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요즘 애들은 왜 그래?” 어느 세대나 그랬듯, 현 젊은 층도 자주 듣는 물음이다. 진짜 요즘 애들은 왜 그럴까? 그래서 알아봤다.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만 보면 사족을 못쓰고 달려드는 기자가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MZ세대의 대표주자인 기자를 따라 청년이 열광하는 것을 파헤쳐보자.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거리 속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 있다. 건물 밖으로 사람이 줄줄이 늘어선 ‘팝업스토어(Pop-up store)’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팝업스토어 방문이 유행하면서 더 다양한 방식의 팝업스토어가 생겨나고 있다. 그중 소비자에게 색다른 체험을 제공하는 팝업스토어부터 덕질의 장이 되는 연예인 팝업스토어, 그리고 도심 속에서 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와 ‘인생샷’을 건지러 가는 팝업스토어 등을 기자가 직접 다녀와 봤다.
황서연 기자
그냥 매장이 아니구나?
팝업스토어는 인터넷에 떴다 사라지는 팝업 창과 같이, 대중이 모이는 특정 장소에 짧게 상품을 판매하고 사라지는 매장이다. ‘반짝 매장’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짧게는 2주, 길다면 3달가량 운영되기에 시기를 놓치면 다시는 방문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은희(인하대학교 소비자학 과) 교수는 “매장이 사라지기 전 빠르게 방문해야 해 소비자에게 일종의 조바심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기간만큼이나 판매하는 상품도 특별하다. 구체적으로 온라인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기회일 수 있다. 소비자는 이를 통해 모니터 속에서 눈으로 어림짐작해 구매해야 했던 상품을 직접 보고, 만져 구매할 수 있다. 접해본 적 없던, 온라인에서만 구매 가능하던 상품을 접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 교수는 “다른 세대에 비해 청년층은 유독 팝업스토어를 선호하는 편”이라며 “오프라인에서의 팝업스토어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상에서의 구매가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팝업스토어는 일반적인 매장보다 재미의 요소를 더한 공간을 마련해 청년층으로 하여금 호기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아닌, 몸을 움직이며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일종의 놀이터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팝업스토어는 다양한 재미 요소를 갖추고 있어 인기를 끈다”고 전했다.
오감으로 즐기다
팝업스토어에서의 경험은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세계관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브랜드 자체의 세계관과 제품이 가진 스토리를 체험과 전시 형태로 나타내는 팝업스토어가 특히 그렇다. 그 중 이색적이고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제주 삼다수’ 팝업스토어를 찾아갔다. 이곳에서는 VR과 ASMR 체험 및 전시 관람이 가능했다.
VR과 ASMR 모두 청년층 사이에서 인기가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에, 기자도 도전해 봤다. VR 기기를 장착하고 자연 속 펼쳐진 세계를 돌아 다니며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엿볼 수 있었다. ASMR 체험도 시도했다. 헤드셋을 끼자,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정면에 놓인 화면 속 제주 풍경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전시공간은 현무암과 페트병이 어우러져 눈길을 사로잡았다. 거대한 공간에 마련된 전시는 마치 새로운 세계로 들어온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색다른 자연의 느낌이 들었던 전시였다.
이러한 체험, 그리고 전시 형식의 팝업스토어가 MZ세대의 흥미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 청년들에게 단순 매장 형식의 팝업스토어는 식상하게 느껴져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팝업스토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경복대학교 간호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남초현 학생은 “체험 형식의 팝업스토어는 단순히 눈으로만 보고 즐기는 매장 형식의 팝업스토어와 다르게 촉각, 청각 등 오감을 모두 사용하며 즐길 수 있어 지루하지 않다”고 밝혔다.
도심 한복판, 나만의 해변
무더웠던 지난날, 서울 한복판에 여름 바닷가가 펼쳐지는 팝업스토어가 숨어있어 찾아가 봤다. 팝업스토어는 셀프 사진 부스 매장에 위치해 있었다. 양쪽에 나열된 셀프 사진 부스를 지나, 벽 끝으로 청년들이 줄지어 서 있는 수상한 자판기가 눈에 들어왔다. 기자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1시간을 넘게 기다려 자판기를 열고 어느 공간으로 들어갔다. 시원한 바다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향수 브랜드와 협업해 ‘여름’을 주제로 꾸며놓은 공간이었다. 모래로 하트를 파고, 그 안에 휴대폰을 넣어 하늘이 보이게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끔 하는 최신 유행 공간도 존재했다. 직접 내부를 둘러보니 실제로 해변가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청년들의 여름 휴양지는 멀리 있지 않은 듯하다.
