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한성문학상 - 소설 부문 당선작> 새 신발

    • 입력 2021-12-06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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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1-12-06 01:32

[삽화 : 이다혜(ICT 4)]



새 신발

김연정

둥 둥 둥. 나는 잔뜩 부은 눈을 차마 뜨지 못하고, 오른쪽 팔만 간신히 이불 밖으로 내밀어 소리의 원흉을 찾았다. 손바닥으로 애꿎은 바닥만 두어 번 치고 나서야 스마트폰을 잡을 수 있었다. “아이씨...” 나는 분명 지금 처음 들었는데 벌써 세 번째 알람이 울리고 있었다. 세 번째 알람은 8시 10분이었다. 더 자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시간이었다. 일어나기 위해 허리를 일으키다가 엉덩이는 떼지 못한 채 잠시 벽에 머리통을 기댔다. 여전히 부은 눈은 떠지지 않았다. 눈을 감고 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그릇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오늘 아침밥은 어제 남은 된장찌개겠지.’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동생이 방에서 나오는 소리이다. 동생의 발소리가 작게 몇 번 울리며 멀어지더니 금세 동생과 엄마가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오늘 용돈날이구나.’ 동생은 아직 초등학생이다. 엄마는 초등학생 용돈은 한 달에 오만 원, 그 이상은 안 된단다. 나도중학생이 되어서야 십만 원을 받았고, 3학년이 된 지금은 고등학교 준비를 열심히 하라고 동생 몰래 오만 원을 더 받는다. 동생은 올해로 6학년이 되었다. 몇 달만 참으면 될 것을, 이상하게도 요즘 들어 용돈을 더 달라고 그렇게 떼를 쓴다. 생전 용돈에 대해 적다 많다 말도 없는 녀석이 아침마다 저러고 있다. 나는 동생의 짜증스러운 목소리에 미간이 꾸겨지는 것을 느끼곤, 간신히 벽에 붙은 머리통을 떼어내어 학교 갈 준비를 시작했다.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현관문을 반쯤 열고선 신발을 신으며 말했다. “그래. 이거 챙겨가고. 김주혁, 너는 용돈 막 쓸 생각하지 말어.” 엄마는 우리에게 흰 봉투를 쥐어주며 말했다. “내 마음이야!” 동생은 흰 봉투를 낚아채곤 문을 잡고 있는 나를 밀더니 밖으로 뛰어나갔다. 나는 흰 봉투를 가방에 넣으면서 동생을 따라갔다. “몇 달만 참으면 돼. 중학생이 되면 더 주실거야.” 나는 먼저 가는 동생의 얼굴 옆에 고개를 내밀고 말했다. “아직 세 달이나 남았잖아. 돈 모자란단 말이야….” 동생이 고개를 아래로 떨구더니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나는 동생을 잠시 쳐다보다가 반짝거리는 동생의 눈을 보고선 고개를 거두었다. 이후로 별 의미 없는 잡담만 나누며 걸었다. 사거리 모퉁이를 돌고선 동생은 누군가를 향하여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가 버렸다. 아마 친구인 모양이다. 그 친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브랜드 의류를 걸치고 있었다. M 브랜드 모자 ,A 브랜드 반팔에 G브랜드 신발까지. 친구는 동생보다 키도 덩치도 작았지만, 그의 몸을 치장하고 있는 것들 때문인지 자연스레 친구에게 시선이 향했다. 동생이 왜 그렇게 용돈을 더 달라고 떼를 썼는지 알 것 같았다. ‘아직 6학년밖에 안된 것들이….’ 혼자 생각하곤 학교로 발길을 재촉했다.

