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모두가 경험할 수 있는, 즐거운 스포츠를 선사하다 (한성대신문, 588호)

    • 입력 2023-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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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5-07 21:01

위밋업스포츠 신혜미 공동대표

<편집자주>

“운동 좀 해라.” 나이를 불문하고 평생 듣는 말이 아닐까. 특히나 20대에게 운동은 마치 하나의 필수 활동으로 여겨진다. ‘20대 때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과 비슷한 제목으로 업로드되는 온라인상의 영상들을 본다고 하더라도, ‘운동’은 빠짐없이 등장한다. 우리가 힘들다고 느끼는 운동, 왜 해야 할까.

운동경기를 일컫는 ‘스포츠’는 우리에게 많은 이점을 안겨다 준다. 기본적으로는 신체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 또한 다른 측면에서도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바로 팀과 하나 되는 경험을 선사해 ‘연대’해볼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스포츠 경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같은 경기장을 누비며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레 얻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스포츠에서 느낀 ‘같이의 가치’는 다양한 사람과 어우러지는 사회를 살아가는 데에 있어 큰 자산으로 작용한다.

여기, 특히나 여성이 다양한 스포츠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위밋업스포츠’의 신혜미(45) 공동대표다. 축구 선수 시절 경험한 스포츠를 다른 여성들도 즐길 수 있도록 매진한다. 은퇴 여성 선수에게는 일자리를, 아마추어 여성에게는 스포츠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궁극적으로 여성 스포츠의 활성화를 꿈꾼다. 한번 해보고, 즐기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다고 말하는 그는 어떤 사람일까. 그가 원하는 ‘운동장’을 알아보자.

김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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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미 공동대표 [사진 제공 : 위밋업스포츠]



‘위밋업스포츠’는 여성에게 스포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위밋업(WEMEETUP)’이라는 사명도 ‘우리(WE) 만나서(MEET UP) 스포츠를 하자’는 의미로 작명됐다.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 신청을 하고 선수 출신 여성 강사에게 스포츠 클래스를 듣는 방식이다. 위밋업스포츠에서 들을 수 있는 클래스는 우리에게 익숙한 요가, 필라테스, 헬스가 아니다. 주짓수로 문을 연 스포츠 클래스는 농구, 배구, 축구 같은 인기 스포츠를 넘어 럭비, 패들보드, 프리다이빙 등의 수업을 제공한다. ‘스포츠를 즐긴다’는 위밋업스포츠의 철학을 클래스에 담아낸 것이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초보자가 수강하는 경우가 다수이기에 ‘처음이니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수업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노력한다. 자신감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위밋업스포츠는 여성을 위해 다양하면서도 긍정적인 스포츠의 경험을 주고자 만들어졌어요. 일반적으로 여성과 스포츠를 함께 떠올리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스포츠를 배제하고, 다소 생소한 스포츠 클래스들을 개설했죠. 편견을 없애고 싶었으니까요. ‘스포츠는 즐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위밋업스포츠가 강조하는 가치에요. 경험해보고 즐거움을 얻었으면 돼요. 운동을 업으로 삼을 것도 아닌데, 꼭 잘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렇다면 왜 사업의 대상이 ‘여성’일까. 신 대표는 여성 선수들이 은퇴 후 겪는 어려움을 목도했다. 여성 선수들이 은퇴 이후 일할 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지도자로서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지 못하는 현실에 부딪히는 모습을 바라봐 왔던 것이다. 그는 이러한 이유로 여성 선수들이 지도자로 일할 수 있는 위밋업스포츠를 창업했다.

“우리나라를 스포츠 강국이라고 하잖아요. 다양한 종목에 많은 스포츠 선수가 있죠. 그 선수들은 언젠가 은퇴해요. 그런데 ‘그 많은 은퇴 선수는 어디로 갔을까?’, 특히 ‘여성 선수들은 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은 계속됐어요. 위밋업스포츠를 함께 창업해낸 사람들끼리 공유했던 의구심이죠.”스포츠 선수의 은퇴한 삶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은 그도 국가대표를 꿈꿨던 축구 선수였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체력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뛰어놀기를 좋아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새로 창단된 여자축구팀에 들어가면서 ‘여자축구 1세대’로 본격적인 운동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여자축구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된 적도 있다.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4년간 팀의 주장을 맡았어요. 지금 와서 돌아보면 우물 안의 개구리였지만, 당시에는 팀 내에서 에이스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만족을 느끼고, 누구나 그렇듯 ‘국가대표가 돼야지’라는 꿈을 품고 개인 운동도 열심히 했어요.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던 시간이에요.”

▲지난 31일, 본지와 인터뷰 중인 신혜미 [사진 : 박희진 기자]

그러던 그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10여 년간의 선수 생활을 접었다. 은퇴 결정은 선수 생활 지속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당시 그가 입단할 수 있는 실업팀은 단 2곳뿐이었고, 입단한다 하더라도 선수 생활을 오래 할 수 없으리라 판단했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다른 선수들이 선수로서 더 나은 능력을 지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력이 좋은 선배들도 서른을 넘기면 은퇴하는 현실도 그의 결정에 한몫했다.

