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학 내 인권센터 의무화 첫 걸음 뗐지만 갈 길 멀어… (한성대신문, 568호)

    • 입력 2021-06-0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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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4-04 17:11

대학 내 인권센터 설치·운영 의무화를 담은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이하 개정안)이 지난 2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표발의자였던 서영교(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10인은 스쿨 미투(Me Too)가 본격화된 이후 교육기관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근절을 위해 2020년 9월 28일에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전담기구가 부재해 대학 내 인권침해의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을 비판했다.

실제로 작년 11월에 발표된 「대학인권센터 운영 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 결과」에서도, 대학생 1,852명 중 입학 후 최소 한 번이라도 인권침해 피해를 겪은 학생은 883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전체 대학 중 인권센터를 갖춘 곳은 283개의 대학(원)교 중 89개 뿐이었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대학 내 인권센터가 설치·운영되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김은희(인권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인권센터 설치·운영 의무화로 인권의식 교육 및 홍보를 통해 학내 구성원의 인권의식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기대를 밝혔다.

대학 내 인권센터 설치·운영

의무화 담은 개정안 신설돼

제 기능 가능한

인권센터가 되기엔 여전히 미흡해

대학 내 인권센터 운영위원회에

다양한 학내 구성원 참여해야



대학 내 인권센터 설치·운영 의무화 법적 근거 마련돼

개정안에는 ▲대학 내 인권센터 설치 운영 의무화 ▲인권센터의 업무 범위에 구성원의 인권보호 및 권익향상 ▲성희롱·성폭력 피해 예방 및 대응 ▲국가 및 지자체의 재정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된 제19조의3이 신설됐다.

제19조의3 제1항에는 ‘학교는 교직원, 학생 등 구성원의 인권보호 및 권익향상과 성희롱·성폭력 피해예방 및 대응을 위해 인권센터를 설치·운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에 근거해 의해 학내 구성원 인권침해의 사전 방지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허은영(서울시립대 인권센터) 팀장은 “대학 내 인권센터 설치로 사건이 악화되기 전에 예방 및 재발방지, 조직문화 개선 등 2차 피해를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은 제19조의3 제2항에 의해, 향후 인권센터 운영 시 ▲인권침해행위에 대한 상담, 진정에 대한 조사 및 이와 관련된 시정권고 또는 의견표명 ▲학교 구성원의 인권에 관한 교육 및 홍보 ▲성희롱·성폭력 피해예방 및 대응 ▲그 밖에 학교 구성원의 인권 보호 등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는 인권센터 직원의 업무를 명시한 것으로, 체계적인 인권센터 운영을 위해 신설됐다. 허 팀장은 “인권센터는 인권침해나 인권 감수성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해, 인권침해 예방 및 재발방지뿐만 아니라 관행개선 등을 관리하고 있어 대학 내 인권침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빈틈 보이는 인권센터 운영

개정안은 내년 3월 24일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대학 내 인권센터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려면 남은 1년 간 운영상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먼저 대학의 재정 부족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현재 대학 내 운영 중인 인권센터는 재정 부족으로 인력난을 겪고 있다. 「대학인권센터 운영 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 결과」에 의하면, 대학인권센터 62곳(4년제 60곳·전문대 2곳)에서는 대략 2~3명의 직원이 모든 학내 구성원의 인권을 관리하고 있다. 허 팀장은 “2명 남짓한 담당자가 학내 모든 인권침해 사건을 담당하고, 피해 규제를 위한 조사, 인권침해 예방 교육 및 재발방지 조치, 후속관리, 문화사업, 홍보 등의 각종 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절반 가량의 인권센터 직원이 불안정한 고용 형태로 전문성 부족 문제를 겪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전국의 대학에서 근무 중인 인권센터 직원 170명 중 88명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비정규직 계약형태의 계약 기간은 최대 2년을 넘을 수 없다. 짧은 기간 내 담당자가 바뀌면 인권침해 문제 발생 시 사건의 후속관리는 더욱 어려워진다. 김 연구원은 “비정규직 형태로 운영될 경우 장기적인 비전을 설계하기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 내 인권센터 독립성이 보장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독립성 보장은 피해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대학인권센터 62곳에 속한 98명의 응답자 중 ‘독립적인 업무공간이 마련돼 있다’는 항목에 응답한 직원은 7명뿐이었다.

전문가는 인권센터가 타 부서 산하 기구로 소속될 경우 사건 처리 보호 및 피해자의 신뢰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허 팀장은 “인권센터가 부속기관으로 위치하게 되면 행정 편의상 장점이 있을 수는 있지만 사건처리 과정에서 비밀유지 보장이 힘들어질 수 있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 등에서 피해자·가해자·그 밖의 관련자들 모두의 신변보장, 객관적인 사건처리, 외압이 없는 신속한 사건처리 등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진정한 인권 보호 위한 기구로 거듭나려면

인권센터 종사자들은 인권센터의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 연구원은 “재정 부족 문제가 지속될 경우 대학 내 인권센터의 본래 역할이나 기능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 팀장은 “대학의 실정을 고려하되, 실질적인 인권옹호기구와 역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시적이라도 가능한 지원을 제공하면서 대학이 인권기구의 역량을 갖추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정 문제로 인한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전문 인력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허 팀장은 “교육부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예방 교육 및 사건 조사와 심의의결처리 각각의 분야에 전문가들을 반 상근 형태로 파견하는 것도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대학 내 인권센터 운영 시 운영위원회에 다양한 학내 구성원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생이 사건 당사자일 경우 학생의 직접 참여는 중요한 역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학생뿐만 아니라 학내 노동자, 조교 등 다양한 학내 구성원을 포함시키는 일은 당연한 것"이라며, "대학 공동체의 문제를 논의하는 곳이 바로 인권센터다. 모든 학내 구성원이 회의에 참여해 대학에서 인권과 관련해 어떤 내용이 논의되고 있는지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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