교문에 들어서자 몇몇 아이들과 선생님이 나란히 서 있는 게 보였다. 누구는 넥타이가 없고, 누구는 후드티를 입고 있고, 아 지금 또 반바지를 입은 친구가 선생님에게 걸렸다. 나는 눈이 마주친 선생님을 향하여 고개를 끄덕거렸다. 선생님은 역시 수민이는 바르다느니,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라느니 듣기 좋은 말들을 내뱉으며 웃으셨다. 왠지 모를 부담스러움을 느껴 나도 멋쩍게 미소를 띠곤 유유히 그곳을 지나쳤다. 일층에는 신발장이 있다. 나는 내 사물함 앞에 멈춰 서서 조금은 누렇게 변한 하얀 운동화를 벗었다. 이 운동화도 벌써 삼 년을 신었다. 그리고 냄새가 날까 숨을 참고 신발장에 얼른 넣어버렸다. ‘용돈으로 신발이나 새로 사야지 원.’ 손을 두 번 털고선 계단으로 향했다. 3학년 교실은 4층이다. 반에 거의 다 와 갈수록 호흡은 점점 가빠진다. 왜 3학년 반을 제일 높은 층에 두어야만 했을까. 같이 헉헉거리며 올라가는 친구들도 왠지 같은 생각을 할 것만 같다. 4층에 올라서서 오른쪽 두 번째에 있는 교실 뒷문으로 다가갔다. 교실 뒷문 손잡이를 잡고 오른쪽으로 밀었다. 나는 곧장 가장 안쪽 세 번째 자리로 걸어와 앉았다. “김수민, 웬일이냐. 오늘은 빨리 왔네? 물론 종치기 5분 전이지만.” 옆자리에 앉은 지훈이가 비아냥대며 말했다. 지훈이는 아침에 입고 온 조끼는 어디 갔는지 와이셔츠만 입고선 길게 내려온 머리카락 사이로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훈이는 3학년이 되면서 친해진 친구이다. 지훈이는 워낙에 밝고 운동도 잘해서 항상 친구들이 많았다. 나도 작년까지 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지훈이의 유명세에 이런 저런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평소엔 장난끼도 많고 잘 웃는 아이라고 들었다. 다만. 가끔 과하게 화를 내거나 험한 말을 하여 교무실을 들락거렸다고, 그래서인지 나도 교무실에서 지훈이를 마주친 적도 있었다. 그래도 결국 3학년이 되고선 그런 일 없이 나름 공부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나 같이 평범한 애랑도 친하게 지내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민이 왔네!” 아영이가 내 앞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아영이는 작년에도 같은 반이었던 친구다. 갈색 빛이 감돌며 허리까지 내려오는 생머리와 눈썹이 살짝 보이는 길이의 앞머리, 어느 정도 차오른 볼살과 살짝 내려간 눈꼬리가 귀여운 친구이다. “봐, 송아영도 네가 지각 안 하니까 신기해하잖아.” 지훈이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적당히 해라!” 나는 괜히 지훈이의 오른쪽 팔뚝을 손으로 밀며 말했다. “수민아 근데 우리 이제 헤어지겠다. 아쉬워.” 아영이의 눈꼬리를 조금 더 내리며 말했다. “왜?” 내가 물었다. “오늘 자리 바꾼다고 했잖아. 그것도 기억 못 하냐!” 지훈이가 말했다. 지훈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선생님이 앞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수선하게 서 있던 아이들은 제 자리를 찾아 앉기 바빴다. 선생님이 교탁 앞에 바로 서자 반장이 일어나 “차렷, 경례.”를 외친다. 선생님은 시시콜콜한 얘기를 몇 마디 던지시곤, 자리 뽑기를 시작하자고 말씀하셨다. 이내 반장이 앞에 나와 칠판에 책상 배치도를 그리고 자리마다 숫자를 적는다. 선생님은 자리를 바꿀 때마다 쓰시던 뽑기 통을 조금 흔드시더니 “1분단부터 줄 서서 한 장씩 뽑아라.”라고 말했다. 나는 자리를 뽑고 원래 자리에 돌아와 다시 앉았다. 칠판에 적힌 나의 자리는 4분단 맨 뒷자리였다. 그리고 차례대로 다른 분단 아이들도 자리를 뽑았다. “김수민 나랑 짝꿍 못한다고 울진 마라.” 지훈이가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김수민 짝꿍 도둑년이네.” 지훈이가 눈으로 어딘가를 흘기며 작게 말했다. 칠판에는 ‘김수민, 박화정’이 적혀있었다. “자, 그럼 이제 칠판에 적힌 대로 자리를 이동하세요.” 선생님이 말했다. 나는 지훈이에게 왜 박화정이 도둑년인지 물어보려 했지만 금세 뒤섞이는 아이들 속에서 지훈이와 멀어졌다.

