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반쪽짜리 지원, 청년창업의 민낯 (한성대신문, 579호)

    • 입력 2022-06-0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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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6-07 00:01

기술 분야로 쏠린 창업 지원

청년창업 폐업률도 높아져

동등한 교육 및 지원 필요



"내 학벌로는 취업 못해", "취준할 바엔 창업한다". 일자리 창출이 한계에 다다른 현실에서 청년창업의 열풍은 날이 갈수록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창업이라는 장벽 앞에 선 청년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청년들은 엄혹한 경제적‧재정적 현실 앞에 무너지는 상황이다. 이들은 어떠한 문제점들로 좌절하게 된 것일까.

기성세대가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이 선망하는 직장에 다니는 것을 성공의 궤도로 삼았다면, 2030세대는 스스로 즐길 수 있고 독립이 가능한 창업을 선망하고 있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의 '2020년 창업기업동향(이하 창업기업동향)'에 따르면 30대 미만의 청년창업기업이 2016년 11만 6,815개에서 2021년 18만 3,965개로 57.5%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철(군산대학교 융합기술창업학과)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년을 보장하는 민간 기업이 사라지게 되면서, 현재의 2030세대들은 직장에 매여 살기보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주)위드엘의 이정근 대표이사는 "2030세대는 남의 시선과 평판을 중시하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결정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어 이미 만들어진 기업에 들어가는 것보다 창업을 도전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많은 청년은 창업의 준비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창업진흥원의 '2019년 창업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창업 준비 단계에서 ▲자금확보(71.9%) ▲실패에 대한 두려움(44.1%) ▲창업 지식‧능력‧경험 부족(33.6%) ▲생계유지(25.7%) 등이 주요 장애 요인으로 꼽혔다. 김대건(계명학교 벤처창업학과) 교수는 "불충분한 자금확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지식과 경험 부족 등은 모두 창업을 위한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되는 결과로 해석된다"고 전언했다. 이윤재(숭실대학교 금융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창업 초기의 경우 청년이 사업의 모든 영역을 책임져야 하는데, 이는 창업자 혼자 감당하기에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년창업 분야 가운데 IT 기술을 접목한 '기술 기반 업종'보다 '비기술 기반 업종'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더 많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창업기업동향에 의하면 30살 미만 청년층이 많이 창업하는 상위 3개 업종은 ▲도매 및 소매업(8만 3,612명) ▲기술 기반 업종(2만 8,552명) ▲숙박 및 음석점업(2만 5,043명)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기반 업종에는 약 2만 명이 속하고 있는 반면, 비기술 기반 업종에 속하는 '도매 및 소매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에는 약 10만 명 이상의 청년들이 창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청년이 비기술 기반 업종의 창업에 도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이다. 이윤재 교수는 "음식 및 숙박, 도매 및 소매업은 비교적 적은 자본과 특별한 기술 없이도 진입할 수 있어 많은 청년이 뛰어드는 대표적인 업종"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원섭(한동대학교 ICT창업학부) 교수는 "IT 기술을 이용하는 창업은 기술 구현 및 고도화를 위해 유능한 인력들을 투입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청년이 창업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청년들은 비기술 기반 업종 분야에 창업을 도전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정부의 인식 역시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기술 창업 분야'와 '비기술 창업 분야' 사이에서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2년도 창업지원사업 통합공고'를 보면, 창업 지원 예산 3조 6,668억 원 중 소상공인에게 적용될 수 있는 사업 예산은 최대 869억 8,100만 원가량으로 집계됐으며, 그 외 나머지의 예산은 전부 기술 창업 분야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창업 분야에 비해 비기술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이 상대적으로 많음에도, 그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교육의 기회는 턱없이 모자른 상황이다. 이 대표이사는 "현재도 다양한 소상공인 창업지언 제도가 마련돼 있기는 하지만, 비기술 창업 분야는 기술 창업 분야에 비해 과다경쟁 업종이기에 지원받기 치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대건 교수는 "기술 창업과 비기술 창업에 대한 지원은 동일선상에서 장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비기술 창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생계를 위한 지원이 아닌 발전을 위한 지원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술회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술 창업자가 비기술 창업자보다 창업에 성공했을 때 비교적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김현철 교수는 "기술 창업자가 성공했을 때 나타나는 고용효과가 더욱 크기 때문에 청년실업률이 높은 현실에서 불가피한 정책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명일(한밭대학교 창업학과) 교수는 "정부는 한정된 예산으로 정책 효과를 최대화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도매 및 소매업과 같은 비기술 창업 분야보다 경제적 파급 효과가 기술혁신에 이르는 차업 분야에 창업 지원 예산을 집중 투자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년층의 폐업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국세청 국세 통계를 살펴보면, 2020년 기준 2030세대 창업 기업은 49만 8,226개인 동시에 2030세대 폐업 기업은 24만 1,631개로 나타났다. 즉, 대부분의 청년층들이 창업에 도전했다가 어려운 현실을 맞닥뜨려 포기에 이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데스밸리(Death Valley)' 대비 부족을 청년창업의 가장 큰 패착 요인으로 꼽았다. 데스밸리란 창업 3~7년 차에 겪는 자금난 등의 위기를 일컫는다. (주)한국에스큐아이 김관호 대표이사는 "현실적으로 청년들이 창업 초기에 보유한 자금은 이를 최소한으로 투자한다 하더라도 연차가 쌓일수록 지속적으로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데스밸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휴먼웨어 등에 대한 전략적인 투자가 지속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황보윤(국민대학교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교수는 "이 시기에는 사업의 수익을 대폭 증대하는 제품‧서비스 개선 아카데미 등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 상황에서 비기술 청년창업자들도 적절한 지원이 뒷받침되면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원섭 교수는 "비기술 분야에서도 교육 및 재정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 그 파급 효과의 크기가 기술 창업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더라도, 국가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영역에서의 역량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경환(성균관대학교 글로벌창업대학원) 원장은 "마켓컬리의 김슬아 대표, 쿠팡의 김범수 대표, 배달의 민족의 김봉진 대표 등의 창업자도 공학이나 기술을 전공한 것은 아니다. 비기술 전문인 역시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청년창업에 실패했을 경우 재기에 나설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대표이사는 "단순 자금 지원만으로는 유사한 실패의 반복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정확한 진단을 통해 사업수행계획을 수립하고 일정 기간 전문가와의 충분한 협력 관계를 맺도록 해 창업 성공 확률을 증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이원섭 교수는 "실패로 인한 파급효과를 피하기 위한 정책보다 실패를 기반으로 성공을 창출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즉, '실패하지 않을 안전망'을 구축하기보다 '가장 효과적이고 성공적인 실패'를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정책적인 개선뿐만 아니라 창업 실패를 긍정적으로 용인하는 사회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 원장은 "실패도 자산이다. 청년 구성원 모두가 창업에 대한 긍정적인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교수 역시 "청년들은 흔히 창업에 실패하면 패가망신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가진다. 그러나 창업은 배우기 위함이 목적이며,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서 경험하는 실패는 그 과정에서 얻은 지식과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임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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