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회 한성문학상 시 부문 응모작들을 면밀하게 읽었다. 각각의 작품들은 특별하게 고유했다. 자신만의 생각과 그것의 표현을 통해 시적 대상을 노래했다. 심사를 하면서 확인한 것은 한 편의 시의 탄생은 새롭게 감각한 내용의 출현이면서 동시에 진전된 사유의 개진이라는 점이었다. 이와 같은 시의 몫과 역할로 인해 이 세계는 이전보다는 훨씬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시 「작은 등불」 「노주(老柱)」 「눈」 「파도는 잠들지 않는다」 「잘 살자 우리」 「일차함수」 「첫사랑」 「아직도 나는」 「父母」 「여름」 「노이즈 캔슬링」 「쿠르스크」 「자아고백」 「별밥」등의 작품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시 구가 있어서 주목했음을 밝혀둔다.
수상작 선정을 두고 마지막까지 숙고한 작품은 시 「고목」과 「고양이」였다. 시 「고목」은 시련의 시간을 인내하면서 “조용한 중심”을 이뤄가는 과정을 한 그루 나무의 성장에 견주어 노래한 작품이었다. “잎맥처럼 얇은 희망 위로/ 한 사람의 말, 한 사람의 온기가/ 채 단단해지지 못한 속의 결을 바꾸어 놓았지요.”와 같은 대목은 언어를 다루는 솜씨를 자랑하는 시구였다. 다만, 시 행(詩行)의 진전이 더뎌지고 다소 반복되는 느낌을 갖게 해 아쉬웠다.
제40회 한성문학상 시 부문 수상작으로 시 「고양이」를 선정했다. 이 학생이 함께 응모한 작품들은 고른 수준을 보여주었고, 공통적으로 언어를 극도로 절제하면서도 시적 대상에 바싹 가까이 다가붙는 힘이 있었다. 그만큼 시적 대상에 대한 고도의 응시력이 빼어났다. 대상이 지닌 고요한 정지, 그리고 돌연한 활동을 교차해서 부각시키는 대목도 신선하고 매력적이었다. 시적 재능이 충분한 만큼 자신감을 갖고 더 활달하게, 마음껏 언어를 활용해도 좋겠다는 조언을 드린다. 응모한 모든 학생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수상자에게는 축하의 말을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