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청년희망적금, 누군가에겐 희망고문 (한성대신문, 제576호)

    • 입력 2022-04-0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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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4-04 00:02

가입 어려웠던 일부 청년 존재

미흡한 대처에 대한 비판 따라

초과된 예산 위한 해결책 필요

청년희망적금은 지난 2월 21일 출시된 직후 온라인 뱅킹 서비스를 연이어 마비시킬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해당 적금은 가입일 기준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하며, 총급여 3,600만 원 이하의 근로소득자 혹은 종합소득 2,400만 원 이하의 개인사업자가 가입할 수 있는 저축 상품이다. 이 적금을 통해 시중 은행의 기준 상품보다 높은 이율은 물론, 정부에서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기획된 청년희망적금에는 11개 은행에서 약 290만 명의 인원이 가입했다.

청년층의 높은 관심에는 평균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지난 1월 저축은행중앙회가 밝힌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추이」에 따르면 올해 1월 평균 금리는 2.39%이였다. 하지만 청년희망적금은 기본 금리가 5%며, 은행별 우대 금리도 최대 1%까지 적용 가능하다. 또한 정부에서도 최대 4%의 저축장려금과 비과세 혜택을 추가로 지급할 예정이다. 이런 혜택을 고려한다면 만기 시 최대 체감 금리는 약 10%인 셈이다.

그러나 요즈음 청년희망적금의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입 조건과 관련된 문제다. 청년희망적금은 작년 12월까지의 소득이 국세청을 통해 증명돼야만 가입할 수 있다. 기존에 소득신고를 통해 소득을 증명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작년에 첫 소득이 발생한 경우는 다르다. 종합소득 신고는 첫 소득이 발생한 다음 해에 이뤄지는데, 가장 이른 시기도 5월이라 작년에 첫 소득이 발생한 청년은 올해 2월 출시한 청년희망적금을 들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지용(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2021년도 1월부터 12월까지의 증명 가능한 소득이라는 조건을 내세웠지만, 해당 기간의 소득이 확정되는 시점이 이후라는 것을 고려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논란에 대해 작년 8월에 계획된 일정대로 시행했을 뿐이란 입장을 내비쳤다. 청년희망적금을 주관한 서민금융진흥원의 남이산 과장은 “애초에 2022년도 상반기에 출시 예정이었던 상품이었다”며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올해 7월 소득이 증명되는 청년들을 위해 정책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역시 지난 3월 7일 웹사이트를 통해 “추후 청년희망적금의 가입수요 등을 확인해 관계부처와 함께 사업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21년 중 최초로 소득이 발생한 청년에 대해서는 21년 소득이 확정되는 7월이나 8월 이후 가입 재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청년희망적금 가입 재개가 논의 단계에만 머무르면 안 된다는 의견이 뒤따른다. 서 교수는 “충분한 재원 확보와 소득 증빙 없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재설계가 필요하다”며 “많은 청년 중 일부만 자산증식의 기회를 얻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학수(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지만 미흡한 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청년희망적금이 재개된다면 수요 예측을 철저히 해 기회를 놓쳤던 청년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 증명 과정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도 존재했다. 과외를 비롯해 프리랜서 형태의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 소득을 증명하기 위한 과정이 비교적 복잡하다. 사업자등록부터 현금영수증 발행, 자신에게 알맞은 소득세 신고 유형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진행해야 하지만, 사회초년생 입장에서 녹록지 않은 일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 관련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개인의 증명 과정을 정부가 함께 해야 하고, 소득 증명의 주기 역시 1년이라는 단위에 얽매여 있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현수(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실장은 “개인의 소득 증명을 위한 신고 과정이 정부의 도움하에 체계화돼 간편해진다면 자발적 소득 신고가 늘고 청년희망적금 같은 복지 혜택의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과외 등 소득 증명이 힘든 아르바이트 역시 소득을 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보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소득이 없는 청년이 가입 대상에서 제외돼 청년희망적금의 본래 취지가 퇴색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청년희망적금은 금융상품임과 동시에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기획됐기 때문이다. 정부 측은 금융상품의 특성상 정기적인 소득이 증빙돼야 하기 때문에, 소득이 없는 청년을 대상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남 과장은 “적금은 정기적인 금융 상품이기 때문에 꾸준히 저금할 수 있는지에 대한 증명이 필요하다. 기존의 소득 여부가 그 증명”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청년희망적금 가입을 위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 제91조의21에 의거, 소득세를 기준으로 국세청에 신고된 소득 증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청년희망적금의 경우 일반적인 금융상품과 다른 구제 조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서 교수는 “본인 소득 증명이 어려울 경우 애초에 가입할 수 없는 조건이 소득이 없는 청년에 대한 역차별을 만들었다”며 “『조세특례제한법』이 적용되는 저축상품과 동일한 조건에서 금융상품을 디자인해 생긴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연구실장은 “취업이나 학업 등으로 소득이 없는 청년도 자산 형성에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소득 여부를 떠나 더 많은 청년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복지 정책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전했다.

