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인사이드> 우울의 이유, 세로토닌의 결핍일 수 있다 (한성대신문, 583호)

    • 입력 2022-11-07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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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11-07 07:38

비가 올 때나 새벽이 되면 종종 우울해지는 기분을 마주한 경험이 있는가. 이러한 우울감이 일상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지속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계속되는 우울감은 단순히 견딘다고 사라지는 증상 이 아니다. 우울증은 의료기관에서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뿐더러, 설사 치료받더라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 시기가 늦어질수록 삶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비록 경미한 우울증이더라도 즉시 심리적·사회적 요인에 대한 조절과 상담, 약물치료를 통해 조절할 필요가 있다. 백명재(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대가 주로 걸리는 질환 중에 우울증보다 생활에 지장을 주는 질환은 거의 없다”고 평했다.

최근 20대의 우울증 진단은 유독 도드라지게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20대 우울증 환자 수는 2017년 대비 127.1% 증가했다. 홍승철(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 수가 많아졌는데, 특히나 젊은 층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음을 외래 진료실과 응급실에서 쉽게 체감한다”고 전언했다.

그렇다면 우울증은 왜, 어떻게 발생할까? 우울증은 주로 뇌에서 발생하는 호르몬 기전의 이상으로 발병한다고 이해되고 있다. 일명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이 존재하는데, 이 세로토닌이 부족해질 경우 우울증이 촉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세로토닌을 비롯한 호르몬은 감정을 조절하는 변연계와 전두엽 등의 부위를 주축으로 다양한 뇌 기능을 조절한다. 해당 부위에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하거나 불균형해지는 경우, 뇌 기능의 저하가 일어나 감정조절의 어려움, 사고 및 판단력 저하 등과 같은 우울증의 증상이 발생한다. 김민경(차 의과학대학교 일산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감정 조절과 관련된 뇌 부위에 세로토닌이 부족하거나 불균형이 일어날 때 우울증 증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세로토닌은 섭취를 통해 보충할 수 없기 때문에 우울증 치료의 난점으로 작용한다. 세로토닌은 뉴런이 서로 신호를 교환하는 시냅스라는 부위에 결합함으로써 기분을 조절한다. 이 과정은 상당히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에, 세로토닌을 섭취한들 직접적으로 뇌에 작용할 수 없는 것 이다. 백 교수는 “세로토닌을 먹는다면 다른 장기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겠으나, 뇌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부연했다.

물론 엄밀히 말해 모든 우울증이 오로지 세로토닌의 부족만으로 발병한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세로토닌의 문제로 우울증이 발병하는 만큼, 정신과 현장에 서는 우울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일단 보 편적으로 대표적인 항우울제 ‘선택적 세로 토닌 재흡수 억제제(이하 SSRI)’를 처방한다. 세로토닌은 뇌에서 작용을 마치고 재활용하 기 위해 신체에 재흡수 되는데, SSRI는 선택 적으로 세로토닌만 재흡수 작용을 막아 강 제로 활성화된 세로토닌의 수를 늘린다. 다 만 상술했듯이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도 있다. 우울증은 세로토닌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SSRI를 복 용한 환자 3명 중 1명 정도는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 박종익(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정신 건강의학과) 교수는 “처방한 후에 충분한 시 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좋지 않거나, 환청과 망상 등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 된 경우에는 다른 약물과 혼합하거나 변경 해 치료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우울증을 예방하는 방안이 존재 할까. 대다수의 전문가가 전하는 효과적인 예방법은 ‘규칙적인 운동’이다. 운동은 신체 건강의 증진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운동은 스트레스를 견뎌낼 힘을 줄 뿐만 아니라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스트레스의 요인인 감정 소모와 노동을 줄이고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우리 몸이 일을 과하게 하면 신체적인 힘도 떨어지듯, 우리 뇌도 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과부하가 되면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과 힘이 함께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방민지(차 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가볍게 여기거나 무시하지 말고 쉬어가는 것도 중요하다”며 “혼자서만 속으로 앓지 말고 믿을 만한 사람이나 전문가에게 꼭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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