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내 손으로 뽑는 총장, 대학 자치의 첫걸음 (한성대신문, 587호)

    • 입력 2023-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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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3-29 19:16

<편집자주>

학생식당 식사 가격 상승, 등록금 인상, 수강신청 정원 확대… 대학생의 생활에 긴밀하게 연관돼 있는 문제들이다. 대학의 행정은 학생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학생의 의견을 학교에 전달해야 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총학생회 등 학생자치기구가 나서서 입장을 밝히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모든 학생이 총장을 선출하는 데 있어 권한을 행사하는 방식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학생이 대학의 대표자이자 행정 수반인 총장에 대한 선출권을 가진다면, 학생의 목소리가 대학의 운영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교원, 직원 등 대학을 이루는 다른 구성원에게도 마찬가지다.

대학의 공공성을 고려하더라도 총장선출권은 대학 구성원에게 있어야 한다. 미래 사회를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 대학이다. 그렇기에 대학은 설립·운영주체와 관계없이 공공성을 띤다. 하지만 마땅히 민주시민을 길러야 할 이곳은 정작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대표자가 선임되는 경우가 많다. 대학의 공공성을 생각한다면 총장선출권이 대학의 구성원에게 귀속돼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총장선출에 구성원이 전부 참여하는 민주적인 방식이 정착돼야 한다.

‘총장직선제’는 총장선출방식 중 가장 민주적이라고 평가된다. 그러나 현행 총장직선제는 엄밀한 의미의 직선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개선돼야 할 점이 명확히 존재한다. 이에 본지는 현 대학사회에서 총장직선제가 어떠한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총장직선제가 구성원에게 가져다 줄 이점과 나아가야 할 바를 짚어 봤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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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법률은 대학의 총장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규정하고 있다. 『사립학교법』 제53조 제1항에 따르면, 학교의 장은 해당 학교를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경영자가 임용한다. 사립대학 총장은 해당 대학이 소속된 학교법인이나 학교법인의 이사장이 임명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국·공립대학의 총장 임명권자는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돼 있다. 해당 법률 제24조에서, 국립대학의 장은 해당 대학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정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립대학의 경우, 해당 대학의 추천을 받아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한다고 같은 법 제55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관련된 법률에 입각해 보면, 엄밀한 의미의 총장‘직선제’는 요원하다. 구성원의 직접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한다는 의미를 고려한다면, 총장직선제는 대학의 구성원인 모든 교원·직원·학생이 투표에 참여해 총장을 선출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총장 임명권을 가질 수 있는 주체는 법률상 학교법인 이사장·대통령·지방자치단체장으로 한정돼 있기에, 구성원의 선거 결과만으로 총장을 선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총장직선제는 대학 구성원이 직접선거를 통해 복수의 ‘총장 후보자’를 선출하면, 총장 임명권을 가진 자가 후보자 중 1명을 총장으로 임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직선제와 간선제가 상존하듯, 총장선출방식에도 총장간선제가 존재한다. 간선제 하에서는 구성원 중 일부만이 소속되는 ‘선거인단’이 구성되고, 선거인단에 소속되는 인원만이 대표자 선거에서 표를 던질 권한을 갖는다. 총장간선제가 운영되는 대학에서는 흔히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라고 불리는 위원회가 선거인단의 역할을 수행하며, 해당 위원회에는 학교법인 이사·교원·직원·학생·동문 등 각 직역의 대표자가 위원으로 소속돼 있다. 역시나 법률에 따라 총장 임명권자는 한정돼 있기에, 총추위가 선출한 복수의 총장 후보자 중 1명을 임명권자가 총장으로 선임한다. 이같은 방식이 일반적인 의미의 총장간선제다. 총장이 아닌 ‘총장 후보자’를 선출한다는 점에서 총장직선제와 유사하다.

대학 구성원의 추천 과정 없이, 총장 임명권자가 바로 총장을 임명하는 방식도 존재한다. ‘완전임명제’라 불리는 해당 방식은 3개의 총장선출방식 중 가장 비민주적이라 평가 받는다. 앞서 언급된 『교육공무원법』에서 국·공립대학 총장선출은 대학 구성원의 추천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에, 국·공립대학은 총장직선제나 총장간선제를 따른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립대학은 추천 과정 없이 학교법인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이사장이 임명하는 완전임명제를 채택하고 있다. 일부 사립대학은 추천 과정이 포함된 총장직선제·총장간선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총장직선제를 시행하는 사립대학은 극소수다.

