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내가 제일 잘 알지> 어서오세요, 디저트의 세계로 (한성대신문, 제592호)

    • 입력 2023-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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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9-18 00:00

<편집자주>

“요즘 애들은 왜 그래?” 어느 세대나 그랬듯, 현 젊은 층도 자주 듣는 물음이다. 진짜 요즘 애들은 왜 그럴까? 그래서 알아봤다.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만 보면 사족을 못쓰고 달려드는 기자가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MZ세대의 대표주자인 기자를 따라 청년이 열광하는 것을 파헤쳐보자.

디저트 배, 밥 배 따로 있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배불러도 들어가는 달콤한 디저트, 최근 청년들은 기존보다 다양하고 이색적인 디저트를 찾아 즐기고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현실로 튀어나온 형형색색의 메론소다, 번화가만 가면 보이는 탕후루, 대용량으로 돌아온 추억의 간식인 구슬 아이스크림, 더 다양하고 화려해진 도넛까지, 청년의 입맛을 사로잡은 디저트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황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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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맛있어서 먹냐고요?

최근 젊은 세대는 이전보다 더 다양하고 이색적인 디저트를 소비하고 있다. 이들에게 디저트는 단순히 먹는 행위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경험을 일종의 ‘놀이’ 행위로 여긴다. 이영애(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먹거리는 재미를 경험하고 체험하는 데 있어 적합한 수단이다. 디저트는 그러한 경험을 즐기는 젊은 세대의 특징을 잘 반영한 소비 품목”이라고 전했다.

특히 청년들 사이에서 최근에 등장해 기존에 보지 못한 디저트를 경험하고, 이를 SNS에 인증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자신이 경험해 본 디저트를 타인에게 공유하기를 즐기는 것이다.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부 1학년에 재학 중인 박선우 학생은 “청년들이 요즘 SNS에서 유행하는 디저트를 접하고 ‘한번 먹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그 디저트를 판매하는 가게로 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할매니얼’ 열풍이 불며 개성주악, 약과 등 전통 디저트가 유행하던 것도 잠시, 해외에서 유래한 디저트들이 국내 청년들 사이에 사랑받고 있다. 국내 디저트에서 다시 해외의 디저트로 인기가 번지는, 일종의 반작용 현상이다. 이 교수는 “옛날 디저트류에 관심을 가졌다가 이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디저트들이 다양화되고 있기에 이를 경험하고자 하는 성향의 청년들이 많이 등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메론소다 레시피’대로 주문한 음료 [사진 : 황서연 기자]

2D 밖으로 나온 나만의 메론소다

새로운 디저트로 등장하며 이목을 끌고 있는 ‘메론소다’ 역시, 디저트 양상 변화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유행하던 메론소다는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하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메론소다는 멜론향 시럽과 탄산수가 섞인 음료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디저트다. 청년들은 기존에 보지 못했던 디저트의 등장으로 ‘무슨 맛일까’ 하는 호기심을 갖게 됐다.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1학년에 재학 중인 김민지 학생은 “일본에서 건너 온 디저트라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며 “흔히 보이지 않는 색, 조합, 모양새가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고 술회했다.

애니메이션을 기점으로 확산된 메론소다는 처음 유행하기 시작할 당시만 해도 카페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디저트였다. 그렇기에 청년들은 직접 재료를 조합해 메론소다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일명 ‘메론소다 레시피’의 유행이다. 청년들은 카페로 가 기본적인 멜론 음료에 ‘탄산수 변경’, ‘아이스크림 추가’ 등의 옵션을 더해 자신만의 메론소다를 만들어 먹는다. 기자도 카페에 들어가 SNS상에서 유행하는 메론소다 레시피를 꺼내들었다. 적혀진 요리법대로 재료를 추가해 음료를 주문했다. 시원한 탄산수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조화가 어우러진 맛이었다. 만들어 먹어보니 메론소다 레시피는, 기존의 없던 것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기 좋다. 기존에 없던 메뉴를 직접 만드니, 더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유명 도넛가게에서 산 도넛을 들고 있는 기자 [사진 : 신지원 기자]