1교시가 끝났다. 역사 선생님 목소리가 워낙 나긋하셔서인지 쉬는 시간이 되었지만, 교실이 조용하다. “수민아, 너무 졸리다. 나 122쪽 줄 친 것만 보여줄 수 있어?” 우연히 또 내 앞자리에 앉은 아영이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아영이는 뒤를 돌은 채로 내 책상 위에서 밑줄을 그었다. 아영이의 길게 내려온 속눈썹이 조금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아영이와 이번에도 가까이 앉게 된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짝꿍에게는 아침에 자리를 바꾸고 인사를 건네려 했지만, 벽이라도 있는 듯 절대 내 쪽을 쳐다보질 않아서 포기했다. 사실 2학기가 넘어서고 있지만, 박화정과 얘기를 나눠본 적은 없다. 그동안은 자리도 멀었고, 항상 혼자 있었고, 조용하고 또, 음 아무튼 친해지기 어려웠다. 작년까진 나름 평범하게 지냈던 걸로 아는데 3학년이 되고선 말을 하거나 친구랑 있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러고 보니, 아영이랑은 인사는 하고 지냈던 것 같았는데 이젠 모르는 사이 같이 군다. 나는 엎드려 있는 박화정을 확인하고, 공책을 꺼내 글자를 써서 아영이 쪽으로 밀었다. ‘아영아, 너 근데 박화정이랑 친하지 않았어?’ 내가 쓰자마자 아영이가 인상을 쓰며 나를 쳐다봤다. “무슨 소리야. 하나도 안 친해.” 아영이가 속삭이며 화를 냈다. ‘작년에는 인사도 하고 얘기도 했던 것 같아서.’ 나는 다시 한번 공책에 글자를 썼다. ‘작년에는 그랬는데, 박화정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갑자기 다들 무시하더라고. 그래서 나도 이제 인사 안 해.’ 아영이가 내 글자 아래에 답했다. 나는 갑자기 박화정이 조금 안쓰러워졌다. 무슨 일을 했는지 몰라도 교실에서 혼자 있는 것은 외로울 것이다. 뜬금없는 동정으로 박화정 쪽을 바라보았지만, 박화정은 여전히 엎드려있었다. 그리고 이내 일어나 다음 수업 준비를 했다.

나는 아영이와 얘기를 더 나누다가 수업 종이 치고 나서야 사물함을 열어 국어책을 찾았다. 그런데 국어책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어제 집에 가져가 놓고 그대로 두고 온 것 같았다. 아침에 용돈 봉투를 넣으며 가방을 열었을 때도 국어책이 있진 않았다. 나는 사물함을 닫고선 자리에 다시 앉았다. 다소 난감했다. 인사도 안 나눈 짝꿍에게 책을 보여 달라는 말을 첫 마디로 나눌 줄은 몰랐다. 침을 몇 번을 삼키고, 속으로 ‘지금, 그래 지금’이라는 다짐을 몇 번 한 후에야 박화정에게 말을 걸 수 있었다. “어, 화정아 혹시 책 같이 볼 수 있을까? 내가 책을 안 가져와서.” 박화정은 미동없이 책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조금 창피했고, 조금 기분이 나빴다. 대답도 안 할 줄은 몰랐다. 바로 옆에서 말했는데 못 들었을 리는 없었다. 나는 빈 책상이 눈치가 보여 책상 서랍에서 공책을 한 권 꺼내서 올려두었다. 나는 박화정 쪽을 흘겼다. 그리곤 박화정이 올려둔 때 탄 봉제 필통을 보며 괜히 심술어린 생각을 했다. ‘필통 좀 바꾸지. 자기 물건에 애착이라도 있나. 돈이 없나. 책은 좀 같이 보면 좀 덧나나.’ 입을 삐쭉거리며 속으로 악의에 가득 찬 빈 험담을 읊으며 공책을 펼쳤다. 마침 아까 아영이와 끄적거렸던 부분이 펼쳐졌다. 그때 책상을 넘어오는 박화정의 책을 발견했다. 마침 선생님이 교재 수업을 시작하던 참이었다. 나는 순간 놀라 공책을 확 덮어버렸다. ‘봤을까?’ 아니, 공책을 금방 덮어버려 내용을 볼 새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책을 보여 달라고 부탁을 할 땐, 박화정이 책에 정리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 ‘공부를 열심히 하느라 필통도 안바꿨나 보네.’라며 길었던 필통 토론을 끝냈다. 그대로 박화정에게 책을 보여줘서 고맙단을 말 한마디도 못 꺼낸 채로 국어 시간은 지나갔다.