본지가 총장선출방식의 현위치를 파악하고자 수도권 4년제 대학 77개*를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총장직선제를 시행하는 대학은 전체의 19.5%(15개)였다. 총장간선제로 진행하는 대학은 33.8%(26개)였고, 완전임명제를 채택한 대학은 46.8%(36개)로 가장 많았다. 절반에 육박하는 대학이 구성원에 대한 의견 수렴이 결여된 채 총장을 선임하는 것이다. 특히 68개의 사립대학만을 떼어 놓고 보면, 8개 대학만이 총장직선제를 따른다.

사립대학이 유독 총장직선제를 채택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총장직선제를 도입하면 대학 구성원의 의견에 맞는 총장을 임명하게 되니, 학교법인이 추구하는 대학의 운영 방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임은희(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사립대학의 학교법인 입장에서는 학교 운영을 대표하는 총장에 대한 선출권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추위에서 선출한 후보자 가운데 총장을 임명하는 사립대학의 총장간선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총추위에는 대학의 각 구성원 대표자뿐만 아니라, 학교법인 이사회를 대표하는 위원이 함께 소속되기 때문이다. 이사회 대표의 정수가 전체 총추위원 수의 과반에 근접하거나 과반수를 차지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학교법인이 총추위에서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일부 사립대학에서 존재한다. 또는 ‘사회인사 대표’, ‘대학발전기여자’라는 이름으로 학교법인 이사장이 임명하는 총추위원이 소속돼 있기도 하다. 이로 인해 해당 사립대학 학교법인은 총장에 대한 구성원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과정에서마저 이사회의 ‘입김’을 강하게 작용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학교법인이 원하는 총장을 임명하는 데 있어 총장간선제가 형식적 절차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 연구원은 “『사립학교법』에 의거해 총장 선임의 최종 결정권을 이미 이사회가 가지고 있다”며 “그럼에도 총추위에 이사회 대표를 소속시키는 것은 ‘총장에 대한 대학 구성원의 의견 수렴 과정’이라는 의미를 퇴색시킬 뿐만 아니라, 총장간선제 도입 취지에 부적합하다”고 꼬집었다.

총장직선제와 비교했을 때, 총장간선제의 한계는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총장직선제 하에서의 선거권이 대학 구성원 전체에게 주어지는 반면에, 총장간선제에서 선거권은 총추위원에게만 돌아간다. 소수의 인원에게 권한이 집중됨에 따라, 모든 유권자의 선호가 정확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총장직선제 시행 대학 중 하나인 조선대학교의 교수평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명식(조선대학교 공공인재법무학과) 교수는 “총장간선제 하에서 간접적으로나마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직역별 대표자를 민주적으로 선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학에 따라 그 부분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고 전언했다.

그렇다면 현행 총장직선제가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총장선출제도일까. 현행 총장직선제의 가장 큰 개선점은 투표 반영 비율이 교원에게 치우쳐져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에서 총장직선제를 시행하는 4년제 대학 14개의 직역별 투표 반영 비율 평균을 산출한 결과, 교원의 투표 반영 비율 평균은 78.9%였다. 직원과 학생은 각각 13.8%, 6.4%의 수치를 보였다. 이처럼 80%에 육박하는 투표 반영 비율이 교원에 집중돼 있어, 총장직선제를 시행하는 대학에서는 매 선거 때마다 직원과 학생 측에서 투표 반영 비율 확대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해 김병국(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은 “과거에는 교원만 투표권을 행사해 총장을 선출하는 ‘교원직선제’를 시행한 대학도 있었다”며 “총장은 교원만의 대표자가 아님에도 교원만의 선거로 총장이 선출됐기 때문에, 오히려 구성원 간의 갈등이 증폭됐다”고 전했다.

