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유쾌한 일회용 쓰레기 해결사, ‘트래쉬버스터즈’ 곽재원 대표 (한성대신문, 575호)

    • 입력 2022-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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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3-06 22:44

“누구도 하지 않았고 풀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고 있어요.”

▲곽재원 대표 [사진 제공 : 트래쉬버스터즈]

새로운 도전, 함께 나아가다

일요일 오후부터 기력이 쭉 빠지는 것 같은 직장인의 흔한 증상을 전혀 겪지 않는다는 스타트업 대표가 있다. 창업 후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는, 큰 만족감으로 또 자부심으로 일한다는, 일회용 쓰레기 해결사 ‘트래쉬버스터즈’ 곽재원(41) 대표다.

트래쉬버스터즈는 1980년대 영화인 ‘고스트버스터즈’에서 오마주한 사명이다. 영화에서 유령을 잡으러 다니는 주인공들처럼 트래쉬버스터즈의 구성원들은 일회용 쓰레기를 잡으러 다닌다. 활동복 역시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복장을 오마주한 결과물이다. 여기서 핵심은 심각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재미’있게 라는 점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트래쉬버스터즈는 일회용품이 발생하는 다양한 곳의 문제들을 찾아 해결해 나가는 기업이다. 일회용품의 사각지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실현하고 있다.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를 통해 세척과 살균을 거친 용기를 재사용함으로써 현장의 일회용 쓰레기 문제를 해결한다.

곽 대표는 과거 축제 기획자로 약 10년간 일하면서 축제 후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일회용 쓰레기 더미를 보고 마음이 불편했다. 이에 더해 당시의 서울시 일회용품 사용 가이드라인에 대한 공문 중 축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제가 없는 점도 그의 문제 해결 의지를 타오르게 하는 데에 한몫했다. 곽 대표는 이에 동감하고 뜻을 함께할 동료들을 만났고, 의견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축제는 일종의 쓰레기 사각지대였는데, 현실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과 직접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생각이 맞물렸어요. 이를 위해 만들어진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을 위한 스터디 모임에서 지금의 창업 멤버들을 만났죠. 브랜드 컨설턴트인 김재관 이사, 디자이너인 최안나 이사, 설치작가인 곽동열 이사가 그들이에요. 마침 서울시에서 ‘서울시 청년 임팩트 투자'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었어요. 2019년 9월에 법인을 세운 뒤 투자 지원 후 2년간 6억 원의 시드머니를 받게 됐어요. 운이 좋았죠.”

트래쉬버스터즈의 사업 모델은 법인을 세우기 전 이미 증명됐다. 곽 대표가 기획하고 운영하던 ‘서울인기 페스티벌’에서 다회용 식기 사용 데모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트래쉬버스터즈가 다회용 식기를 입점한 F&B 업체에 대여함으로써 업체들은 일회용품 사용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주최 측은 쓰레기 처리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성공적인 테스트를 기반으로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다회용 식기를 개발했다.

“약 3천 명이 방문하는 축제 현장에서 고객은 일정 보증금을 내고 다회용 식기를 대여했어요. 당시 페스티벌의 관객 수는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쓰레기봉투는 오히려 급감했어요. 매해 400여 개씩 나오던 100L 쓰레기봉투가 단 5개로 줄어들 만큼요.”

현재 트래쉬버스터즈는 전국 각종 축제와 행사에 다회용 식기 제공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는 사내 카페와 탕비실에서 주황색의 용기를 만나볼 수도 있다. 대학 내 카페와 영화관 그리고 단체 도시락에서의 다회용기 제공까지 사업 범위를 확대해나가는 중이다. 2023년까지는 전국에 세척 공장을 설립해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가 필요한 모든 곳에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곽 대표의 목표다.

▲축제 현장에서 곽 대표가 다회용기를 이용해 일회용기를 쓰지 않는 ‘버스팅’의 점수를 세고 있다. [사진 제공 : 트래쉬버스터즈]

재사용의 가치를 일깨우

다회용기에 대해 사람들은 흔히 ‘과연 깨끗할까?’라는 의구심을 가진다. 이 같은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트래쉬버스터즈는 6단계의 전문 세척 시스템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다. 세척은 초음파세척, 애벌세척, 고압세척, 열풍소독, UV 살균건조, 정밀 검수로 이뤄진다. 우선, 사용한 다회용기를 전처리 후 초음파 세척기로 이물질을 제거하고 헹군다. 그 후, 플라이트 세척기에서 고온·고압 세척 후 UV 열풍 건조기로 살균한다. 마지막으로 다회용 식기는 하나하나 육안으로 선별돼 압축 진공 포장 상태로 이동된다.

“HACCP 인증에 사용되는 ATP 오염도 측정기로 포장 제거 직후의 일회용 컵과 살균 소독된 트래쉬버스터즈 컵의 미생물을 측정해봤어요.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기는 식품 위생 안전 기준인 200RLU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인 19RLU로 확인됐어요. 그에 반해 일회용 컵은 125RLU이었죠. 2020년에는 그린피스와 보건 전문가들이 위생관리를 철저히 한 다회용기가 일회용품보다 바이러스로부터 더 안전하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어요.”