똑같은 체육복에 각양각색의 신발을 신은 반 아이들이 우르르 운동장으로 걸어간다. 나는 아영이의 하얀 신발과 내 누런 신발을 번갈아 가며 보았다. 같은 체육복을 입고 있는데도 아영이 옆에 있는 내가 위축되는 기분이었다. 문뜩 비싸고 뽀얀 신발들의 향연에 비슷한 누런 신발이 보였다. 조금 위로를 받는 기분으로 신발의 주인을 확인했다. 박화정이었다. 다시 한번 새 운동화를 사야겠거니 다짐했다. 운동장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4열 종대로 줄 맞추어 자리에 섰다. 체육 선생님이 하품을 하며 팔자걸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신다. 선생님은 항상 기운이 없으시다. 특히, 오전 수업일 때 더 그렇다. 목소리만 쩌렁쩌렁하시다. “하나, 둘, 셋, 넷, 둘, 둘, 셋, 넷” 체육 선생님이 외치는 구호에 따라 다들 이리저리 몸을 움직인다. 준비운동이 끝나니 우리 쪽으로 공을 두 개 던져주신다. “자유시간이다.” 선생님이 알아서 하라는 듯 주머니에 손을 넣으시며 말했다. 솔직히 나는 종일 앉아 있다 보니 피구라도 하고 싶었지만, 이미 아이들은 끼리끼리팔짱을 끼고 운동장 계단에 앉기 시작했다. 남자애들은 대부분 축구공 하나로 들떠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달려 나갔다. 하는 수 없이 아영이와 운동장 가장자리를 걸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체육 선생님이 가장 기운 넘치는 시간은 퇴근 시간이라느니, 오늘 급식 메뉴는 무엇이 나온다느니 하는 말들이 오갔다. 그렇게 세 바퀴쯤 돌고 있을 때, 이제 막 계단에 앉는 박화정이 보였다. 그리 길지 않은 운동장 계단에 박화정만 툭 떨어져 앉아있었다. ‘화장실 갔다 왔나?’ 책을 보여줘서인지 똑같이 누런 신발을 신어서인지 나는 괜히 박화정이 신경 쓰였다. 마침 힘들다고 하는 아영이의 말을 듣고 우리도 계단으로 향했다. 물론 아이들이 앉아있는 쪽으로 향했다. 박화정의 앞을 지나가며 슬쩍 그쪽을 쳐다봤다. 박화정의 얼굴은 약간 경직되어 있었다. 나는 그것이 원래 그 아이의 표정인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내 체육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우리는 다시 교실로 돌아갔다.

교실에선 오자마자 늘어져 앉아서 입을 벌리고 부채질을 하는 아이들 몇몇과 또다시 팔짱을 끼고 화장실을 향하는 몇몇, 그리고 다음 수업이 체육인 친구가 빌려준 체육복을 받으러 교실로 찾아와 재촉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매점에 가는 몇 몇도 있었는데 때마침 아영이가 매점에 가자고 나를 불러 세워 나 역시 그 대열의 한 명이 될 참이었다. 나는 목이 말랐고, 아침에 받아 이미 미지근해진 우유는 마시고 싶지 않았다. 지갑을 챙기기 위해 책상 왼쪽 고리에 걸려있는 가방을 책상 위로 올리고 지퍼를 잡아당겼다. 나는 어두운 가방을 확 열어젖히고, 그 속에 들어있던 나의 분홍색 반지갑을 꺼내었다. 지퍼를 다시 반쯤 잠그던 와중, 무언가 떠올랐다. ‘내 용돈 봉투가 왜 안 보이지?’ 나는 다시 지퍼를 열어 가방을 샅샅이 뒤졌다. “수민아, 지갑 아직도 못찾았어? 빨리 갔다 와야 해.” 아영이가 말했다. 나도 쉬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가방 안의 모든 것들을 꺼내어 뒤질 때까지 나의 흰 봉투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더 이상 목이 마르지 않았다. 나는 서서 책상 위의 가방을 양손으로 쥔 채로 멈췄다. 식은땀이 흘렀고, 나는 말했다. “돈이 없어졌어….”