해당 팝업스토어의 독특한 설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타 팝업스토어와 달리 이곳은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1팀당 제한시간을 5분으로 설정해 앞사람이 나오면 들어갈 수 있는 방식이었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사적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으며 마음껏 공간을 즐길 수 있었다. 동덕여자대학교 국제경영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채연 학생은 “멀리 가지 않아도 팝업스토어에서 휴양지 분위기의 사진을 찍고 즐길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인생샷, 무조건 건진다
어느 곳이든 ‘인생샷 맛집’이 아니라면 MZ세대의 이목을 끌 수 없다. 조용한 골목길, 누가 봐도 화려하고 눈에 띄는 소품샵 건물 안으로 북적거리는 청년들이 눈에 들어온다. 입구에 들어서자, ‘하이틴’ 향기를 물씬 머금은 인테리어와 각종 소품이 보인다. 해당 팝업스토어는 하이틴 콘셉트에 맞춰 다양한 포토존이 마련돼 있었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인증샷을 남기는 청년이 수없이 많다. 마련된 곰인형, 쿠션, 침대 등을 활용해 사진을 찍으니 하이틴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다. 하이틴이라는 주제 안에서 각자의 개성을 힘껏 뽐내 사진을 찍을 수 있기에 이곳으로 청년들이 몰리나 보다.
의상과 머리를 하이틴 콘셉트에 맞춰 와 기념하는 청년들도 존재했다. 이곳은 교복이나 게임 등장인물 등 각종 콘셉트에 맞춰 꾸민 이들로 넘쳐 났다. 그들이 입은 교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문 교복 대여점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분명 이 팝업스토어에서 인생 사진을 건지기 위해 대여해 왔음이 틀림없다. 게임 속 등장인물의 의상과 머리를 똑같이 모방한 청년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하이틴을 사랑하는 이라면,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서라면 놓칠 수 없는 팝업스토어임이 분명하다. 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채원 학생은 “평소에도 하이틴 콘셉트를 좋아했는데, 하이틴을 주제로 한 팝업스토어가 생겨 관련 소품과 포토존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돼 즐거웠다”고 전했다.
한 수 위에 있는 팬이 된 기분
연예인이 브랜드화돼 그들의 굿즈를 중심으로 한 팝업스토어도 존재한다. 이러한 팝업스토어는 굿즈를 판매함과 동시에 팬들의 만남의 장이 된다. 그 중 기자는 인기 그룹 ‘NewJeans(이하 뉴진스)’의 팝업스토어에 다녀왔다.
팝업스토어에 도착하니 매장 밖으로 늘어선 젊은 층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매장에 들어가니 밖보다 더 북적거리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각종 굿즈를 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팝업스토어에서만 판매하는 굿즈도 존재 했다. 지금이 아니면 살 수 없는 굿즈라니! 희소한 상품은 그 존재만으로 팝업스토어의 가치를 상승시켰다. 신한대학교 글로벌관광경영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박채원 학생은 “팝업스토어에서 판매하는 굿즈는 다양성보다는 희소성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고 말했다.
팝업스토어는 팬들이 모이는 덕질의 장이 되기도 했다. ‘연예인’이 콘텐츠화되는 특성상 팬들이 몰리는 건 당연했다. 실제로 뉴진스의 팝업스토어에는 팬들로 보이는 청년층이 가득했다. 너도나도 앞다퉈 덕심을 표현하듯 바구니 한가득 굿즈를 사가는 이들도 많았다. 실제로 팬들 사이에서 팝업 스토어를 방문하는 것은 하나의 유행으로 퍼졌다. 팝업스토어 방문이 덕질의 방법 중 하나가 된 것이다. 남 학생은 “연예인의 공연을 찾아가고, 예능을 보는 것처럼, 아티스트의 팝업스토어에 가는 것도 일종의 팬 활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