눈길이 먼저 간다

맛의 다양성으로 승부를 보는 디저트도 있다. 바로 도넛이다. 단순한 원형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형태를 넘어 이제는 캐릭터 모양과 햄버거처럼 빵 사이 크림이 듬뿍 들어 간 모양의 도넛까지, 그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이응철(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도넛의 맛을 넘어 외형까지 신경 쓰며 도넛의 종류가 다양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눈길이 가는 예쁜 포장 상자 또한 청년층 이 도넛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예쁜 포장으로 유명한 도넛 가게를 찾아가 구매 해 봤다. 주문한 도넛을 받자 생각지 않은 선물을 받는 느낌이 물씬 났다.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종이 가방과, 선물 상자 같은 도넛 박스 형태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보기에도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청년층이 도넛에 빠지는 데에는 분명 이러 한 예쁜 포장이 한몫했을 터다. 신한대학교 토지행정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최다인 학생은 “포장이며 도넛이며 다 예뻐서 누군가 에게 선물로 주기 좋을 듯하다”고 전했다.

▲기자가 대왕 구슬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있다. [사진 : 신지원 기자]



추억의 간식을 대용량으로

‘질보다 양’으로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디저트가 있다. ‘대용량’으로 즐기는 구슬 아이스크림이 최근 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손 바닥 안에 들어오던 구슬 아이스크림이 거대해졌다. 기자가 직접 대용량 구슬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상점으로 가서 구매해 봤다. 구매해 보니 확실히 ‘일종의 보복심리가 작용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피어오른 다. 이제는 구슬 아이스크림을 자신의 돈으로 구매할 여력이 생기니, 어린 시절 언제나 먹고 싶던 구슬 아이스크림에 대한 양적인 과소비를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의 청년들은 어린 시절, 하드바 아이스크림보다 비싼 구슬 아이스크림을 비교적 마음껏 먹지 못했던 아쉬움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청년들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림과 동시에, 충분히 구슬 아이스크림을 즐기지 못한 과거를 희석하고자 최근의 대용량 구슬 아이스크림을 찾는 것이다. 이영애 교수는 “MZ세대가 과거의 어린 시절에는 소비의 주체가 아니었기에 양껏 먹지 못했지만, 지금은 의사결정자이자 소비의 주체가 돼 아쉬움을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삭한 과일에 빠지다

과일에 설탕 시럽을 코팅해 바삭한 식감으로 청년을 사로잡은 ‘탕후루’도 유행한다. 최근 탕후루 열풍은 일파만파 퍼져나가 탕후루 판매 가게는 번화가에서 빠질 수 없는 풍경이 됐다. 꼬치에 꽂힌 형태를 가진 탕후루는 도심을 걸어 다니며 식후에 간단히 먹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식사 후에 빵이나 케이크보다 비교적 무겁지 않은 간단한 입가심의 용도로 최적인 것이다. 명지대학교 아동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서정은 학생은 “좋아하는 과일을 설탕 시럽과 함께 더욱 달콤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자주 먹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탕후루를 직접 만들어 보는 행위도 유행하고 있다. 과일을 꼬치에 꽂아 설탕을 녹인 시럽을 바르고 굳히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레시피가 청년들을 끌어 당긴 것이다. 이러한 유행에 힘입어 기자도 직접 만들어봤다. 탕후루로 만들어 먹고 싶은 과일을 구매하고 설탕을 준비했다. 인터넷에 나와있는 방법으로 설탕을 녹여 만든 시럽을 과일에 발랐다. 그리고 시럽이 굳길 기다렸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탕후루를 집어 한입 베어 물었다. 하지만 넘쳤던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다. 탕후루 가게에서 사 먹던 바삭한 코팅이 전혀 아니었으며 찐득찐득한 식감 탓에 도로 뱉을 수밖에 없 었다. 그냥 과일을 먹느니만 못한 맛이었다. 몇 번을 다시 시도해도 결과는 같았다. 실패 였다. 아, 청년들이 탕후루를 비싼 돈 주고 사 먹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탕후루 가게 들은 청년들을 홀릴 나름의 ‘바삭함’의 기술 을 갖추고 있었다. 서 학생은 “탕후루를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에 만들어 보려 시도했으나 설탕 시럽을 굳히는 게 어려워 다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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