결국, 매점은 가지 못했고, 나는 전혀 집중되지 않는 수업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까 전, 돈이 없어졌다는 내 말을 들은 아영이는 큰 목소리로 “뭐? 돈이 없어졌다고? 얼마?”라고 외쳤다. 반 아이들의 이목은 순식간에 나에게로 집중되었다. 나는 여전히 같은 자세로 가방 안만 쳐다보고 있었다. “십오만 원. 흰 봉투에 들어있던 십오만 원이 없어졌어.”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내 주변으로 금세 아이들이 몰려왔다. 조금 멀찍이 서서 수군대는 소리도 들렸다. 아영이는 급히 내 책상 아래, 반 앞 복도 등을 살피었다. 막, 교실에 들어온 지훈이는 반의 어수선함을 느끼고 나에게 다가왔다. “뭐야, 반 분위기가 왜 이래. 무슨 일 있어?” 얼떨떨한 표정으로 지훈이 말했다. “수민이 돈, 십오만 원이 없어졌대.” 아영이 말했다. 나는 그저 듣고만 있었을 뿐이었다. 지훈이는 당황해하더니 순간 말을 멈추고 나에게 다가왔다. “김수민, 네 돈 말이야. 쟤가 가져간 거 아니야?” 지훈이가 내 귀에 대고 작게 말했다. 나는 내내 보고 있던 가방 안에서 지훈이로 그리고 나서 짝꿍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교실은 여전히 어수선했지만, 나의 세상은 순간 매우 어둡고 조용해졌다. ‘도둑년’ 아침에 말했던 지훈이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오만가지의 생각이 머리를 가득 메웠다. 지훈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둑년이라는 목소리의 울림은 이어졌고, 박화정을 바라보고 있는 내가 있었다. 그리고 종이 쳤고, 그대로 자리에 앉아야만 했다. 나의 모든 집중은 칠판과 선생님이 아닌 짝꿍이 있는 오른쪽을 향했다. 다시 한 번 박화정의 필통이 보인다. 박화정의 누런 신발이 생각났다. ‘내 돈으로 새 단장이라도 하려고?’ 필통에 대한 토론이 다시 시작될 참이었다. 내 친구 지훈이가 없는 사실로 박화정을 모함했을 리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나는 당장이라도 박화정이 내 돈을 훔쳤는지 알아내고 싶었다.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수업시간 동안, 시계를 몇 번이고 확인하며 종소리를 기다렸다. 그나마 다행히도, 그 한 시간은 나의 감정을 다소 추스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드디어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이 나가셨다. 나는 박화정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기...”

“….”

“화정아, 뭣 좀 물어봐도 될까?”

“….”

“아니, 아까 들어서 알겠지만, 돈이 들어있던 봉투가 없어졌거든. 아침에 분명 챙겨왔고, 아까 책 꺼낼 때 있는 것도 봤었어. 근데 체육을 하고 오니까 없어져서….”

“내가 훔쳐갔냐고?”

낯선 박화정의 중저음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들려왔다. 여전히 나를 똑바로 바라보진 않지만, 박화정은 눈을 매우 부릅뜨고 있었고, 내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살짝 틀고 있었다. “박화정. 정말 너 아니야? 아까 너 체육 시간에 어디 갔다 오지 않았어?” 아영이 말했다. 맞다. 아까 우리가 걷고 있을 때, 박화정은 어딘가 다녀온 후 뒤늦게 계단에 앉았다. 나는 조용히 박화정을 바라보았다. “난 화장실에 갔다 왔을 뿐이야. 내가 안 훔쳤어.” 박화정은 단호한 듯 말했다. “야, 너 솔직히 말해. 작년에도 돈 훔치다가 걸렸잖아. 아직도 못 고쳤냐?” 지훈이 큰 목소리로 말하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작년에도?’ 나는 의심이 가득 서린 얼굴로 박화정을 다시 쳐다봤다. 박화정의 얼굴은 빈 곳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눈엔 금세 눈물이 차올랐고, 꽉 다문 턱이 그 눈물을 참기 위해 빠르게 떨리더니 이내 자리를 박차고 교실을 나갔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코앞에서 그런 표정을 지으니 내가 몹쓸 짓이라도 한 것 같았다. 나는 박화정이 열고 나간 뒷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반에선 모두 박화정에 대해 얘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무엇이라 정의하기 힘든 불안함이 차올랐다. 이내 아영이가 일단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하여 겨우 생각을 떨치고 뒷문에서 시선을 돌릴 수 있었다.

