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소속 쇼호스트 김민성(무용 08) 동문
<편집자주>
많은 대학생은 전공이 취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우리대학에서 경영학 관련 트랙, 컴퓨터공학 관련 트랙이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이유다. 하지만 좁아진 취업의 문 앞에서 전공과 관련된 직업을 얻는 일은 쉽지 않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년 취업자의 과반인 52.3%가 일자리와 전공이 불일치한다고 답했다.
이같은 현실을 파악한 일부 대학생은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직업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기존에 쌓았던 지식과 경험을 포기하고 이와 전무한 분야에 뛰어드는 과정에는 큰 두려움이 뒤따른다. 이러한 두려움과 불안함을 딛고 전공과 무관한 직업을 갖는 데 성공하고, 끊임없이 발전하는 선배가 있다. 김민성(32) 동문이다. 그는 08학번으로 무용학과를 입학해 졸업한 뒤 현재 ‘가장 좋은 조건, 마지막 조건, 가장 좋은 구성’으로 고객을 만나는 쇼호스트다.
그는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망설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도전하는 것을 즐기며, 포기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기업이 원하는 사람보다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가 삶을 대하는 이같은 태도를 갖게 된 계기를 알아보기 위해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정상혁 기자
‘열등감 덩어리’, 김 동문은 자신의 대학 시절을 한마디로 표현했다. 그의 열등감은 본교가 원래 지망하던 학교가 아니었다는 데에서 비롯됐다. 그는 어떤 학교를 다니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 대학생으로서, 다른 서울권 대형 대학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학교에 대해 부연설명을 덧붙여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 동시에 전공에 대한 고민도 찾아왔다. 전공인 무용과 관련한 직업을 구해 안정적인 수입을 벌어들이는 일이 가능할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이 때문에 1학년 때는 학점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등 방황의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갔다.
“1학년 때의 성적은 학사경고를 겨우 면한 수준이었고, 학과에 친한 사람도 없는 ‘아웃사이더’였어요. 학교를 소개할 때, ‘서울 소재 4년제’와 같이 어떤 학교인지 부연설명을 해야 한다는 점도 힘들었죠. 동시에 무용을 통해 소심한 성격을 바꿀 수 있었지만, 무용으로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끊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런 열등감이 쇼호스트를 준비할 때 제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했어요. 학교와 달리 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된 거죠.”
다소 뜬금없을 수 있지만, 김 동문은 잠시 들른 은행에서 전공에 대한 회의감을 극복할 수 있었다. 명문대의 금융 관련 전공 졸업자가 아님에도 은행에서 일하고 있다는 은행원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이때부터 그는 전공과 관련 없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이후 그는 새로운 목표를 찾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 노력했고, 가장 먼저 학교의 인터넷 게시판을 뒤지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은 내가 지금까지 시도한 일들을 자기 인생에 걸리적거리는 일로 생각해요. 그래서 더욱 자신이 전공한 분야만 볼 수 있는 거죠. 하지만 그런 생각은 그 사람들로 하여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어요. 저도 학술정보관에서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무용을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로 바라볼 수 있게 됐고, 무용을 다른 분야에 활용할 생각까지 하게 됐어요. 그래서 홈쇼핑의 공채 면접 당시 ‘무용과인데 쇼호스트를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무용과 쇼호스트의 교집합을 설명할 수 있었어요. 쇼호스트가 상품을 가져오는 사람, 촬영 전반을 담당하는 사람 등과 협력하는 것처럼 무용이 음악·조명을 담당하는 사람과 관객, 무용수 등의 협력을 통해 이뤄지는 예술이라며, 4년간 함께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강조했던 거죠.”
이외에도 김 동문은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그는 스스럼없이 도전하고 경험할 수 있었던 비결로 ‘두려움 극복’을 꼽았다. 타인의 비관적인 말이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이 두려움을 극복하는 좋은 태도라는 말이다. 그는 타인의 말을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이 직접 부딪히는 데에 굉장한 방해 요소라고 판단했다.
“부디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타인에게 조언을 구하기보다는 직접 해보기를 추천해요. 비관적인 말과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은 진심이 담긴 걱정을 보내주는 경우가 적으니까요. 이런 맥락에서 남에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굳이 증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격려의 말을 잘해주는 사람을 주변에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이같은 도전과 경험의 과정을 통해 김 동문은 스스로 ‘말하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재학 시절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강의를 많이 들었던 이유다. 이후 그는 말하기를 활용하면서도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보험 영업’에 큰 매력을 느껴 보험회사에서 일하기도 했다. 쇼호스트 또한 ‘말하기’라는 좋아하는 일을 직무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가 생겼다고 한다.
