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붕괴와 재건 사이, 대학의 내일을 묻다 (한성대신문 617호)

    • 입력 2025-12-0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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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5-12-08 00:02

<편집자주>

학령 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장기화 등으로 인한 복합적 위기가 대학 전반을 흔들고 있다. 특히 사립대학은 국공립대학에 비해 정부 지원 금액이 적고 <적립금*과 수입 구조가 취약해 재정·운영 압박이 심화됐다. 한성대학교의 경우에도 2024년도 기준 등록금 의존율이 59.6%로, 재정 수입의 상당 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공개한 「사립대학 재정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사립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은 50.1%다.

이러한 위기 속 지난 8월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이 제정됐다. 15년에 걸친 논의 끝에 마련된 이 법은 학교 법인과 사립대학의 정상화를 위해 구조개선, 해산·청산 절차를 체계적으로 관리·지원하는 내용을 규정한다.

해당 법령이 부실 사립대학의 재정과 운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반면 대학 구조조정이나 강제 해산·청산 과정에서 학생의 학습권과 교직원의 노동권을 넘어 대학 자치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사립대학이 직면한 위기의 실태를 짚어보고, 구조개선법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보완돼야 하는지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한다.

김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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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임지민 기자]

학교 법인과 사립대학의 재정 상황은 지속해서 악화되고 있다. 학교 법인이 보유한 수익용 기본 재산은 대부분 임대용 부동산이나 금융 자산으로 구성돼 있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 최현덕(한국사학진흥재단 대학 구조개선센터) 센터장은 “사립대학 운영 이익이 매년 감소하는 등 사립대학 전반의 재정 여건이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학교 법인과 대학은 운영비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방·중소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신입생 충원난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정부가 10여 년 넘게 유지해 온 등록금 동결 기조까지 더해지면서 학생 수 감소가 곧바로 재정 악화로 이어지는 구조적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주용기(한국교수발전연구원) 이사장은 “많은 사립대학은 등록금 수입에 의존해 대학을 운영하고 있어 신입생이 줄어드는 만큼 재정적인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사립대학의 재정난은 결국 대학 구성원에게 가장 큰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 축소, 전공 폐지, 부실한 학습 공간 등으로 정상적인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재정난으로 파산한 한국국제대학교의 경우, 폐교를 앞두고 학생식당 운영과 승강기 운영이 중단되는 등 학생들이 열악한 교육 환경에 노출되기도 했다.

특히 교직원은 최소한의 임금조차 제때 받지 못하는 처지다. 박경미(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018년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폐교 대학 교직원 임금 체불 현황」에 따르면, 폐교된 대학 교직원들의 체불 임금 규모는 총 800억 원을 넘어선다. 신경주대학교(구 경주대학교), 제주국제대학교 등의 일부 사립대학은 100억 원 규모의 체불 임금을 안은 채 운영하고 있다.

상술한 문제가 누적돼도 기존 법령은 사립대학의 재정·운영 문제를 실질적으로 다룰 수 없었다. 『사립학교법』 제34조는 학교 법인의 해산 사유를 ‘목적 달성의 불가능, 파산, 합병’ 등 제한적 요건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학생 수 급감으로 운영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 해산을 허용하는 특례는 초·중·고등학교에만 적용됐다. 이외의 재정 관련 사항도 『사립학교법』과 『고등교육법』의 엄격한 기준과 절차에 묶여 학교 법인과 사립대학은 대학 구조를 개선하는 데 지속적으로 제약받아 왔다.