트래쉬버스터즈는 플라스틱 자체를 더 이상 추가로 생산하지 않도록 일련의 과정을 닫아버리는 일명 ‘닫힌 순환 시스템’을 지향한다. 단순히 말하자면 재사용해서 쓰는 시스템이 닫힌 순환 시스템이다. 현재도 많은 제품이 해당 시스템으로 사용되고 순환될 만큼 새로 만들어진 개념은 아니다. 그럼에도 분리배출, 음식물 쓰레기 등의 복합적인 문제들로 재사용률이 낮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곽 대표는 정확한 장소에 정확한 소재를 어떤 방식으로 분리배출 혹은 반납하는지가 닫힌 순환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 강조한다. 트래쉬버스터즈는 다회용 식기를 여러 번 재사용한 후 훼손되거나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경우에 다시 원재료로의 재가공을 거쳐 새로운 제품을 재탄생 시키는 자원 순환 체계를 지니고 있다.

“재사용은 새로운 재료로 새롭게 생산하는 것보다 저렴하지 않아요. 재사용은 추가의 공정들이 이뤄져야 하는 부분에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장기적으로 시스템을 만들어간다면 비용을 낮추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어요. 생산하고 버리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이득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은 더 큰 문제를 야기시키게 될 것이에요. 트래쉬버스터즈는 만든 것들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트래쉬버스터즈가 현재 제공하는 다회용기는 가정에서 반찬통 등으로 흔히 쓰이는 폴리프로필렌(PP, polypropylene) 소재의 플라스틱이다. 결국은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것인데 환경에 도움이 되겠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플라스틱이 환경의 적이 된 이유는 한 번 쓰고 버리게 되면서부터라고 생각해요. 현재 제공하는 다회용기 소재는 나중에 재가공이 손쉬워요. 그래서 훼손 혹은 파손이 돼도 다시 원재료화해서 다른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생산하는 거죠. 물론 스테인리스나 트라이탄 등 여러 다른 소재를 쓸 수도 있지만, 이런 소재는 재생이 가능하지 않아요. 한 번 쓰고 버리게 되면 오히려 환경에 더 큰 악영향을 주죠. 트래쉬버스터즈의 솔루션에서 집중해서 봐야 할 부분은 소재보다 재생하고 순환하는 시스템이에요.”

▲트래쉬버스터즈의 주황색 다회용기가 6단계의 전문 세척 시스템을 거치고 있다. [사진 제공 : 트래쉬버스터즈]

일상을 변화시키는 기업으로 나아가다

‘it’s not a big deal’. 트래쉬버스터즈의 대표 슬로건이다. 직역을 하면 ‘별 거 아니야’, ‘어렵지 않아’라는 의미다. 여기서도 기업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를 엿볼 수 있다. 환경이라는 이슈를 어렵지 않고, 거대하지 않게 다루려는 마음이 느껴진다. 일상 속 쌓이는 쓰레기 더미만큼 자꾸만 쌓여가는 개개인의 불편한 마음에도 주목한 슬로건이다. 트래쉬버스터즈는 환경을 위해 행동하는 모두의 노력이 헛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활동 중이다.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편리함 때문이에요. 그런데 그 편리함의 대가를 우리는 톡톡히 돌려받고 있어요. 그렇다면 편리하고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돼요. 시스템이 바뀌면 별로 어렵지 않게 환경에 이로운 일이 이어져요. ‘재사용’ 문화를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실천한다면 다회용 식기 대여 서비스를 쓰는 것에 공감과 호감을 갖겠죠. 트래쉬버스터즈의 슬로건은 문제를 해결하는 ‘재사용’ 문화에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탄생했어요.”

트래쉬버스터즈는 점점 몸집을 키워 나가고 있다. 곽 대표는 공감대 형성과 트렌디한 브랜딩, 전문성 등을 트래쉬버스터즈의 거침 없는 성장 요인으로 꼽는다. 트래쉬버스터즈만의 강점은 ‘진정성’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환경문제 해결은 소수의 문제가 아니에요. 모두의 문제죠. 이에 대한 공감대가 크게 형성된 게 아닐까 싶어요. 더불어 트렌디한 브랜딩과 세척 등의 전문성이 더해져 기업의 파급력이 커졌다고 생각해요. 이 모든 과정에서 단순히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비즈니스로 다가가지 않고 ‘찐’이 되기 위한 움직임이 저희의 강점 아닐까요.”

대한민국 안에서 일회용품이 사라지는 ‘그날’을 꿈꾼다고 말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일회용품이 없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곽 대표는 모두의 일상에서 다회용과 재사용이 익숙해지는 순간을 바라고 있다. 일회용품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 테니 적어도 일상 중 일부분은 다회용으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바람이다.

“딱히 어떤 움직임이 확산되길 원하지는 않아요. 그보다는 트래쉬버스터즈가 합리적인 가격과 편리함을 제공함으로써 보다 많은 세상에 자리 잡기를 원해요.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한 트래쉬버스터즈가 자원 순환 모델을 확장하고 재사용 분야의 멋진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기도 해요. 피상적인 사업이 아니라 진정성이 담긴 예술적 표현 방식과 비전 있는 사업 모델을 통해 현재 해결하지 못하는 환경문제를 해결할 거예요.”

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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