선수를 그만두며, 새로운 진로 선택을 위해 그는 대학원에 진학했다. 경희대학교에서 스포츠레저학 석사 학위를 받고, 결혼 이후의 상해체육대학교 유학을 통해서는 스포츠인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결혼과 출산으로 일이 중단되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그를 괴롭혀 유학을 결정했었다. 이후,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서는 스포츠 지도자 활동을 시작했다. 지도자가 되겠다는 목표로 공부를 지속한 것은 아니었지만,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일단 시작했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일할 기회가 부족했어요. 박사 학위 소지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일자리든, 그 자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결국 선수 출신이라는 장점을 살려 지도자 활동을 하게 됐죠. 기존에는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스스로에게 부재하다고 여겼어요. 그렇지만 일단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방과후 교사 등으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스포츠 지도자로서의 삶을 이어 나가던 도중, 그는 지금의 위밋업스포츠를 설립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 교육을 수강하게 된다. ‘차세대 여성스포츠인재 육성과정’과 ‘여성스포츠리더 육성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우연히 후배의 추천으로 수강하게 된 수업으로 신 대표는 바로 ‘스포츠창업교육 프로그램’까지 이수했다. 이 과정에서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왔고, 대학 시절 같은 팀에서 선수로도 뛴 양수안나 공동대표와 함께 창업의 뜻을 모았다. 여성들의 부족한 스포츠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통한 것이다.

“해당 수업을 수강하면서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아이디어들을 비즈니스적으로 모델화시키기 시작했어요. 수익성에 대한 부분도 당연히 배웠고요. 일련의 과정이 모두 처음이긴 했지만, 지금 사업의 시발점이 된 유익한 경험이었음은 분명해요.”

사업 모델을 구체화시키면서 여성들에게 제공하고자 초점을 잡은 것은 ‘팀 스포츠의 연대’다. 물론 그가 운동 선수로서 기계적으로 습득한 연대가 아닌 비운동 선수 대상의 즐거운 연대를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현 젊은 층의 여성들은 비교적 운동 경험이 이전 세대에 비해서는 있는 편이에요. 그럼에도 일반적인 경험은 ‘살을 빼기 위한 헬스장’ 정도에 국한되죠. 팀 스포츠를 경험하는 여성은 여전히 소수라는 이야기에요. 팀 스포츠 경험은 스스로를 달라지게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요. 대표적으로 서로 연대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죠. 경기를 하면서 내가 잘해서 이길 수도 있고, 내가 못 했지만 나의 팀이 나를 보완해서 이기는 경우도 있다는 거예요.”

부담 없이 즐기는 운동을 지향하는 위밋업스포츠는 ‘생활 체육’에 주목하며 사업의 포문을 열었다. 법인 설립 이전, ‘언니들 축구대회’를 개최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의 언니들 축구대회는 쉽게 말해 40대 이상 여자축구 대회였다. 은퇴 선수가 자연스레 생활 체육의 지도자로 선정돼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스포츠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고안된 시스템이었다. 대회에는 국제심판을 비롯해 다양한 여성 스포츠인이 힘을 보탰다.

“언니들 축구대회에서 60대 여성이 열정적으로 경기하는 모습을 보며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운동 선수였던 제가 놀랄 정도로 열심히 하는 에너지가 저에게까지 전해졌죠. 그때 확신했어요. 이 사업 모델이, 그러니까 생활 체육의 활성화가 은퇴 선수와 일반 여성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겠다고요. 은퇴 선수가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뽐낼 수 있음도 자연히 따라왔으니 말이에요.”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지원상 수상 소감을 밝히는 신혜미 [사진 출처 : 여성신문TV]

이처럼 위밋업스포츠를 통해 신 대표는 다양한 종목의 강사가 다시 일어설 곳을 마련했다. 현재는 다양한 종목의 강사 40여 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다양한 여성 은퇴 선수의 취업을 도왔다는 부분을 인정받아 2020년에는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지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업의 공로를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여성들의 스포츠 활동이 많지 않은 시기, 위밋업스포츠를 통해서 많은 여성 선수가 일어설 기회를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신 대표가 ‘인권’에 방점을 두고 사업을 운영하고 있기에 찾아온 행운일지도 모른다. 그는 실제로 강사들에게 주기적으로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스포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차별적 요소를 제거한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다이어트에 운동이 효과가 있다’라는 말을 하지 않아요. 저희는 스포츠를 제공하는 데 있어 스포츠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소비자를 상대해요. 그 자체가 즐거우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죠.”

위밋업스포츠는 여성을 넘어 농인에게도 스포츠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과거 지방 소재의 장애인축구협회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많은 농인을 봤고, 그들의 운동 상황에 관심을 가졌었다. 마침 같이 일하고 있는 동료 한 명이 수어 통역사이기도 하다. 신 대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시기 ‘수어’라는 농인의 언어를 활용해 제작한 홈트레이닝 영상을 시작으로, 농인을 위한 대안학교에 재능 기부를 하는 등 농인을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지방에 있는 장애인축구협회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할 때 남성 농인들은 축구나 다른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어요. 그러나 여성 농인들은 대부분 응원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 장면을 목격하면서 많이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은퇴 선수로서 위밋업스포츠의 대표까지.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운동을 즐겁게 경험하는 자세다. 다양한 종목을 즐기고 싶은 여성 청년들에게 망설이지 말고 실천해보라는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실천 방식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청년은 무엇이든 하기 좋은 나이대에요. 직접 스포츠 관련 동아리를 만들 수도 있고, 어떤 팀이든 팀원으로 활동할 수도 있겠죠. 여러 스포츠를 한번 정도는 경험해보고, 본인한테 어울리는 스포츠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해요. 다양한 활동을 해보면서 본인이 좋아하는, 나아가서는 평생 재미있게 해볼 수 있겠다는 활동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언젠가 해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생긴다면 고민하지 말고 무엇이든 해봤으면 좋겠어요. 꼭 운동이 아니어도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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