이 같은 구조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이 통과됐다. 법령에는 사학 구조개선 심의위원회 설치 및 구조개선 전담 기관 지정, 매년 재정 진단 실시와 그 결과에 따른 구조개선 조치 절차 도입, 사립대학 구조조정 및 통폐합에 관한 특례, 폐교 및 해산 절차에 대한 특례,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지원 근거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동안 법적 근거 부족으로 손대기 어려웠던 사립대학의 정리·통폐합·재정 개선을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대학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경영 위기 대학’ 정리에 초점을 맞춰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법령은 사전 지원보다 경영 위기 대학 지정 이후 통폐합이나 폐교 유도에 더 초점을 둔다. 이에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와 사립대학 재정 안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경영 상황이 심각한 사립대학을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고등교육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이바지한다는 반론도 있다. 경영 위기 대학으로 지정되는 사립대학 상당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 학내 구성원이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사립대학은 해산이나 구조개선 절차를 자율적으로 추진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해당 법령이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 단계적으로 부실 대학을 정리하기 위한 장치라는 평이다. 오정민(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경영 위기 대학의 경우 빠른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현실화된 문제들이 점차 심화되기에 통폐합·폐교 등의 정리 역시 의미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법안에 포함된 ‘해산 정리금 제도’가 교육 재산이 사적으로 이전될 여지를 남겨 공공재의 사유화를 조장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본래 사립대학의 잔여 재산은 폐교 시 국가 귀속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은 잔여 재산의 최대 15%를 설립자에게 환원하도록 규정한다. 공공성을 지닌 교육용 재산이 개인 재산으로 이전될 여지가 생긴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고영남(인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학교 법인의 재산은 개인 재산이 아니라고 판단되기에 해산 정리금 제도는 크게는 배임**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해산 정리금 제도를 통해 재정상의 이유로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어려운 사립대학의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잔여 재산의 전액 국가 귀속을 원칙으로 할 경우, 재단이 자발적 구조조정을 회피해 부실화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센터장은 “한계 상황에 놓인 사립대학에 퇴로를 제공할 수 있는 해산 유인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이 폐교·해산 과정에서 학생과 교직원을 보호할 구체적인 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생 편입 비용 지원과 위로금 지급, 직원 퇴직 위로금, 교원 연구비 지원 등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폐교 이후 재정이 사실상 고갈되는 현실은 이러한 보상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에 구성원의 권리를 보장할 방안에 대한 세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다. 주 이사장은 “현재 폐교된 대학 구성원의 어려움에 대한 현황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법적인 보장이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립대학 구조개선법 제정으로 대학 구성원 보호와 관련해 강제력이 강화됐으며 향후 시행령을 통해 세부 기준이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된다. 최 센터장은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은 학생, 교직원, 연구자의 보호에 대한 내용을 명시하고 있어 향후 관련 제도가 신설돼 병행된다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이 비리를 저지른 재단이 법인을 해산하는 ‘먹튀 해산’을 막기에 미흡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은 이사회 의결만으로도 폐교·해산을 추진할 수 있도록 재단의 재량을 넓혀 기존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의 취지를 약화시켰다는 주장이다. 고 교수는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목적 달성의 불가능’의 경우에 법인을 해산할 수 있는데,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은 이에 대한 기준에서 벗어나 있다”고 덧붙였다.

법률 구조상 먹튀 해산이 어려워 과도한 우려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사립대학 구조개선법 제18조에서는 폐교를 위한 과정에서 구성원의 2/3 이상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 변호사는 “감사 과정이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행되기에 현재 제기되는 우려들은 운영 전 단계에서 나온 막연한 걱정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에서 규정하는 구조 개혁의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영 위기 대학 정리를 넘어 재정 결손 초기 단계의 대학까지 구조개선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주 이사장은 “학교가 보유 재산을 활용해 확보한 재원을 교육에 재투자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제도적 보완과 대학 법인의 투명한 운영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 사회 역시 구조개선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만큼 계획 수립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타난다.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은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지역 사립대학의 구조개선에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있어 지자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 변호사는 “폐교·해산에 따른 문제 최소화를 위해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이 전제한 대로 지역 사회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나아가 대학 구조 개혁이 정부 재정 지원 확대, 지방·수도권 대학의 상생 전략, 대학 운영의 민주성·투명성 강화 등의 중장기 과제를 포괄하는 방안이 강조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학에 대한 공적 재정 지원이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김문수(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간한 「윤석열 정부 지방대학 정책 진단」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정부와 지자체의 고등교육 재정 지원은 17조 8천억 원으로 GDP의 0.82%에 그쳤다. 이는 OECD 평균인 1%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주 이사장은 “단기적 과제 중심에서 나아가 총체적인 고등교육 개혁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적립금 : 특정한 경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예치하는 자금

**배임 : 신임 관계를 위배해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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