“자기 전까지 생각 나는 일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인 것 같아요. 학교를 다닐 당시에 조별 발표 과제에서 발표자를 맡게 됐어요. 발표를 전부 준비하고 나서 잠에 들려 하는데, 발표 준비를 조금 더 하고 싶은 거예요. 어떻게 하면 나의 말을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재미를 유발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싶었어요. 그때, 제가 말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김 동문은 쇼호스트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치는 순간이 올 때마다 ‘30%의 하기 싫은 일을 해내면 70%의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말을 되뇌며 마음을 다잡았다. 결국 그는 현재 쇼호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노력은 쇼호스트가 된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다. 일례로 홈쇼핑의 주요 고객층인 40대 이상의 여성 고객에 대해 탐구하기 위해 이들과 평소에 많은 대화를 나누려 노력하며, 맘카페에 가입한 적도 있다. 더불어 TV를 넘어 모바일로 확대되고 있는 홈쇼핑 업계의 변화를 쫓아가기 위해서도 밤낮없는 고민을 이어간다.
“쇼호스트는 고객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볼 수 없잖아요. 심지어 고객이 나를 호감 있게 보는지조차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고객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서 학점은행제를 통해 ‘소비자심리학’도 공부했어요. 이후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한 혹은 구매하지 않은 이유를 추적하는 ‘소비 프로파일러’라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실용신안 등록도 한 상태예요. 홈쇼핑의 플랫폼도 다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노력할 거예요. 플랫폼 다변화는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그가 쇼호스트로서 최종적으로 바라보는 바는 무엇일까. ‘김민성’이라는 존재가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그의 목표다. 쇼호스트로서 판매할 상품과 일거리를 찾아다니지 않고, 상품과 일이 그를 찾아오는 쇼호스트가 되기를 원한다는 말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그는 ‘No.1이 아닌 Only one이 돼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는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타인을 쫓기보다는 자신만의 영역 구축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말하기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유재석과 김제동을 목표로 삼고 노력한 적이 있어요. 나중에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1등과 나는 주어진 여건이나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무작정 1등을 쫓는 것보다 나만이 갈 수 있는 길을 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알게 됐어요. 저만의 영역을 만들어 자신을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제 최종적인 지향점이에요.”
김 동문은 쇼호스트를 지망하는 본교 후배들에게 멋있다며 격려를 전했다. 그는 직업을 가진다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목표를 수립하고, 그 목표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점을 높이 산다. 또한 어떤 활동을 함에 있어 쇼호스트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지 생각하기 전에, 도전하라고 조언한다. 경험의 크기에 대한 생각보다 경험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상 속 경험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중요해요. 쇼호스트 입사 시험을 치를 당시 지원조건이 ‘방송 경력 1년’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방송 경력이 하나도 없었어요. 하지만 홈쇼핑 방청을 1년간 한 적이 있어서, 면접에서 홈쇼핑 방청을 방송 경력으로 내세웠어요. 면접관이 ‘방청이 무슨 방송 경력이냐’고 되물었죠. 그때 상품·조명·카메라·쇼호스트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홈쇼핑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방청 경험을 통해 알게 됐고, 쇼호스트는 협력 속에서 빛이 난다는 것도 배웠다고 답해 합격할 수 있었어요. 이처럼 평범한 하루의 경험을 어떻게 쇼호스트와 연결 지을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그는 후배들에게 “가진 것도 없지만 못할 것도 없습니다, 청춘이니까.”라고 전했다. 이어 늘 도전하는 자세를 강조하는 그는 포기하고, 실패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 일이 자신의 적성과 일치하는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인지 알아보는 길은 시도하고 포기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떤 일이든 흥미가 생기면 일단 시도하고, 적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거나, 흥미가 없다고 느껴질 때 포기하는 것을 두려워 말라고 조언한다.
“자신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고, 무엇을 잘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다만 확실한 방법은 시도와 포기의 반복이죠. 저는 조금이라도 흥미가 생기면 바로 시도하고, 경험해보니 저와 맞지 않는 일이라 느껴지면 바로 포기해요. 나와 맞는 일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그곳의 온도를 직접 느껴봐야 하거든요. 비록 근성과 끈기가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받을지라도, 직접 경험한다는 점에서 포기가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돼요. 좋았으면 경험이고, 나빴으면 추억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