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렇게나 재밌는데! AG(아시안게임) 비인기종목 (한성대신문, 590호)

    • 입력 2023-06-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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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6-12 00:01

<편집자주>

스포츠 대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아시아인의 축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하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백일 남짓 남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지난해 중국 항저우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재확산으로 연기됐다. 9월 23일에 개막해 10월 8일 폐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어떠한 스포츠를 만나볼 수 있을까.

아시안게임은 평소 대중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스포츠를 맛볼 수 있는 기회다. ‘비인기종목’ 혹은 '비인지종목'으로 불리기도 하는 ▲브레이킹 ▲세팍타크로 ▲스쿼시 ▲우슈 ▲클라이밍 등이 그것이다. 이 종목들은 경기 중계를 보는 것도 흥미진진하지만, 직접 해보는 것도 다른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종강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항저우 아시안게임 속에서 보고 즐기며 경험해 볼 수 있는 스포츠를 선별해 봤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스포츠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최선의 결과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운동하는 선수들의 경기를 접하게 된다면, 재미는 인기 종목 못지않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그리하여 방학 동안의 다소 무료할 수 있는 삶을 달래줄 여가생활로 아시안게임의 비인기종목 시청을 적극 권한다.

김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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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땅을 짚고 춤을 추는 비보이 [사진 출처 :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

길거리에서 세계로, 브레이킹

‘브레이킹(Breaking)’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비보잉’, ‘브레이크 댄스’로 알려진 스트리트 댄스의 종류다. 서로 춤을 추며 경쟁하는 문화를 가진 브레이킹은 1970년대 미국 뉴욕의 클럽에서 시작됐다. 이후 반세기가 지나서는 하나의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첫선을 보일 브레이킹은 정식 종목으로서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김헌준(대한브레이킹경기연맹) 부회장은 “브레이킹은 서로가 대결할 수 있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어 스포츠로 채택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지훈(갬블러크루) 단장은 “국내 브레이킹은 2000년대에서 2010년대 세계무대를 주무르던 댄서들이 여전히 중심에서 활동하고 있고 후진양성이 잘 돼 있지 않다. 아직은 우리가 브레이킹 강국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이후엔 장담하기 어려워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선수들은 무작위로 재생되는 음악에 맞춰 1대1로 대결하게 된다. 한 명의 선수가 먼저 공연한 후 다른 선수가 이에 맞서 춤을 선보이는 방식이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며, 평가는 ‘트리비움 밸류 시스템(Trivium Value System)’이라는 심사 방식을 통해 이뤄진다. ▲신체적 ▲해석적 ▲예술적 능력 등 크게 3가지 기준을 동등한 비율로 평가한다. 신체적 능력은 ‘기술’과 ‘다양성’ 등의 신체와 관련된 자질을 평가하고, 해석적 능력은 ‘수행성’과 ‘음악성’ 등 감성에 대해 점수를 매기며, 예술적 기준은 ‘창의성’과 ‘개성’ 등 선수의 정신적 능력을 심사한다. 박 단장은 “정형화된 시스템 없이 시작된 문화이기에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트리비움 밸류 시스템에 따라 점수를 매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땅에 손 등을 짚어서 추는 ‘다운락’, 회전 동작인 ‘파워무브’ 등이 선보여지기에 보는 즐거움이 있는 종목이다. 선수 본인만의 독창적인 기술도 찾아볼 수 있다. 김 부회장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인만의 창작성이 돋보이는 기술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의 패션이나 춤 스타일 등 자신의 취향에 맞춰 선수들을 평가하는 방법도 보는 재미를 더해 줄 것”이라고 첨언했다.

브레이킹을 배우고 싶다면 ‘크루’를 결성해 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학원에서 기본기를 닦은 후 크루를 결성해 다양한 대회에 참가해 보라는 것이다. 박 단장은 “친구들과 함께 연습하면 서로에게 조언이 가능하고, 건강한 경쟁 관계도 가질 수 있다. 크루를 통해 각종 대회에 참가해 보라”고 전했다.