박화정은 점심시간이 끝난 후에도 교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박화정의 책상에는 4교시 과목이었던 수학책이 그대로 올려져 있었다. 선생님께서 반 아이들에게 박화정의 행방에 대해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갸우뚱거리며 빨간 펜으로 출석부에 무언가 끄적이시더니 수업을 시작했다.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은 박화정에 대한 토론을 곳곳에서 벌였다. 그리고 출석부에 두 번 더 빨간 펜이 그어지고 날 때까지도 박화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종례 시간이 되고, “혹시 화정이가 교실로 오면 나 보고 가라고 말해라.”라는 선생님 말씀과 함께 수업이 끝났다. “박화정 결국 안 왔네. 찔리는 게 있으니까 안 오는 거 아니야?” 아영이가 획 뒤로 돌더니 말했다. “글쎄….” 내가 그런 아영이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내가 말했지. 걔 작년에도 그랬다고.” 지훈이가 한쪽 어깨에만 가방끈을 걸친 채 내 옆 책상에 걸터앉더니 말했다. 그리곤 아영이의 적극적이고 호기심 어린 질문을 시작으로 둘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대체 작년에는 뭘 했는데?”

“박화정 작년에는 이미주, 신소영이랑 친했던 거알아?”

“아 맞아. 셋이 그렇게 친하더니 어느 순간 안 다니더라.”

“그거 박화정이 이미주 지갑 훔쳐서 그런 거야. 가뜩이나 이미주 지갑이 엄청 비싼 거여서 반에서 얼마나 난리가 난 줄 아냐?”

“진짜? 어떻게 알았는데?”

“그때 이미주가 지갑 새로 샀다고 자랑하자마자 사라져서 박화정이랑 신소영이 같이 찾아주고 달래줬단 말이야. 근데 그 지갑이 박화정 가방에서 나오니까 화가 안 나겠냐.”

“헐, 그럼 친구 지갑을 부러워서 훔친 거야? 박화정 진짜 도벽 있나 보네.”

“박화정도 자기 아니라고 울며불며 얘기했는데 이미주가 화나서 때리려고 하더라. 신소영이 계속 이미주 막다가 선생님 오시고 나서야 싸움이 끝났어. 이것도 선생님이 떠들고 다니지 말라고 해서 덜 퍼진 거야. 모르는 애들 꽤 있을 걸?”

“이미주가 박화정을 그렇게 챙겨줬는데 정말 은혜도 모르네. 솔직히 이미주랑 박화정이 급이 안 맞긴했어.”

둘이 하는 얘기를 조용히 듣던 중, 아영이가 ‘급’이라는 얘기를 하자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우리가 박화정의 급을 나눌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급이 낮은 사람들은 급이 높은 사람들을 동경하며 심지어 도둑질하는 사람이 되는 걸까. 나도 모르게 아영이의 말에 반감을 가지며 박화정이 오해를 산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의심할 수 있는 사람은 박화정 뿐이었다. 결국 모두가 비난하고 의심하는 것은 박화정뿐이니까, 나도 박화정에게 화살을 겨눌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박화정이 돌아올지 안 올지 모르지만, 일단은 기다리기로 했다. 결심이 서자마자 나는 아영이와 지훈이에게 집에 먼저 가라고 했다. 그 둘은 내 눈치를 살피더니 “조금만 있다가 가.”라며 어깨를 토닥이더니 나갔다. 이미 종례가 끝난 후로부터 시간이 꽤 지났던 터라 아영이와 지훈이가 나가자 교실엔 나 혼자 남게 되었다. 비로소 혼자 있게 되니 한숨이 나왔다. ‘왜? 왜 내 가방이어야만 했을까. 왜 오늘이었을까. 엄마한테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돈을 다시 달라 그러면 돈을 더 받고 싶어서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시진 않을까?’ 차마 머리가 아파지는 것을 참지 못하고 펼쳐진 양손에 고개를 박았다. 옆을 보니 아직도 박화정의 책상 위에는 수학 책이 그대로 있었다. 샤프도, 필통도, 우유도 그리고 가방도 그대로 있었다. 가방, 그래 가방이 있다. 나는 복도 창문을 잠시 주시했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고, 아무 소리도 나지않았다. 나는 박화정의 가방을 책상 고리에서 빼지 않은 채로 뻑뻑한 지퍼를 강하게 열어 내렸다. 가방 안에는 공책 몇 권, 일회용 파일 한 개, 종합 문제집 한 권이 들어있었다. 내가 정말 잘못된 의심으로 박화정을 궁지에 몰아넣었던 걸까. 상기되었던 마음이 조금 가라 앉을 찰나, 일회용 파일 안에서 익숙한 봉투가 보였다. 그래 이건, 내 봉투였다. 내가 아침에 엄마한테 건네어 받은 흰색 봉투였다. 봉투는 비어있었다. 다시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박화정, 너는 정말 도둑년이었던거야. 작년에도 지금도 또 내가 모르는 언젠가 너는 누군가의 것을 빼앗고 살아왔었겠지. 돈이 사라졌을 때 보다 더한 분노가 봉투를 쥐고 있는 손끝부터 온몸에 퍼져 올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우린 같은 급이 아니야.’ 그때였다. 교실 뒷문에서 소리가 났다. 고개를 들어보니 박화정이 서 있었다.