소득을 증명하는 방식에서 정부의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정부는 이미 작년 7월부터 월 단위 실시간 소득 파악 체계를 구축해 보다 적극적인 소득 파악이 가능해졌지만, 청년희망적금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최 연구실장은 “월 단위 실시간 소득 파악 체계가 구축됐음에도 사용되지 않았다”며 “소득 파악 체계를 더 유동적으로 적용했다면 종합소득 신고로 증빙이 어려운 상황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에서 소외된 청년에 대한 해결책은 추후 나올 금융상품이 짊어진 과제라고 이야기한다. 다양한 청년의 상황을 고려하고 자산 형성이라는 취지를 최대한 많은 청년이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에게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주기 위해 기획됐을 정책이 성급하게 추진되며 형평성 문제가 생겼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도적 보완을 거듭하며 다음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으로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른 청년들을 하나의 수혜성 정책으로 만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도 있다. 각기 다른 환경에 맞는 다방면의 제도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서 교수는 “금융 지원이 절실한 다양한 청년층 모두에게 정책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다. 취업준비생을 비롯해 소득 증명이 불가한 청년 역시 자산증식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맞춤형 정책금융상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미진한 대비는 가입자 폭주에 대한 대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정부가 이번에 책정한 예산은 456억 원으로, 가입자가 최대 금액인 50만 원을 매달 납부한다는 가정하에 총 38만 명을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가입자가 몰리며 혼란이 야기되자 당국은 모든 가입자를 무제한 수용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정부는 물론이고 다소 예상을 웃도는 가입자를 떠안게 된 은행 역시 감당해야 할 총금액이 늘어난 것이다.

아예 예산을 산정하는 셈법도 현실과 괴리감이 크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 20세 이상 29세 이하 경제활동인구는 약 400만 명이었다. 정부가 배정한 예산으로 소화할 수 있는 38만 명보다 10배가 넘는 수치다. 심지어 청년희망적금의 가입 대상은 만 19세부터 34세까지 더 넓은 연령 구간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서 교수는 “충분한 재원 확보 후 신청이 이뤄졌다면 혼란의 예방이 가능했지만 정확하지 못한 수요 예측과 미흡한 상품 설계가 낳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초과된 예산을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나온다. 정부가 초과 예산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는다면 적금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혜택이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청년을 위해 약속한 제도는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상황에 따라 필요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같은 상황 가운데, 새로운 청년 맞춤 금융상품인 청년도약계좌의 출시가 논의되며 예산 편성 혼란을 걱정하는 이들도 증가했다. 청년도약계좌는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의 청년정책집 속 공약으로, 총 10년 간 월 70만 원 납입 시 1억 원의 자산을 형성할 수 있어 통칭 ‘청년 1억 통장’으로 불린다. 최 연구실장은 “청년희망적금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은 채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한 청년도약계좌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며 “두 정책 사이 교통정리와 함께 예산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다방면의 해결책을 도모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다른 예산의 지출구조조정과 세입 기반 확충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청년희망적금이) 한시적 운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예산 부족 시 이율을 조정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적금을 시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연구실장은 “현금성 정책과 달리 이자 지원 형식의 정책인 청년희망적금은 2년이라는 기간 동안 예산을 준비할 기회가 있다”며 “또 다른 청년 금융상품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려면 변화에 적응하는 유동적인 정책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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