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방치되는 불법 방 쪼개기에 남루한 청춘 (한성대신문, 584호)

    • 입력 2022-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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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12-05 00:00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물리적·사회적 위험에서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주거기본법』 제2조에 근거한 내용이다. 하지만 최근 불법적으로 방을 쪼갠 일명 ‘방 쪼개기’가 활개를 치고 있다. 방 쪼개기란 용어 그대로 주택 내부에 벽을 세워 방을 나누는 행위를 통칭한다. 이공희(국민대학교 건축대학 건축설계전공) 교수는 “방 쪼개기는 과거 다가구주택 옥상에 설치된 물탱크가 방으로 전환돼 쓰였던 것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 쪼개기는 주로 임대인이 거주 공간을 늘려 더 많은 세대를 수용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40m² 분리형 원룸의 월세가 140만 원이라고 할 때, 10m²짜리 4개로 나눈 뒤 50만 원의 월세로 시장에 내놓는다면, 임대인은 매달 60만 원의 수익을 더 올릴 수 있다. 적지 않은 임대인들이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방 쪼개기를 단행하는 이유다. 김영재(단국대학교 행정학과) 초빙교수는 “방 쪼개기는 임대인이 정해진 공간에서 임대료를 더 받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 대학가나 1인 가구가 밀집한 곳에서 주로 발생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와 같은 행위가 모두 불법적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건축법 시행규칙』 제12조의2에 따르면 방 쪼개기는 용도변경 중 하나로 분류된다. 이 경우 지자체에 관련 서류를 구비한 후 신고한다면 적법한 절차를 거쳐 허가받을 수 있다. 그러나 뻔히 합법적인 경로가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는 이유는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최저주거기준을 미치지 못하는 방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최저주거기준은 14m²로 약 4.24평이다. 하지만 방 쪼개기의 경우는 사람이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는 방을 억지로 나누기 때문에, 이러한 최저요건조차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지자체에 신고하더라도 승인되기란 요원하다.

지난 10월 심상정(정의당) 의원이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과로부터 받은 「전국 불법 방 쪼개기(다세대, 다가구주택) 단속 현황」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2022년 7월까지의 위반 건축물 현황은 총 5,090동이지만, 시정 및 철거된 주택은 2,348동에 불과했다. 사실상 절반이 방치되는 셈이다. 더욱이 청년층이 주된 표적이란 점이 문제다. 지난 2019년 한국부동산분석학회가 발행한 「서울시 세대별 1인 가구의 주거 특성 분석 및 정책제언」에 따르면, 서울시 청년층 주거 형태는 ‘다세대 주택’ 및 ‘다가구 단독주택’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주택 유형은 지자체 차원의 단속이 쉽지 않아 방 쪼개기의 먹잇감으로 여겨진다. 서원석(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문제의 피해자가 대부분 청년인 이유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가격을 선호하는 특성 때문이다. 아파트나 고급주택에서는 부동산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비교적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인호(남서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직접 자신들의 힘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주택이 시장에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불법 건물임을 알면서도 입주하는 청년도 증가했다. 경제력이 약한 청년에게 저렴한 집세는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기 때문이다. 또한 입주자들은 공과금도 나눠서 내는 경우도 빈번한데, 이 자체가 입주자 스스로 불법임을 인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최 교수는 “불법 건물이라는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내부에 거주하는 임차인들이다. 하지만 저렴한 주거 비용에 혹해 불법 건물에 입주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불법적인 주택은 임차인의 안전을 위협해 문제로 대두된다. 편법을 통해 무리하게 방을 나눈 경우, 탈출 통로나 소화기 등 기본적인 소방시설이 구비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문에 곧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심지어는 화재 발생 시에 이용할 소방 및 환기시설이 부족해 임차인들 모두가 죽음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높다. 뿐만 아니라 값이 저렴하고 큰 공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벽을 설치하기 위해 내화가 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잦은 점도 문제다. 화재 시 피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비판을 받는다. 서진형(경인여자대학교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방을 분리해 구조물이 변경되는 경우 안전 환경이 악화되는 일이 야기된다. 건축 허가를 통해 구조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라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쪼갠 방에 거주하는 임차인은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전언한다. 불법적으로 개조된 방은 대부분 등기부등본에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피해 사례로는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해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대항요건을 갖추지 못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다. 김 초빙교수는 “불법적으로 쪼개진 방은 ‘위반 건축물’에 해당하는데, 그곳에 거주하는 청년은 위험을 감수하고 계약한 것이라고 의심받을 수도 있어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고 전했다.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정부의 대책이 안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을 준수하지 않은 건물주에게 원상 복구를 명령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이행강제금*만 징수하는 선에서 그치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은 이행강제금보다 임대 수익이 더 높다는 현실이다. 때문에 임대인 대부분은 복구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 이행강제금을 내고 불법 건축자로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티는 것이 이득인 셈이다. 실제로 심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전해 받은 「전국 불법 방 쪼개기(다세대, 다가구주택) 이행강제금 부과·징수 현황」에 따르면 2019년 81.1%였던 이행강제금 징수율이 2021년 66.4%로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교수는 “불법적인 건축물이 발견되면 1차적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있고, 2차적으로는 불법적인 건축의 부분을 강제적으로 철거하는 행정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장용동(한국주거서비스소사이어티) 공동상임대표는 “이행강제금을 증액시켜 강하게 규제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는 지난 2020년 12월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에 따라 ‘위반건축물 감독관 제도’가 도입됐지만, 방 쪼개기를 해결하기는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관리해야 할 건물에 비해 감독관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불법행위가 건축물 내부에서 일어나기에 일일이 확인하기란 실질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서진형 교수는 “방 쪼개기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감독관이 전국에 있는 모든 건물 내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많은 학자가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방법”이라고 전언했다. 장 대표는 “위반건축물 감독관의 수를 늘리더라도 현실적으로 해결이 불가하다. 원천적으로 해당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신고제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제 철거와 같은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강압적인 대책으로 방 쪼개기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표한다. 철거 과정에 큰 비용이 투여될 뿐 아니라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김 초빙교수는 “강제 철거 집행 과정에서 몸싸움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 확률이 농후해 강제 철거가 시행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방 쪼개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을 구하는 단계부터 위험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집을 계약하기 전, 임차인이 건축물의 설계도를 의무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방 쪼개기의 악용을 막기 위해서는 중개 거래가 가능한 최소 면적의 기준을 정해 기준 이하의 면적은 거래가 일절 불가하도록 제도를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초빙교수는 “대부분의 임차인은 설계도와 등기부등본을 살필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 전국 지역마다 지부를 두고 있는 공인중개사를 중심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서진형 교수는 “설계도는 구청에서 누구나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서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설계도와 실제 건물을 비교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한다”며 “하루빨리 임차인이 설계도와 건물을 비교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청년의 방 쪼개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저렴한 주택이 공급돼야 한다는 입장이 압도적이다. 최 교수는 “부동산 피해가 청년에게 겨냥된 이유는 청년 입장에서 저렴한 주거는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주거 환경이 양호하면서도 저렴한 주택공급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 교수는 “방 쪼개기 문제에 있어 적절한 질의 공공주택 공급 확대가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행강제금 : 행정법상의 의무 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해 일정한 기한까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부과해야 하는 과태료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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