▲스파이크를 시도하는 세팍타크로 선수 [사진 출처 : 세팍타크로 라이프]

하늘을 나는 묘기, 세팍타크로

‘세팍타크로(SepakTakraw)’는 네트를 두고 손과 팔을 제외한 신체를 이용해 공을 넘기는 구기 종목의 하나다. ‘발로 차다’라는 뜻을 가진 말레이시아어 ‘Sepak’과 ‘공’을 뜻하는 태국어 ‘Takraw’가 합쳐진 합성어다. 이름처럼 선수들은 네트를 사이에 두고 작은 공을 넘기며 승부를 겨루게 된다. 국내에서는 족구 등에 비해 생소하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대표적인 인기 스포츠다. 신추광(대구광역시청) 플레잉코치는 “국내 인지도는 족구에 비해 떨어지지만, 협회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기본적인 경기 규칙은 공이 코트에 바운드 되지 않고 3번 안에 공을 상대편 코트로 넘기면 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족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다. 또한 연속해서 두 번 이상의 터치가 불가한 배구, 족구와 달리 한 선수가 연속 3번의 터치를 할 수 있다. 세팍타크로의 경기 방법은 경기 인원에 따라 ▲더블 ▲레구 ▲쿼드로 나뉜다. 한 팀에서 2명이 출전하면 더블, 3명이 출전하면 레구, 마지막으로 4명이 출전하면 쿼드이다. 신 플레잉코치는 “레구는 코트 안에 위치한 원에서 서브를 시작하지만, 더블과 쿼드는 코트 밖에서 서브를 넣는다”고 설명했다.

강력한 스파이크와 오버헤드킥 등의 아크로바틱함은 세팍타크로의 큰 매력이다. 다양한 동작을 사용해 공중에서 강력한 스파이크로 공격하고, 이를 막고자 네트 앞에서 동시에 상대편 선수들이 공중으로 뜨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또한 네트 스포츠인 만큼 심리전도 돋보인다. 강력한 공격을 하는 대신 네트 앞에 살짝 공을 떨어뜨리는 등의 방식이다. 남윤찬(대한세팍타크로협회) 사원은 “공격수 역할을 하는 ‘킬러’가 공격을 통해 득점에 성공하는 모습을 볼 때면 감탄사가 나온다. 킬러가 완전히 몸을 뒤집어서 공을 차는 ‘롤링 스파이크’ 등 공중 발차기의 기술이 화려하다”고 말했다.

세팍타크로는 스포츠로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신 플레잉코치는 “세팍타크로는 현재 엘리트 체육을 중심으로만 활성화됐다”고 전했다. 이어 남 사원은 “아시안게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인지도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있다”며 “7월 태국에서 열리는 ‘2023 킹스컵 세계 세팍타크로 선수권대회’와 8월 ‘제34회 전국 세팍타크로 선수권대회’ 등 대회를 통해 경기를 접해보라”고 권했다.

▲공에 시선을 집중하는 스쿼시 선수 [사진 출처 : 대한스쿼시연맹]

사방이 막힌 곳에서, 스쿼시

‘공을 일그러뜨리다’라는 뜻을 가진 ‘스쿼시(Sqush)’는 투명한 유리 혹은 아크릴, 패널로 사방이 막힌 직육면체 경기장에서 라켓으로 공을 쳐 내는 종목이다. 테니스와 매우 유사하지만, 네트가 없는 스쿼시는 천장을 제외한 5개의 면을 이용해 경기한다. 김창우(대한스쿼시연맹) 상임심판은 “규칙을 알고 접하게 되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며 “배우기에도 테니스에 비해 비교적 쉬운 편”이라고 밝혔다.

먼저 스쿼시에서는 정면의 벽, ‘프런트 월(Front wall)’을 무조건 맞춰야 한다. 선수가 친 공이 프런트 월을 맞추지 못하면 실점으로 이어진다. 또한 바닥을 제외한 4개의 면에 그려진 아웃라인 안으로 공을 넣어야 하며, 이때 원 바운드 이상 이어지면 그것 또한 득점과 실점으로 연결된다. 배구나 탁구처럼 득점한 선수는 서브도 같이 가져가게 된다. 또한 좁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만큼 ‘렛(Let)’과 ‘스트로크(Storke)’라는 규칙이 존재한다. 한 선수가 다른 선수를 방해했을 때 고의성이 없다면 무효 처리인 렛, 고의성이 있다면 스트로크가 선언돼 점수와 서브권을 상대 선수에게 넘기게 된다.

스쿼시 경기에서의 핵심은 ‘T-zone’을 사수하려는 선수들의 움직임이다. T-zone은 스쿼시 경기장의 정중앙 지역으로, 이곳을 장악한다면 공이 어느 곳으로 오던 빠르게 움직여 대응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선수들은 공을 치고 빠르게 T-zone으로 돌아오고, 상대 선수를 T-zone에서 떨어뜨리고자 샷을 구석으로 보낸다. 김도균(대한스쿼시연맹) 사원은 “선수들은 다양한 형태와 위치의 공을 처리하기 위해 경기 중 기본적으로 정중앙인 T-zone을 사수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경쾌한 공의 파열음, 예리한 각도의 샷과 속도를 죽여 벽에 딱 붙이는 다양한 기술, 다이내믹하고 화려한 움직임 등이 관전 요소”라고 전했다.