박화정은 당황한 듯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내손에 쥐어진 흰 봉투를 보곤 성큼 다가와 봉투를 빼앗았다. 우리 둘은 잠시 동안 서로를 노려보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내 분에 못 이겨 흘러넘치는 숨소리가 교실을 메웠다. “너였어.” 정적 속에서 나는 먼저 입을 뗐다. 너무 화가 났고, 박화정이 분명한 범인이라는 사실에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고 몰아세우고 싶었다. 작년처럼 눈물을 흘릴지, 아니면 뻔뻔하게 아니라고 변명할지, 나는 박화정의 대답을 기다렸다. 박화정은 노려보던 상태 그대로 나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왔다. “맞아. 내가 훔쳤어.” 박화정이 꼿꼿이 서서 말했다. “하, 어이가 없어서.” 나는 헛웃음과 함께 말이 튀어나왔다. “내놔. 내 돈.” 그리고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안 훔쳤다고 해도 날 의심할 거잖아.” 박화정이 말했다. 그녀의 지적은 조금 예리하고 날카롭게 들려왔다. “그게 중요해? 어찌 되었건, 네가 돈을 훔친 게 맞잖아!” 나는 당황스러움을 감추기 위해 다소 큰 목소리로 말했다. 박화정은 여전히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훔치기 전에 말이야. 아침에 정지훈이랑 내 얘기 했잖아. 도둑년이라고.”박화정이 말했다. 나는 순간 움찔했다. 지훈이가 작게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다 들렸던 모양이다. “그리고 아까 송아영이랑 공책에 내 얘기도 했잖아.” 박화정이 이어서 말했다. 나는 약간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공책 건은 미안해. 너랑 얘기를 안 해봐서 궁금해서 그랬어.” 나는 조금은 부드럽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도둑년인지 궁금했던 건 아니고?” 그러자 박화정은 훤히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그런 박화정의 태도에 당황스러워 사그라들었던 분노가 다시 올라왔다. 나를 꿰뚫어 보듯 말하는 태도가 화가 났다. 박화정의 그런 모습이 되려 내가 박화정가 별반 다름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내 행동쯤은 다 안다는 듯한 그 올라간 입꼬리가 날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닌 것 같은데. 작년에 네가 했던 일도 들었어. 그리고 지금 네가 들고 있는 봉투 말이야. 네 가방에서 나왔어. 그리고 네가 훔친 거라고 인정도 했잖아.” 나는 침착하게 말했다. 도둑한테 도둑이라고 말한 것이 뭐가 나쁘겠는가. 그렇게 생각했다. “네가 봤어? 작년에 내가 이미주 지갑 훔친 거?” 박화정은 이번엔 고개를 들더니 내려 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작년에 그 일 때문에 얼마나 억울하고 힘들었는지 알아? 이미주 지갑 따위 하나도 안 갖고 싶었어. 신소영이 나랑 둘이 있을 때마다 이미주 부럽다고, 재수 없다고 얼마나 얘기했는지 아냐고.” 박화정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신소영이 이미주가 맨날 자랑하는 꼴이 재수 없다고 몰래 지갑 훔치겠다고 나한테 말했어. 말렸지만 결국 훔친 거고. 근데 막상 지르고 나니까 일이 커진 거지. 어느새 내 가방에서 지갑이 나오더라.” 박화정이 작고 빠르게 말했다. 나는 박화정의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박화정의 말에 빠져들고 있던 것은 분명했다. “근데 왜 그때 말하지 않았어. 사실대로 말했으면….” 내가 말을 채 다 하기 전에 박화정은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말했어! 말했다고! 근데 아무도 안 믿는 걸 어떡해! 내가 제일 만만했겠지. 돈도 없고 소심하고, 누명을 씌우는 것도 화풀이 하는 것도 나라서 그랬겠지.” 박화정은 크게 숨을 한 번 들이 마시곤,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네 돈 왜 훔친 줄 알아? 너희끼리 속닥거리는 거 때문에, 또 손가락질 받고 억울해할 바에 그냥 진짜 훔쳐버린 거야. 너희 망상에 내가 맞게 행동해준 거라고. 진짜 도둑년이 된 거지.” 박화정은 책상에 주먹을 올린 채로 숨을 가쁘게 쉬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조금이라도 더 말을 했다간 나에게 달려들 것만 같아 보였다. 박화정이 자기 입으로 ‘도둑년’이라 하니 더 말을 이어가기도 불편했다. “알았어. 알았다고 박화정. 내가 오해하고 얘기한 것 같아. 일단 진정해. 나도 돈만 돌려받으면 내일 애들한테 해명해볼게.” 아직 나의 마음도 진정되진 않았지만, 이대로 말싸움을 벌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도 돈만 받고선 서로 모른 척 졸업까지 몇 달만 버티면 되는 일이었다. “돈? 그러고 보니 너도 신소영 못지않더라?” 박화정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또 무슨 소리야. 돈만 주면 된다고.” 나는 살짝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 말이야. 봉투에 오만 원밖에 안 들어있었는데, 왜 애들한텐 십오만 원이라고 거짓말한 거야?” 박화정이 주머니에서 오만 원을 꺼내 들며 말했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런저런 말로 동정심을 사더니 결국 십만 원이라도 챙기려던 것 같아서, 그 모습이 너무 꼴 보기가 싫었다. “박화정.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해. 너의 태도를 보니까 당장 해결하는 건 무리일 것 같다. 내일 아침에 당장 십오만 원 줘. 안 주면 그대로 선생님께 가서 말할 거니까.” 나는 담담하듯 쏘아붙이고 교실 뒷문을 빠져나왔다. 집까지 걸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일 년 동안 말 한마디 안 해본 애랑 짝꿍이 되자마자 대판 싸우고 말았다. 최근에 이렇게까지 누군가에게 화를 내본 적이 있었던가. 아니,살면서 처음인 것 같다. 긴장이 풀리면서 떨려오는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집으로 걸음을 서둘렀다.

