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 폭을 넓혀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김지혜(서울시정신건 강복지센터 정신건강예방팀) 팀장은 “청년에게 마음건강뿐만 아니라 주거·경제·학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프라 구축 및 지원이 이뤄진다면 더 건강하고 안정적인 시기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복탄력성(resilience): 역경이나 고난, 실패 등 부정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심리 상태를 되찾는 성질이나 능력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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