최근 대학을 중심으로 스쿼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눈이 오든 비가 오든 상관없고, 좁은 공간에서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는 만큼 큰 운동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사원은 “스쿼시 동호인 클럽은 전국적으로 430여 개가 있고, 전년 대비 40곳 정도 증가했다”며 “스쿼시장에 찾아가 강습 받아보라”고 추천했다. 이어 김 상임심판은 “대학교에 스쿼시 코트가 많이 만들어지는 추세다. 혼자서도 할 수 있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가능한 스포츠”라고 덧붙였다.

▲권법을 선보이는 우슈 선수 [사진 출처 : 대한우슈협회]

투기와 예술의 무술, 우슈

‘우슈(Wushu)’는 중국의 전통 무술로, ‘1990 베이징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내 종목으로 꾸준히 채택되고 있다. 우슈라는 명칭 자체도 무술의 중국어 발음이다. 무협영화에서 봤던 결투 장면을 생각하면 우슈를 떠올릴 수 있다.

우슈는 ‘산타’와 ‘투로’로 나뉜다. 산타는 격투기의 일종으로, 태권도의 겨루기와 비슷하다. 다만 발차기가 주를 이루는 겨루기와 달리 우슈는 주먹을 이용한 타격 또한 활발하며, 상대를 잡고 넘어트리는 ‘등타’ 또한 존재한다. 투로는 태권도의 품새와 비슷하다. 투로에는 ▲장권 ▲남권 ▲태극권 등이 존재한다. 북방무술인 장권, 남방무술인 남권과 양생술로 잘 알려진 태극권이 있다. 선수들은 각 권법에 맞춰 무술을 구사하게 된다. 더불어 무기를 사용하는 병기술도 존재한다. 박귀순(영산대학교 동양무예학과) 교수는 “장권은 동작이 크고 화려하면서도 난도가 높은 점프나 도약이 있다. 남권은 하반신을 많이 쓰며, 상당히 남성적인 특징을 내포하고 있다. 태극권은 부드러운 움직임이 많다”고 설명했다.

격투기와 표현 무술을 모두 볼 수 있는 것이 우슈의 매력이다. 박찬대(호원대학교 스포츠무도학과) 교수는 “상대방하고 겨루는 걸 좋아한다면 산타를 주로 시청하면 되고, 멋진 동작들에 환상이 있다면 투로를 주목해서 보면 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우슈가 생활 스포츠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박찬대 교수는 “우슈를 비롯한 무술을 통해 정신적인 수양과 더불어 순발력, 근지구력 등을 기를 수 있다”며 “경기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선호에 따라 종목을 골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귀순 교수는 “현재는 가까운 우슈 체육관에서 배우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첨언했다.

▲클라이밍 경기장을 오르고 있는 두 선수 [사진 출처 : 대한산악연맹]

정상을 지배하다, 클라이밍

‘클라이밍(Climbing)’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실내외의 암벽을 등반하는 스포츠다.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클라이밍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이어 다음 올림픽에서도 볼 수 있는 종목이다. 이재준(대한산악연맹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은 “자연 암벽에서 시작해 현대인들이 주거지와 가까운 곳에서 안전하고 즐겁게 클라이밍을 할 수 있도록 경기장을 만들고 규칙을 만들면서 스포츠의 길을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기 방식으로는 ▲스피드 ▲리드 ▲볼더링이 존재한다. 먼저 스피드는 가장 빠르게 15m 높이의 암벽을 오르는 종목이다. 긴박하게 초를 다루는 경기로, 정해진 규격의 경기장이 존재한다. 리드는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제한 시간 안에 15m 높이의 암벽에 가장 높이 올라가는 선수가 승리하는 종목이다. 또한 볼더링은 별도의 안전 장비 착용 없이 4~5m 정도로 낮은 높이의 암벽을 완등하는 방식이다. 대신 난이도가 존재하기에 암벽의 구성을 파악해 클라이밍을 시도해야 한다. 클라이밍하는 것을 ‘문제를 푼다’고 표현하기도 하는 이유다.

클라이밍은 전신을 사용하는 종목으로 ‘삼지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몸의 무게 중심을 위해 선수의 두 손과 발 혹은 두 발과 한 손이 항상 삼각형 모양을 이루는 것이다. 이 위원은 “기본적으로 손의 힘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손끝부터 발끝까지 전신의 근육이 사용되는 운동이다. 근력, 순발력, 심폐 지구력 등의 운동 능력을 전체적으로 요구하기에 눈에 띄는 근력 증가 효과를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생활 스포츠로서도 많이 즐기는 만큼 주위에서 클라이밍장을 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클라이밍장에서 강습을 받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이 위원은 “연령대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중학교에서도 생활 스포츠로 배우고 있는 만큼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운동으로, 큰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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