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과음이 불러온 괴로움, 숙취 (한성대신문, 591호)

    • 입력 2023-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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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8-28 00:19

<편집자주>

머리가 깨질 듯 아파온다. 속이 뒤집어질 것처럼 울렁거리기까지 한다. 음주 후 찾아오는 불청객, ‘숙취’ 탓이다. 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기에 이처럼 힘들까? 개강을 맞아 잦아지는 술자리, 그리고 따라오는 숙취가 일상을 방해할 수 있다. 숙취의 원인과 올바른 예방법을 알아보자.

김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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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박희진 기자]

알코올 분해를 알리는 인체의 신호

숙취는 음주 이후에 두통, 구토, 갈증 등 불쾌한 신체적 특성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숙취의 대표적인 증상인 두통은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주요 원인이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알코올 탈수소효소(Alcohol Dehydrogenase, 이하 ADH)’에 의해 알코올의 한 종류인 에탄올이 분해된 물질이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독성을 지니고 있기에, 무독성으로 바뀌기 위해 한 번 더 분해된다. ‘아세트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Acetaldehyde Dehydrogenase, 이하 ALDH)’를 통해 ‘아세트산’과 물로 쪼개지는 것이다.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아세트산과 물로 분해하는 이 과정에서 몸속 혈액순환이 갑자기 빨라지고, 혈관이 확장된다. 뇌 속의 혈관에서도 해당 과정이 일어나는데, 이는 뇌의 압력을 높이면서 두통을 유발한다. ALDH가 부족한 사람일수록 아세트알데하이드의 분해가 더뎌지기에, 두통이 더욱 심해진다. 강보승(한양대학교구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는 1급 발암 물질로, 숙취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얼굴이 빨갛게 변하는 증상 또한 혈액순환이 빨라지고 얼굴의 모세혈관이 확장되며 발생한다. 김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뇌혈관의 혈류가 빨라지면, 뇌혈관이 팽창돼 두통이 더 심해진다”며 “얼굴은 모세혈관이 다른 부위보다 많이 분포돼 있기 때문에 혈액순환이 활발할수록 쉽게 빨갛게 변한다”고 말했다.

에탄올이 분해되는 과정은 위뿐 아니라 간에서도 일어난다. 위에서는 섭취한 에탄올의 일부만 분해될 수 있기에, 위에서 분해하지 못한 에탄올은 간으로 보내진다. 이때 간이 에탄올을 분해하는 과정은 위의 에탄올 분해과정과 동일하다. 강 교수는 “간이 에탄올의 분해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하며, 위에서는 일부 에탄올이 분해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음할 경우에는 에탄올이 위를 직접적으로 자극해 구토와 속쓰림이 발생하거나, ‘사이토크롬’이라는 간의 효소가 작동한다. ADH가 모든 에탄올을 분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에탄올을 섭취하면, 사이토크롬이 에탄올을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분해하기 시작한다. 사이토크롬에 의해 분해된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아세트산과 물로 쪼개지고, 아세트산은 ‘아세틸-CoA’와 물로 분해된다. 이때 아세틸-CoA는 우리 몸의 에너지를 만드는 데 이용되며, 분해 과정 중 발생한 모든 물은 소변이나 땀의 형태로 배출된다. 김 교수는 “음주가 장기간 반복되면 사이토크롬의 에탄올 분해 능력이 최대 10배까지 상향되므로 주량이 늘지만, 늘어난 주량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극심한 갈증을 느끼는 것 또한 숙취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에탄올은 항이뇨호르몬 ‘바소프레신’의 작용을 감소시키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바소프레신은 소변으로 배출되는 체내 수분의 양을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에탄올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면, 바소프레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많은 양의 물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송도선(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바소프레신의 작용이 감소해 소변량이 증가하고, 이는 체내 수분 손실을 일으키기 때문에 음주 후 수분 감소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숙취를 유발하는 또 다른 원인은 ‘폼알데하이드’다. 막걸리나 와인, 맥주 등 발효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알코올의 한 종류인 ‘메탄올’이 발생하는데, 우리 몸속에 들어오면 ‘폼알데하이드’로 분해된다. 폼알데하이드는 아세트알데하이드보다 더 독성이 강한 물질이기에, 발효주를 마셨을 때 더욱 강한 숙취가 나타나는 것이다. 김나영(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폼알데하이드에 직접 노출되면 두통이나 구토, 심한 복통이 발생하고, 다량 노출된 경우에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적절한 음주가 최선의 해답

그렇다면 숙취를 예방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음주 전에 음식물을 먹는 습관을 강조한다. 음식물이 위에서의 알코올 흡수 속도를 늦추기 때문이다. 김나영 교수는 “건강한 성인이 음식물을 먹지 않으면 에탄올을 섭취한 지 약 30분 내외로 알코올이 흡수되지만, 음식물과 함께 술을 마신다면 알코올 흡수 시간을 약 6시간까지 늘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음주 중 수분 섭취 또한 숙취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물이 위에 도달한 알코올을 희석해, 알코올의 흡수를 늦추는 원리다. 장병국(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소화기내과) 교수는 “물은 위로 들어온 알코올을 희석해 흡수 속도를 늦추고, 혈중알코올농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일반식품으로 분류되는 숙취해소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숙취해소제에 포함된 당분과 수분 섭취는 음주 후 나타나는 저혈당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된다. 김나영 교수는 “알코올은 체내에서 포도당이 생성되는 것을 막아 저혈당을 유발할 수 있다”며 “숙취해소제는 저혈당, 갈증 등 숙취의 증상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음 후 맵고 짠 국물 요리를 먹는 것은 좋지 않다고도 전한다. 맵거나 짠 음식은 주로 합성조미료를 함유하고 있는데, 간은 알코올뿐 아니라 이 같은 합성조미료도 분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간이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합성조미료를 섭취하는 것은 간에 더욱 부담을 주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짠 음식은 세포의 수분을 혈관으로 끌어들여 소변량이 증가하고, 수분 감소를 일으켜 숙취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이 가장 강조하는 숙취 예방책은 단연 ‘적절한 음주’다. 에탄올을 분해하는 데는 개인차가 있기에, 본인의 주량과 상태를 파악해 과도한 숙취를 유발하지 않을 만큼만 마셔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나영 교수는 “소량의 알코올을 섭취했을지라도 소화기계통의 암과 간 질환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며 “적절한 양만 마시는 문화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장 교수는 “이미 숙취 증상이 나타났다면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당부했다.

*혈중알코올농도 : 100ml당 알코올의 퍼센트. 혈중알코올농도가 0.1%라면, 혈액 100ml당 0.1g의 알코올이 존재한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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