학생 측은 세 직역 중 가장 낮은 투표 반영 비율을 가지는 경우가 많고, 직원과 같은 비율인 대학도 일부 존재한다. 김서원(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의장은 “대학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차지하는 구성원은 학생이며, 대학의 정책과 제도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구성원도 학생”이라며 “현재의 투표 반영 비율은 대학이 학생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직원과 학생의 투표 반영 비율을 늘려야 할 뿐 아니라, 대학 내의 더 다양한 구성원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강사 등의 정년트랙 전임교원이 아닌 교원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나 비전임교원이 연구·교육을 통해 대학에 기여하는 바가 정년트랙 전임교원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오동석(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교수 이상의 교원과 강사의 경우, 실제 학생을 교육하는 일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처우나 권한 등에서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며 “총장선거일 기준 담당하고 있는 강의가 있다면 투표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총장직선제가 진정한 의미의 직선제로 거듭나려면 총장 임명권이 이사회나 정부에 귀속돼 있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행 법률에 따르면 사립대학의 총장 임명권은 학교법인에, 국·공립대학은 중앙·지방정부에 속해 있다. 때문에 대학 구성원이 총장직선제를 통해 원하는 인물을 1순위 총장 후보자로 선정했다고 하더라도, 이사회나 정부가 해당 후보자를 총장으로 선임해 주기를 바라야 하는 실정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공립대학에서 시행하는 ‘2순위 후보자의 총장 선임에 대한 구성원 투표’가 거론된다. 국·공립대학에서는 총장후보자 선거를 진행할 때, 모종의 이유로 인해 1순위 후보자가 정부로부터 임명이 거부될 경우 2순위 후보자의 임명에 찬성하는지에 대한 투표를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이후 1·2순위 총장후보자를 정부에 추천할 때 해당 투표 결과를 함께 제출함으로써, 구성원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다. 임 연구원은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해 총장 임명권을 학교법인에 귀속시키지 않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학교법인의 반발 등 어려운 부분이 분명해 보인다”며 “2순위 후보자 총장 선임 여부에 대한 구성원의 의사 전달을 사립대학에도 도입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보완책”이라고 전했다.

대학행정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총장직선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총장직선제가 가장 효율적인 총장선출방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 구성원의 입장에서뿐 아니라, 대학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장점이 분명한 제도라는 것이다. 직선 총장은 구성원의 손에서 탄생한 대표자이기에 임명 총장이나 간선 총장보다 확실한 정당성을 가지고 대학을 이끌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대학교 교수회 의장을 맡고 있는 양진오(대구대학교 문화예술학부) 교수는 “대학 구성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교무 행정의 대표자가 바로 총장이기 때문에, 구성원의 의견에 따라 총장을 선출하는 총장직선제는 학교 발전에 도움된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약’을 내걸고 선출 과정이 진행되기에, 대학 구성원의 신뢰성을 높인다는 것도 총장직선제의 강점으로 꼽힌다. 공약을 통해 후보자가 어떠한 방향으로 학교를 운영할지 파악할 수 있고, 후보자의 업무 수행 능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오 교수는 “학교 운영의 방향성과 비전이 미리 공표되기 때문에, 대학 구성원이 선출 이후를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총장직선제가 장기적으로 운용되고, 안정성을 갖춘 제도가 되려면 가장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대학 구성원의 꾸준한 관심과 참여’를 꼽는다. 지속적으로 총장후보자 선출에 관심을 가지는 일 자체가 의사결정 과정의 공개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 교수는 “민주적 리더십의 풍토가 잘 자리 잡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각 구성원의 알 권리와 참여권에 대한 고민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대학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의 권리 신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행동이 총장직선제의 확대에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언급된다. 학생이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학생에게 총장선출권을 부여하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 의장은 “다수의 학생들이 ‘내가 관심을 갖는다고 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주로 한다”며 “대학생으로서 나의 생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한다면, 그 답은 총장직선제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수도권 4년제 대학 77개 : 『고등교육법』 제2조에서 규정하는 ‘대학’·‘교육대학’, 산업·전문·원격·기술대학과 각종학교를 제외한 범주이며, 이원화 캠퍼스는 본교와 동일한 대학으로 간주하고 분교는 본교와 상이한 대학으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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