둥 둥 둥. 날을 새고 말았다. 7시 50분에 울리는 첫 번째 알람을 끄고서 침대에 걸터앉았다. 학교에 가는 것이 무서웠다. 박화정이 돈을 정말 줄지, 안 주면 선생님께 정말 말씀드려야 할지, 그리고 애들한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든 것이 불안하고 확신이 안 섰다. 그리고 박화정이 한 말들이 모두 사실인 것인지 나를 속인 것인지에 대해서도 혼란스러웠다. 학교를 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차마 그럴 순 없었다. 내가 피하는 꼴이 되긴 싫었다. 결국 그동안의 아침과는 다른 무거움을 잔뜩 인 채로 몸을 일으켜 학교에 갈 준비를 시작했다.

동생은 오늘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아침부터 저렇게 웃고 있는 모습을 최근에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사람 속도 모르고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우는 동생의 모습에 괜히 짜증도 났다. 밥을 다 먹고, 현관문을 반쯤 열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말했다. “엄마 다녀올게!” 동생이 신발장에서 깨끗하고 비싼 신발을 꺼내더니 조심히 신었다. 나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동생은 문을 잡고 있던 나의 팔 아래로 뛰어나갔다. 나도 현관문을 닫고 동생을 따라나섰다. “너는 돈도 없다면서 그런 신발을 어디서 샀어?”나는 동생에게 물었다. “어제 용돈 날이었잖아. 엄마가 내가 하도 용돈을 올려 달라고 해서 그런지 돈을 엄청 많이 줬어!” 동생이 싱글대며 나에게 말했다. 나는 그 신발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나는 그 신발을 본 적 있었다. “너, 그거 친구 신발이랑 똑같은 거 아니야?” 내가 신발을 가리키며 물었다. “맞아! 걔가 자기는 새 신발 또 살 거라고 나한테 십오만 원에 팔았어!” 동생이 말을 끝내곤 앞으로 뛰어갔다. 그곳엔 어제 본 친구가 온통 다른 브랜드의 옷을 입고 동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신발도. 나는 새 신발을 신은 동생과 친구의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삽화 : 이다혜(ICT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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